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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세 살 아이 이미 숨졌는데...상담내역에는 '아이 상태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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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살해 혐의 징역 25년 구형된 엄마
아이 숨지기 전 29일 동안 27일 외박
한국일보

3세 친딸을 홀로 집안에 방치해 숨지게 한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8월 10일 오후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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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딸을 집에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엄마가 중형을 선고 받은 가운데, 행정기관이 아이가 숨진 뒤 두 차례에 가정방문을 했지만 사망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채 '아이 상태가 양호했다'고 상담 내역에 기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인천지검 사건 공소장과 인천시·보건복지부의 상담·사례관리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A(3)양이 숨진 시점은 지난 7월 23일 오후부터 24일 오후 8시 사이로 추정됐다.

행정복지센터 상담 내역을 살펴보면, 센터 측은 7월에만 4차례 가정 방문을 했고 A양과 모친 B(32)씨 상태가 모두 양호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A양이 숨진 지 일주일쯤 지난 7월 30일과 8월 5일 방문 후에도 아이 상태가 양호했다고 기록했다. 당시 각각 과일과 삼계탕을 전달하기도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올해 1~7월 전화 상담 4차례 및 방문 상담 3차례를 진행했으나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허 의원은 "행정복지센터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검찰 공소장을 토대로 아이의 방치 상황을 확인해보면 A양과 B씨가 공공기관의 관리를 받았는지 의구심이 더해진다"고 밝혔다.

실제 B씨는 지난 6월 19일~7월 17일 29일 동안 27일이나 외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동안 2박 3일 외박을 3차례(6월 23~25일, 6월 26~28일, 7월 10~12일), 3박4일 외박을 1차례(7월 2~5일) 했다. A양과 B씨가 이 기간 동안 함께 잠을 잔 것은 이틀에 불과했지만, 행정복지센터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6월 19일 행정복지센터 상담내역엔 '엄마가 잠깐 쓰레기를 버리려고 1층에 나가기만 해도 아이가 불안해하고, 울 정도로 떨어져있지 않으려 한다'고 기록돼 있었다.

지난 7월 21일 오후 집을 나갔던 B씨는 같은 달 24일 오후 8시쯤 귀가해 딸이 숨진 사실을 확인했으나, 다시 외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같은 달 28일 오후 4시 50분쯤, 그리고 다음달 4일 오후 2시 10분쯤 다시 집에 들어왔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8월 7일 오후 3시 40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허 의원은 “아동학대 우려가 제기돼 공공이 1년 넘게 개입하고도 3세 여아의 사망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동학대 대응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며 “특히 고위험 가정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두텁게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호성호)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한 B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세 살에 불과한 피해 아동을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고 방치했다가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남자친구와 유흥을 즐기기 위해 아동에 대한 보호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참작할 사정이 없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B씨 측은 이날 법정에서 학대 혐의는 인정했으나 피해 아동의 사망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살인의 고의성은 부인했다.

B씨의 선고 공판은 다음달 5일 열릴 예정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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