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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집에 방치된 3살 여아 숨졌는데…가정방문한 복지센터 직원은 '양호'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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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29일 동안 27일 외박…보호기관, 아이 상황 파악 못해

허종식 의원 "고위험가정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해야"

아시아경제

3살 딸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엄마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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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올해 7월 인천에서 3세 여아가 사흘간 집에 방치돼 숨진 사건과 관련, 행정당국이 아이가 숨진 뒤 두차례나 가정방문을 하고도 아이 상태를 '양호'로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에 따르면 인천 남동구 모 행정복지센터는 A양이 숨진 뒤인 올해 7월 30일과 8월 5일 2차례 자택을 방문하고서 아이 상태가 '양호'하다고 상담 내역에 기록했다.

검찰 공소장과 인천시·보건복지부의 사례 관리 내역 등을 토대로 A양의 사망 시점을 7월 23일 오후에서 24일 오후 8시 사이로 추정하면 센터의 가정방문은 이미 A양이 숨진 지 일주일가량 지난 때다. 당시 센터 측은 계절 과일과 삼계탕을 자택 현관문에 두고 왔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A양 가정에 대해 4차례 전화상담과 3차례 방문상담을 한 뒤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기록했다.

이 때문에 행정복지센터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 관리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 공소장을 토대로 아이의 방치 상황을 확인해보면, 해당 가정이 공공기관의 관리를 받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A양의 엄마 B(32)씨는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17일까지 29일 동안 무려 27일을 외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동안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잠을 잔 건 이틀에 불과하다.

하지만 행정복지센터와 아동보호전문기간이 각각 4차례, 2차례씩 방문·상담을 진행하고도 엄마의 지속적인 외박 사실과 한달 가까이 혼자 잠을 자야만 했던 3세 아이 상황은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6월 18일 행정복지센터의 상담 내역엔 '엄마가 잠깐 쓰레기를 버리려고 1층에 나가기만 해도 아이가 불안해하고, 울 정도로 떨어져있지 않으려고 한다'고 아이 상황이 기록됐다.

허 의원은 "아동학대가 우려돼 행정복지센터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1년 넘게 사례 관리를 하고도 아이의 사망을 막지 못했다"며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함께 고위험 가정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일 인천지법 형사13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B씨에게 아동학대살해·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B씨는 올해 7월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A양을 홀로 남겨둔 채 남자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갔다가 사흘 뒤 귀가해 A양이 숨진 것을 발견했다. 그는 딸의 시신을 집에 놔둔 채 다시 집을 나와 2주간 남자친구 집에서 숨어 지냈고, 8월 7일 귀가해 119에 신고했다.

미혼모인 B씨는 한부모가족이자 기초생활수급자로, 2019년 4월부터 3년째 관할 구청의 사례 관리 대상이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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