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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구순의 느린걸음] 넷플릭스, 글로벌 문제아 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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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넷플릭스라는 신박한 서비스를 처음 만났을 때 '와우'했다. 그야말로 기술을 통한 혁신이란게 이것이구나 싶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미국 드라마, 미국 극장 영화를 집안에서 볼 수 있는 재미가 신기에 가까웠다.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는 미국 드라마 보는 재미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늘어 '미드 폐인'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였다. 한국시장에 진입한지 5년만에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최대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됐다.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기회가 되고, 콘텐츠 유통방식을 바꿔놨다. 혁신의 영향력이 발휘되는 참이다.

파이낸셜뉴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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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혁신의 뒷면에는 넷플릭스의 오만함도 있다. 한국 시장에 들어와 콘텐츠 생태계를 바꿔놓는 동안 넷플릭스는 세계 최고의 한국 통신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실어나르면서도 이용료 한 푼을 안 냈다. 넷플릭스의 가파른 성장 뒤에 한국 인터넷사업자의 유료 상품인 인터넷망에 무임승차한 몫이 포함돼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넷플릭스는 통신망 사용료는 낼 수 없다고만 우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국무총리와 주례회동 자리에서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문제를 챙겨봐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 넷플릭스가 한국의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의심받을 일을 한게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넷플릭스와 인터넷사업자의 망 사용료 불란을 중재하겠다는데, 돌연 중재를 거부하고 법정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더니 재판부의 1심 판결에는 불복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자체 캐시서버 오픈커넥트(OCA) 프로그램을 통해 통신사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국회의 질문과는 동떨어진 답변을 되풀이했다. 2년여간 한국의 행정·사법·입법부를 모두 패싱하는 듯한 넷플릭스의 태도가 대한민국 대통령까지 나서도록 한 것 아닌가 싶어 부아가 치민다.

그런데 이제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불란은 이제 글로벌 문제가 됐다. BT 등 영국 통신회사들이 "소수 거대 콘텐츠 제공사업자가 인터넷 인프라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망중립성 등 주요 통신규제가 만들어진 25년전에는 이같은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며 망 사용료를 둘러싼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한국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 경쟁자 디즈니플러스는 통신사들과 망 사용료 협상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쯤되면 통신망 사용료 불란을 유지하다간 넷플릭스가 글로벌 문제아가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콘텐츠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는 넷플릭스가 글로벌 문제아가 딱지를 붙이지 않기 바란다.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는 혁신의 선순환을 현실에서 실현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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