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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르포] 8인 모임 첫날 “닫았던 2층도 열어”…젊은 직장인 ‘회식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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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수도권 백신 접종자 포함…최대 8인까지 허용

2명씩 모인 테이블만큼 4~5명으로 모인 손님들 흔해져

“손님 많아질 것 예상, 아르바이트생 늘렸다”는 식당도

사적모임 인원 늘어 생긴 회식에 “단합 자리” “일 연장선”

헤럴드경제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각젊음의거리 모습. 직장인 5명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술을 마시러 선술집에 들어서고 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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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부장님 여깁니다. 일찍 오셨네요.” 서울 종로구 관철동 식당가인 종각젊음의거리에 있는 한 고깃집 앞. 직장인 무리 5명이 저 멀리서 걸어오는 남성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이렇게 외쳤다.

수도권에서 8인 모임이 허용된 첫날인 18일 오후 6시께 이 식당 내부는 2명씩 모인 테이블만큼 4~5명으로 구성된 인원이 모인 테이블을 쉽게 마주칠 수 있을 정도였다. 10여개 테이블로 구성된 한 중국집에서는 절반 이상이 4인 이상으로 모인 사람들이었다.

식당을 누비며 판촉 행사를 하던 주류업체 홍보 직원 김모(22) 씨는 “테이블마다 4명 이상 모인 이들이 많다 보니 회식 자리도 숱하게 보였다”며 “오후 7시가 넘으면 사람들이 더 모일 것 같아 오늘은 평소보다 일이 더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부터 사적 모임에서 백신 접종자를 포함해 최대 8인까지 모일 수 있게 된 가운데, 4명 이상으로 구성된 직장인들로 회식을 갖는 이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식당 내 모임 인원이 많아지면서 자영업자들은 이전보다 장사에 활력이 붙을 것을 예상하는 눈치였다.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8일부터 2주간 4단계 지역인 수도권에서는 낮과 밤 구분 없이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최대 8명, 비수도권에서는 최대 10명까지 모일 수 있다. 미접종자끼리는 4명까지, 접종 완료자가 합류할 때에는 최대 8명이 만날 수 있다. 비수도권 식당·카페는 밤 12시까지 영업할 수 있고, 수도권 스포츠 경기에는 ‘백신 패스’가 적용돼 접종 완료자에 한해 현장 관람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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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한 음식점 내부. 4인 이상 모인 테이블이 군데군데 보인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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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각젊음의거리에서 2층 규모의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도 18일 오후 7시부터 가게 앞에 서서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단체 식사 가능합니다”는 말을 하며 식당을 홍보하고 있었다.

A씨는 “오늘(18일)부터 시행되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손님들이 많아질 것이 예상돼 그동안 개방하지 않던 가게 2층도 열었다”며 “손님들이 많아지면 일도 바빠질 것 같아 오늘부터 일할 아르바이트생도 2명 더 고용했다”고 했다. 이어 “시행 첫날이고 비가 내려 아직 식당이 손님들로 꽉 차진 않았다”면서도 “현재까지 서너 명으로 된 손님들만 여덟 테이블 정도 채워졌다. 남은 두 시간 동안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식당 이용객이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여전히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탐탁지 않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역시 종각젊음의거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B씨는 “(사적)모임 인원이 많아졌으니 당연히 이전보단 매출이 오르긴 할 것”이라면서도 “운영시간을 연장하지 않고선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식당 안에서는 청년층부터 중장년층까지, 검은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이 한데 모여 건배를 외치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회식을 반기는 무리가 있는 반면 앞으로 많아질 회식을 걱정하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금융업계 종사자인 조모(55) 씨는 “거리두기가 발표된 이후 회사 부서 내에서 이미 회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그동안 팀원들 여럿이 모일 자리가 없었는데, 이젠 다 같이 모여 단합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길 수 있어 기쁘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젊은 직장인들에겐 회식은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으로 비쳤다. 회사원 김모(30) 씨는 “불금이라고 해서 위에서도 금요일에 회식을 잡는 건 배려해 줬지만, 그렇다고 월요일 첫날부터 술자리를 갖는 건 못지않게 힘들다”며 “당장 내일 처리할 업무가 있는데 불편한 속을 안고 일하려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올해로 4년차 직장인인 박모(32) 씨도 “코로나로 좋았던 것 중 하나가 회식이 없던 것”이라며 “당분간 자정까지 회식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일의 연장선인 것은 매한가지다. 친한 지인들과 술자리가 좋지, 일자리에서 술자리는 달갑지 않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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