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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공익 환수 자랑 이재명 “추가 환수는 부당” 돌변, 위증·배임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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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는 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성남 대장동 사업에서 추가 공익 환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성남시가) 확정 이익을 제시했다면 초과 이익은 민간 사업자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사업 공모 때 전체 개발 이익 중 확정적인 수익을 먼저 공공 환수하기로 했으니, 그 후 발생하는 추가 수익은 민간 사업자가 다 가져가는 게 맞다고 말한 것이다.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던 중 집회 소음으로 인해 회견을 중단하고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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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와 그 투자사인 천화동인 1~7호는 3억5000만원을 출자하고 그 1154배인 4040억원을 배당받았다. 이와는 별도로 분양수익도 4000억원 가까인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에 일정한 수익을 먼저 배분한 후 나머지 수익금을 화천대유 등이 모두 챙기는 특혜 구조 때문에 이런 도박판식 잭팟이 가능했다. 그래서 이런 사업 설계를 주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1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그리고 유씨가 이런 특혜 구조를 짤 수 있게 한 윗선이 누구냐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사는 민간에게 추가 수익을 안긴 게 당연한 일이고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지사는 “추가 이익 환수 장치를 왜 안 넣었냐”라며 “성남시가 (개발이익 중) 고정액을 받고 나머지 수익은 민간이 가지도록 공모가 된만큼 추가 환수 장치를 두는 건 계약 위반으로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추가 이익 환수 장치를 넣는 게 부당하다고 판단해 넣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번 대장동 논란의 핵심은 민간의 추가 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을 누구 지시로 뺐느냐는 것이다.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은 추가 이익 환수 장치를 넣어야 한다고 했고, 실제 사업협약서에 이런 내용이 들어갔다. 이 지사도 ‘민간에 과도한 이익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최종 협약서에서 추가 이익 환수 조항은 빠졌다. 이 지사의 국감 발언을 들으면 추가 이익 환수 조항을 빼도록 한 사람이 바로 이 지사 본인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추가 이익환수 장치가 빠진 사실도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유씨가 화천대유에 특혜를 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는 손해를 끼쳤다고 봤다. 법원도 이를 인정해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내줬다. 그런데 이 지사는 추가 이익 환수가 오히려 부당한 일이고 민간에 그대로 이익을 줘야 했다고 말했다. 검찰과 법원이 1차적으로 내린 특혜·배임 판단을 이 지사가 부정한 셈이다. 이 지사 논리대로라면 유씨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 부당한 일이 아닌 정당한 일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그동안 “단군 이래 최대의 공익 환수 사업”이었다고 자화자찬해 왔다. 칭찬 받을 일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화천대유가 특혜 구조 덕분에 천문학적 수익을 본 사실이 드러나자 “노력했지만 공익 환수가 부족했다”고 했다. 그리고 유동규씨를 겨냥해 “개인적으로 배신감을 느낀다”면서 “직원 일부가 오염돼서 부패에 관여한 점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정말 가까이 하는 참모는 그 ‘동규’(유동규)가 아니다”라고 했다. 유씨와 민간업자들의 비리일 뿐 자신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던 이 지사가 왜 갑자기 추가 이익 환수 장치를 두지 않은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을까. 검찰이 지난 주와 이번 주 성남시청을 두 차례 압수수색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사는 2014~2016년 대장동 개발 계획 입안부터 사업 방식 결정, 배당금 사용 용도까지 세세하게 보고받고 직접 공문서에 서명했다. 문서에 이 지사의 기자회견 관련 지시사항이라는 깨알 지침도 적혀 있었다.

따라서 유씨가 추진한 특혜성 설계와 조치들에 이 지사가 직접 서명을 하고 결재한 증거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면 이 지사도 배임 혐의를 피해가기 힘들어 진다. 야당은 성남시 문서에 그 증거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사 스스로도 “유씨는 실무 임원이고 이 설계는 내가 했다. (유씨에게)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다”고 말했었다. 본인이 직접 설계했다면 민간에게 4000억원 이상의 천문학적 배당금이 가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

특혜 설계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유씨가 뭘했는지 몰랐다는 주장으로는 수사의 칼날을 피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유씨와의 고리를 끊기보다는 유씨의 배임 혐의 자체를 부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수 있다. 유씨와 자신이 한 설계가 특혜가 아니라 당연하고 정당한 조치였다고 역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이 논리가 먹히면 본인은 물론이고 측근인 유씨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애초 공모 과정에서부터 왜 추가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았느냐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다. 공모 때 이미 화천대유에 특혜를 주려고 이런 조항을 배제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씨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남욱 변호사 등은 사업 시행 초기부터 사실상 한 배를 탄 사이였다. 그래서 공모 때는 물론이고 이후 사업협약서를 쓸 때도 화천대유에 부담이 될만한 조항은 빼버린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 지사가 국정감사에서 위증 논란을 피하려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감에서 사실과 다른 허위 사실을 말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국감에서 “나는 몰랐다” “유동규가 다 했다”고 말했다가 검찰 수사나 압수 문서에서 다른 증거가 나오면 위증 혐의를 피하기 힘들다.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었지만 계약 내용을 임의로 바꿀 수 없어 추가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못했다는 취지로 항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면 최소한 위증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추가 이익 환수 조항을 넣는 게 부당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이날 저녁 또 다른 말을 했다. 이 지사는 “수익이 많이 나서 터널 공사 비용을 업체에 맡겨 1100억원을 추가로 환수했다”고 말했다. 환수 노력을 했고 실제 환수도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 관계자는 “이 지사가 위증과 배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와는 다른 말, 다른 논리를 갖다 대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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