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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다가오는 고(高)인플레이션 시대, 아파트 시장 진정시킬까 기름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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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필두로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도 인플레이션이 부동산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오히려 뜨거운 아파트값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선비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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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지난 15일 ‘최근 경제동향’ 10월호에서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제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및 공급망 차질 등으로 회복 속도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히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 등으로 낮았던 물가가 올해 물가 상승 요인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국제유가, 환율 등을 보면 상방 압력이 좀 더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 3%대 상승까지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은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은 통화당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만들어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죄기 시작하면서 금리가 오르고 대출이 끊기자 아파트값 오름세가 둔화되고 있는 통계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흐름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인플레이션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와 단기가 다르다”며 “장기에는 물가 상승에 대한 보상으로 부동산값도 오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금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아파트값 상승 역시 저금리가 주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며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시장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예측하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부동산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돈의 가치하락을 헷징(hedging)하는 수단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는 내년까지 물가 상승이 오히려 강한 아파트값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인플레이션 조짐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주택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 11일 골드만삭스는 자체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미국의 집값이 오는 2022년 말까지 16%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자재난·인력난으로 인한 공급 부족과 함께, 자금 여력이 충분한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돈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주택 매수에 나서는 수요 요인을 꼽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인플레이션은 본질적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실물자산 가치가 오르는 현상”이라며 “부동산은 실물 성격이 가장 확실한 자산 중 하나인 만큼, 고(高)인플레이션 시대에는 헷징 수요로 포트폴리오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금리와 상관없이 대출의 건전성·총량 규제가 워낙 강해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오르더라도 부동산 가격 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주택 가격은 결국 땅값과 인건비, 건자재값, 공사 기간 영업이익률 등의 총합이라고 봐야 한다”며 “때문에 물가가 오르면 집값도 오르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산식에서도 물가상승분은 ‘정당한 상승’으로 간주해 별도로 고려한다”면서 “인테리어·리모델링 비용도 모두 오르는 시기에 집값만 오르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절충론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은 집값이 떨어질 요인이 전혀 없어 인플레이션으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급격히 올리지만 않는다면 집값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고인플레이션 시기는 자산시장에 돈이 몰린다는 게 교과서적 설명이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 시장에서 중·장기적인 상승 동력을 어떻게 얻을지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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