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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콜린 파월의 마지막 인터뷰 “北은 신경 안 써, 中이 미북전쟁 말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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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7월 인터뷰 공개

조선일보

18일(현지 시각) 별세한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2006년 한 행사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다발성 골수종을 앓고 있던 파월 전 장관은 코로나 예방접종을 마쳤지만 코로나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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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됐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제발! 난 여든 네 살이란 말이오.”

18일(현지 시각) 코로나 합병증으로 별세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부 장관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기자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보도로 전설적 기자가 된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지난 7월 12일 파월 전 장관과 전화로 42분 간 인터뷰를 했을 때 그가 “난 다발성 골수종이란 암을 앓고 있고 파킨슨병도 있지만 그 밖에는 괜찮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파월 전 장관은 “나는 이 두 병과 싸우면서도 인생의 단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내 몸 상태는 괜찮다”고 했다. 35년 간 군복무를 했고 항상 ‘장군(General)’이라고 불리는 것을 선호했던 군인다운 말이었다. 그는 월터리드 국립군병원에서 자주 검사를 받는다며 “내가 전직 합참의장이기 때문에 그들은 나를 잃고 싶어하지 않고 자주 오도록 만든다. (자가용) 콜벳을 직접 운전해서 병원에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터뷰가 이뤄진 7월 중순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한창 이뤄지고 있었지만, 탈레반의 빠른 카불 점령 가능성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때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 결정에 대해 파월 전 장관은 “궁극적으로는 거기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을 당해낼 수가 없다”며 “그냥 그렇게 덮어두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승리할 수 없다. 아프간 사람들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파월 전 장관은 북한과 이란에 대해서는 미국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고도 다음날 미국의 보복을 당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나”라며 “이란도 마찬가지다. 이란과 북한은 그런 (무력)충돌의 결과를 감당해 낼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 사람들을 두려워할까? 아니다. 그들이 감히 (미국을 공격)하겠나?”라고 했다.

우드워드가 “자멸적인 리더도 때로 있지 않나”라고 지적하자, 파월 전 장관은 “사실이다. 그렇다”면서도 “중국인들이 우리(미국)가 북한과의 전쟁을 시작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들(중국)은 북한을 사랑한다. 그들은 북한을 원한다. 나는 아니다”라며 “북한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작은 얼간이(little jerk)”라고 부르면서 “그 작은 얼간이가 열병식을 하든 뭘하든 내버려두자. 그는 우리(미국)을 공격하면 자살 당할 것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시도를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전 장관은 “나는 이란에 대해서도 똑같이 느낀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대체로 그렇게 생각한다”며 “그들은 그것(미국과의 전쟁)을 감당할 수 없다. 그들(러시아) 인구는 1억4500만명인데 우리는 3억3000만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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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 시각) 별세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을 기리기 위해 미국 수도 워싱턴DC 중심의 워싱턴기념탑 주변 성조기가 조기로 게양돼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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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인 2003년 파월 전 장관은 미국 국무장관 자격으로 유엔에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고 있다며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고 연설했다. 백악관이 제공한 정보에 기초해 작성된 연설이었지만, 이라크 전쟁을 원했던 백악관이 제공한 정보는 부실한 것이었다. 나중에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는 WMD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이라크전 개전을 말리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된 파월 전 장관은 이 사건으로 사임했다. ‘최초의 흑인 국가안보보좌관', ‘최연소 합참의장',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 같은 화려한 단어로 채워진 그의 경력의 오점이었다.

우드워드는 자신이 가르치는 저널리즘 수업에서 한 학생이 이 일화에 대해 “진실이 뭘 얻게 해주나?”라고 말했다고 파월 전 장관에게 전했다. 이라크가 WMD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한들, 그 ‘진실’이 뭐가 그렇게 대수였냐는 뉘앙스다. 이에 대해 파월 전 장관은 “무섭다. 요즘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고 생각을 하는지 너무 두렵다. 그런 생각을 어디서 배우는 거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파월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작년 대선에서 졌는데도 “자신이 재선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인정하기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우드워드가 “당신이 알았던 가장 위대한 남성, 여성, 혹은 사람은 누구냐? 꼭 지도자일 필요는 없다”고 하자, 파월은 주저 없이 “(아내인) 알마 파월”이라고 답했다. 그는 “아내는 나와 항상 함께 있었다. 58년을 함께 했다. 아내가 많은 것을 참아줬다. 내가 바삐 돌아다니는 동안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항상 나를 위해 거기 있어주면서 내게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에요’라고 말하곤 했다. 아내가 대개 옳았다”고 말했다. 이것이 우드워드와 파월 전 장관의 마지막 인터뷰였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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