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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콜린 파월 마지막 인터뷰…“병마와의 싸움에서 하루도 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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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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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불쌍히 여기지 말라. 나는 병마와의 싸움에서 단 하루도 지지 않았다.”

18일(현지 시간) 별세한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7월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인 밥 우드워드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석 달 전까지도 그는 담담하게 인터뷰를 하며 꼿꼿한 군인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우드워드 부편집장은 1989년 이후 32년 간 파월 전 장관을 50차례 인터뷰한 언론인이다. 파월 전 장관이 흑인 최초의 합참의장, 흑인 최초 국무장관 등에 임명되며 보이지 않은 ‘인종의 유리천장’을 허물어갈 때마다 인터뷰를 통해 그의 성취와 업적을 보도해왔다. 7월 12일 42분 간 진행한 전화 통화는 그와의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

파월 전 장관은 당시 인터뷰에서 골수종과 파킨슨병을 앓으면서 병원을 오가는 자신의 일상을 전하며 “안쓰러워하지 말라. 나는 (84세)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했다.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검사를 해주고 있다며 “나는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다.

파월 전 장관은 그런 상황에서도 북한을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밝혔다. 그는 “북한이 우리를 공격할 때 다음날 아침 우리가 그들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이를 감행할 방법이 있겠는가”라며 “북한과 이란은 그런 충돌의 결과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콜린 전 장관은 또 “중국이 우리가 북한과 전쟁을 시작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북한을 사랑하고 북한을 원한다”고 했다. “북한은 나를 성가시게 하지 않는다”며 “그 작은 얼간이(김정은)가 열병식을 하도록 놔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살행위가 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우리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고 거듭 확언했다.

그는 이런 자신의 판단이 이란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인구가 1억4500명인 데 비해 미국의 인구는 2배 이상 많은 3억3000만 명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아프간 철군에 대해서는 “종국에는 (미군이) 철군을 했어야 했다”며 “우리는 그들(탈레반)을 이길 수 없고 그렇다면 그렇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둔 미군의 수를 최대 10만 명에서 몇 백 명으로 줄여놓는 상태로 아프간 상황의 통제와 관리 유지는 어차피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싸우려는 의지가 있는 아프간인들이 있으니 철군해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사람, 당신 인생에서 진실성을 갖고 윤리적인 나침반이 되어준 사람은 누구냐’는 우드워드의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알마 파월”이라고 대답했다. ‘알마 파월’은 그의 부인 이름이다. 파월 전 장관은 “우리는 58년 간 부부로 살아왔고 그녀는 나 때문에 많은 것을 참고 살았다”며 “그녀는 언제가 내 곁에 있었고 늘 ‘나쁜 생각은 아니네요’라고 말해줬다. 그녀는 늘 옳았다”고 했다.

파월 전 장관의 별세 소식에 워싱턴 정가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파월 전 장관은 따라갈 자 없는 영예와 존엄을 가진 애국자였다”며 “그는 전사이자 외교관으로서의 가장 높은 이상을 실현했고, 미국의 약속을 현실로 만드는 데 전 생애를 바쳤다”며 그를 기렸다. “그는 인종의 장벽을 계속 깨뜨려 나가면서 다른 이들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내 친구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는 가장 위한 미국인 중 한 명으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관공서와 해외 대사관, 군 시설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트위터에 “파월 전 장관은 우리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며 “독립적인 사상가이자 장벽을 부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파월 전 장관을 국무장관 자리에 발탁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 등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애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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