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현실 모르는 탁상행정” 오락가락 대출 규제에 혼란만 남은 주택시장[부동산36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 새 지침에 시중은행 전세대출 속속 재개

실수요자 한숨 돌렸지만 현장은 아직 어수선

반복되는 정책 번복에 시장에선 비판 목소리

“시장 상황 고려하지 않아 현장 혼란만 가중”

헤럴드경제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앞에 전세자금대출 상담 전용 창구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금융당국이 전세자금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전세대출 중단 우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실수요자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 상승과 전세물건 품귀로 안 그래도 불안한 시장 분위기를 들쑤셨다는 것이다.

전세대출 미승인으로 계약한 전셋집을 놓친 이들은 물론 세입자를 새로 구해야 하는 집주인의 불만도 크다. 정부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으로 현장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 18일부터 실수요자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차례로 완화하고 나섰다. 정부가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지침을 바꾼 지 나흘 만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 중단했던 전세자금 대출을 이날부터 재개하기로 했고 신한은행도 모집을 통한 전세대출에 적용해온 ‘5000억원 한도’ 제한을 없앴다. 지점별로 가계대출 한도를 정해 관리해온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전세대출을 지점별 가계대출 한도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실수요자의 강력한 반발에 정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당장 전세대출을 필요했던 이들에게 숨통이 트인 셈이다.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대출강화 조치로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를 택한 세입자가 계약 조정을 요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게 공인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언제 다시 대출이 막힐지 모르니 ‘전셋집 갈아타기’라도 하자는 수요까지 터져 나오며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전세대출 거절로 계약이 파기되면서 새로 전셋집을 구하게 된 이들의 피해가 상당해 정부에 대한 불만이 크다. 전세물량 부족으로 전셋집 구하기가 날로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어렵게 구한 집을 놓치게 됐으니 억울하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지는 것이다.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집주인의 입장에서도 시간과 기회비용을 잃었다.

실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세대출 미승인으로 인한 계약해지 등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여러 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세입자라고 밝힌 A씨는 “반전셋집을 구해 이사해야 하는데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져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라며 “계약자가 나타나 광고도 전부 내리고 기다렸는데 대출승인이 나지 않았고 계약은 취소됐다. 하루빨리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하는데 시간만 허비했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비판이 빗발친다. 전세가격 급등으로 실수요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고 규제를 강행하면서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양지영 양지영R&C소장은 “정부의 오락가락 규제로 피해는 결국 실수요자에게 갔다. 이번 대출 규제는 특히 갑작스럽게 이뤄지다 보니 피해가 컸다”면서 “정부의 정책 번복이 반복되며 시장 혼란이 되레 커지고 있는데 이는 규제를 마구 쏟아내기만 한 정부의 자승자박이다. 시장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전세대출 규제가 풀리자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함께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가계부채의 양적 관리를 위해 상환능력이나 의지가 있는 개인의 필요자금 융통을 줄이는 게 과연 합당한가”라며 “대출을 막으면 통계상으로 부채가 줄지 모르지만 비제도권으로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때 가계부담은 오히려 커진다”고 꼬집었다.

헤럴드경제


ehkim@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