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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저축은행 PF 7년새 4배 넘게 급증… ‘제2저축은행 사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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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근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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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자 저축은행들이 ‘돈이 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몰두하고 있다. 2014년 상반기 기준 1조7000억원이었던 저축은행 부동산 PF 규모는 7년 만에 4.5배가 늘어나 올해 상반기 7조8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지금보다 금리가 더 오르고 부동산 자산 가격이 급격한 조정을 받을 경우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저축은행 부동산 PF는 지난해 말보다 9000억원 늘어난 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PF 대출은 차주(借主)의 신용이나 담보를 보고 빌려주는 일반 대출과 달리, 특정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평가해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자금을 내준 금융사는 해당 사업을 진행해 얻은 수익을 먼저 되돌려받는 형태로 채권을 보전한다.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주춤했다가, 2014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2019년 6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말에는 6조9000억원으로 불었다. 올해는 6개월 동안 9000억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늘었던 금액과 같다. 갈수록 잔액 불어나는 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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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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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까지만 해도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은 부동산 경기 호황에 맞춰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 멀티쇼핑몰 같은 상업단지에 수백억 단위로 집행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5층 이하 2개동 규모 빌라나 도시형 생활주택에 속하는 신축 다세대주택, ‘꼬마 빌딩’으로 불리는 상가 건물, 10층 안팎 20~30세대짜리 오피스텔 등으로 주요 대상이 바뀌었다. 모두 대출 규모가 30억원에서 최대 50억원 수준인 물건(物件)이다.

더케이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한 2019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도시형 생활주택 가격이 오르자 시중은행보다 금리는 높지만, 적은 금액을 낮은 신용도로도 빌릴 수 있는 저축은행 건설자금대출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며 “이후 올해까지 부동산 시장이 전국적인 호황을 이어가자 꼬마 빌딩이나 오피스텔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건축자금 관련 대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물건은 사업에 들어가는 절대적인 투자 규모는 주상복합이나 쇼핑몰보다 현저하게 적다. 대신 그만큼 부동산 시장 변화에 민감하다. 몸집이 작은 만큼 경기가 좋으면 매수세가 한꺼번에 몰렸다가, 경기가 식을 경우 인기가 한꺼번에 빠진다.

실제로 지방 부동산 경기 흔들리기 시작하자,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건전성도 같이 흔들렸다. 저축은행 업무 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관련 연체율은 2019년 말 2%에서 지난해 말 2.3%로 0.3%포인트(P) 높아졌다.

부실자산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2.2%에서 2.4%로 0.2%포인트 상승했다. 잠재적인 위험을 평가하는 지표에 해당하는 요주의여신(총여신 중에서 1~3개월 연체한 채권) 비율도 12.9%에서 18.3%로 5.4%포인트 증가했다.

유동수 의원은 “부동산 PF 대출은 부동산 프로젝트를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라,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부실 위험이 커진다”며 “현재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어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PF 대출 건전성을 꾸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주요 저축은행들은 이미 PF 딜 초기 단계부터 해당 딜(deal)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거나, 외부에서 부동산 금융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는 식으로 우발채무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며 “지난해 저축은행 업계 요주의여신비율이 증가한 이유는 지방 부동산들이 경기 침체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축주들의 대출 상환 여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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