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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인사이드 스토리]스타벅스, 파트너들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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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들 '트럭 시위' 10일 만에 상생안 '친절한 서비스·안정된 일자리' 지킬까 [비즈니스워치] 나원식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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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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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코리아는 국내 1위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입니다. 1999년 국내에 진출해 그야말로 붐을 일으켰죠. 지난 22년간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를 선도해왔습니다. 스타벅스 매장은 전국 각지에 1600곳이나 있습니다. 커피만 잘 팔리는 게 아닙니다. 출시하는 굿즈마다 히트를 칩니다. 스세권(스타벅스 인접 지역)이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이제 스타벅스는 우리의 일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스타벅스에 대해서 몰랐던 게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최근 유통 업계를 강타한 '트럭 시위'를 접해보니 그랬습니다. 많은 이가 스타벅스 매장을 하루가 멀다고 찾고 있죠. 스타벅스 매장의 '친절한 서비스'는 정평이 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고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나 봅니다.

대기 음료 650잔…월급은 130만원

지난 며칠간 국내 유통 업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단연 스타벅스 트럭 시위였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한 직원이 직장인 익명 앱에 올린 하소연이 시발점이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28일 '글로벌 창립 50주년 리유저블컵'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대부분 스타벅스 프로모션이 그렇듯 많은 고객이 몰리면서 업무량이 과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직원은 스타벅스가 줄줄이 진행하는 이벤트에 직원들이 지쳐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타벅스의 직원들을 일컫는 '파트너'들은 본사가 진행하는 이벤트를 '완수'하기 위해 업무가 가중되는 것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벤트가 성황을 이뤄 고객들이 몰려드는데 점포에 배정된 직원들은 한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객이 대기해야 하는 시간만 한 시간에 달했고, 어느 매장에서는 대기 음료가 650잔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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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공감한 익명의 직원들이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트럭 시위를 열기로 했습니다. 업무 부담 경감 등 사측에 요구하는 문구를 트럭에 걸고 서울 강북과 강남 지역을 운행하는 식이었습니다. 파급력은 엄청났습니다. 스타벅스에 대한 관심이 워낙 높았기 때문일까요. 보도가 쏟아졌고 여론의 관심도 컸습니다.

스타벅스 파트너에 대한 처우도 이슈가 됐습니다. 신입 바리스타의 월 급여가 4대 보험비를 제외하면 평균 13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 스타벅스 바리스타의 시급은 9200원인데요. 주 5일, 하루 5시간 근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틀린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근무시간이나 시급 등을 따지면 괜찮은 일자리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 음료가 650잔에 달하는 등의 업무 강도를 생각하면 '박봉'이라는 여론도 많았습니다.

트럭 두 대의 힘…연내 1600명 채용키로

사실 시위에 동원된 트럭은 겨우 두 대에 불과했습니다. 실제 이 트럭을 본 이는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파장이 커졌습니다. 사업장 점거 등의 통상적인 '파업' 행위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여론몰이에 성공한 겁니다.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스타벅스는 시간 선택제 고용 창출로 정부로부터 여러 차례 상을 받았지만 78%에 달하는 단시간 노동자들은 과중한 노동 강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최대 노동 단체인 민주노총도 나섰습니다. 민주노총은 트럭 시위에 대해 '스타벅스 노동자에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습니다. 노조를 만들겠다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연대를 제안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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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타벅스 파트너들은 이를 거절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노조 없이도 22년간 식음료 업계를 이끌며 파트너들에게 애사심과 자긍심을 심어준 기업"이라고 되레 민주노총에 반박했습니다. 이 역시 화제를 낳았습니다.

송호섭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는 파트너들에게 공식 사과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트럭 시위 소식이 알려진 직후입니다. 송 대표는 "리유저블컵 행사 중 미처 예상하지 못한 준비과정의 소홀함으로 파트너분들의 업무에 과중함과 큰 부담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7일 종합적인 개선안을 내놨습니다. 올해 연말까지 바리스타 채용을 확대하고 파트너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일단 오는 22일부터 1600여 명의 직원을 연내 새로 채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국내 매장은 약 1600개입니다. 당장 점포당 한 명 씩 인원을 늘려주겠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더해 임금 체계를 개선하고 과도한 프로모션에 따른 문제 등을 해결해나갈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새로운' 시작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은 이런 문제들이 오랜 기간 쌓이고 쌓였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터질 게 터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배구조가 바뀌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17.5%를 추가로 인수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죠. 이 소식은 지난 7월 말 알려졌습니다. 이후 두 달 만에 '사달'이 난 겁니다.

스타벅스의 지배구조가 바뀐 것과 이번 트럭 시위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습니다. 파트너들의 지적대로 불만은 오랜 기간 쌓여온 겁니다. 스타벅스의 잦은 이벤트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고요. 직원들에 대한 처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스타벅스코리아가 새롭게 첫걸음을 내디딘 시점에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는 점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시기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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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스타벅스코리아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올해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매장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장을 130개가량 늘렸고, 올해 역시 100개 이상 점포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파트너들은 이 정도로 성장했으면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외쳤습니다. 더 곪았다가는 손 쓰지 못할 정도로 망가질지 모른다며 회사에 손을 내민 건지도 모릅니다. 정치권이 내민 손을 거절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 일 겁니다. 아직 스스로 정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겁니다.

다행히 회사 측에서도 파트너들의 요구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TF 등을 통해 더욱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과연 파트너들의 손을 제대로 잡아줄 수 있을까요. 스타벅스코리아의 새로운 발걸음이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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