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흑인 유리천장’ 깬 파월, 美 성공신화의 전형…이라크전 참전은 정치인생 오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베트남전 거치며 전쟁 영웅으로 성공 가도

미 최초 흑인 합참의장·국무장관 올라

오바마 앞서 흑인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

주한미군 시절 회상하며 “가장 만족”

헤럴드경제

미 최초 흑인 합참의장과 국무장관 등을 역임한 콜린 파월 전 장관이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사진은 파월 전 장관이 2003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장면. [A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18일(현지시간) 별세한 콜린 파월(84) 전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사회에서 유색 인종에게 드리워진 유리 천장을 연달아 깨며 미국인 성공신화의 전형을 보여줬다.

자메이카 부모 슬하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군인으로서 베트남전을 거치며 전쟁 영웅이 되어 성공 가도를 달렸다.

냉전 시절 군 최고위급 장성으로 올라선 그는 가능한 한 무력 개입을 피하되 개입이 불가피할 경우 압도적 군사력을 투입, 속전속결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파월 독트린’을 정립했다. 걸프전 당시 이런 파월의 면모는 미국 대중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 당시 최초의 흑인 합참의장에 올랐고,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에는 첫 흑인 국무장관에 올라 백인 중심의 미국 정계에서 개척자이자 선구자로서 큰 족적을 남겼다.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후 압도적인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앞서 ‘흑인 대통령’ 후보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하지만 보수적인 공화당 정서에 막혀 끝내 대권 후보로 올라서지는 못했다.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는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강경파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중심의 백악관에서 온건파로 분류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핵 문제를 비롯해 중동·이스라엘 관계 등 주요 외교 사안에 있어 강경파에 주도권을 뺏긴 파월 장관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행정부에서 그는 ‘한물간 사람(old man)’ 취급을 받았고 핵심 정보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헤럴드경제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03년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들 부시 재임 시절 미국의 이라크전 참전은 그의 정치 인생에 오점이다.

2003년 당시 파월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의혹을 제기하는 연설을 했지만, 이듬해 잘못된 증거를 제공받았다며 오판을 시인했다.

과거 주한미군의 일원으로 한국에 근무했던 그는 자서전 ‘나의 미국 여행’에서 당시를 회고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1973년 가을부터 1년 동안 주한 미8군 사령부 산하 동두천에 있는 부대의 보병 대대장으로 근무했을 때가 직업군인으로서 가장 만족스럽고 활력이 넘쳤던 때”라며 “서울에서는 경제 기적을 예고하는 증후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군 ‘카투사(KATUSA)’에 대해서도 “내가 지휘한 병사들 중 가장 우수한 병사들”이라며 극찬했다. 또 “미군 병사의 하룻밤 술값에 지나지 않는 3달러를 월급으로 받으면서도 끈기 있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퇴임 후엔 중도적 입장을 취하며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민주당 소속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에는 그의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공개 비판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고, 올해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 이후 공화당과의 절연을 선언했다.

soohan@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