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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선은 다가오는데…대전·충남 “찍을 후보가 없네” 냉담한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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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고발 사주’ 정쟁 격화에 “누가 더 뻔뻔한지 뽑는 선거”

여야 모두 유력후보 도덕적 문제로 곤혹…유권자 정치 불신 커져

뉴스1

이재명·윤석열·홍준표(왼쪽부터), 이 세 인물 중 한 명이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가?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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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최일 기자,최현구 기자 = 내년 3월 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찍을 만한 인물이 없다”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대전·충남 유권자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충청권이 역대 대선에서 당락을 가르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은 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충청인들의 특성과 맞물려 결코 새롭지 않은 정치권의 명제인데,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유독 마음 줄 곳을 찾지 못하고 정국의 추이를 지켜보는 지역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정권 연장이냐, 정권 교체냐’에 대한 의중은 드러내면서도 특정 후보를 놓고는 선뜻 지지 표명을 하지 못한 채 비판적 입장에 선 대전·충남 지역민들이 많다는 의미다.

이는 ‘대장동’과 ‘고발 사주’로 대표되는 여야 유력후보를 둘러싼 거센 논란 속에 정국이 혼란 그 자체이고, 뿌연 안개가 낀 듯한 대권 시계(視界)에 상당수 유권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4기 민주정부를 이끌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 측의 무효표 처리 오류로 인한 이의 제기로 경선 불복 내홍을 겪은 후폭풍이 가시지 않아 당의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까지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업체 ‘화천대유’ 특혜 의혹에 연루된 이 지사가 낙마하고 집권여당의 후보가 교체될 것이란 설까지 나돌며 아직 안정된 진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예비후보가 내달 5일 최종 경선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위 자리를 놓고 윤석열·홍준표 두 검사 출신 신인 정치인, 베테랑 정치인의 각축 속에 유승민·원희룡 예비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정권 교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데, 유력후보들의 도덕성 문제와 경험·경륜 부족, 각종 실언과 막말 등이 본선 무대에서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

어찌됐든 현재로선 이재명·윤석열·홍준표, 이 세 인물 중 한 명이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아직까지 진보-보수 진영 중 어떤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지, 어느 인물에게 충청 표심이 몰릴지 가늠하기 힘든 형국이다.

대전의 40대 직장인 구모씨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그런지 후보 선출도 늦어지고, 대선 후보들이 등장하는 뉴스에선 연일 ‘대장동이 어떻다’, ‘고발 사주가 어떻다’ 떠들어대면서 여야가 서로를 욕하기에 바쁘다. 국민들을 어떻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줄 것인지는 사라진 것 같아 화가 난다. 싸움박질만 하는 정치권의 모습에 진절머리가 난다”라고 말했다.

전직 공무원인 60대 대전시민 박모씨는 “이번 대선은 마치 누가 더 범법자인지, 누가 더 뻔뻔한지를 놓고 경쟁하는 선거 같다”라며 “여야를 떠나 현재 거론되는 유력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실망스러운 게 많다. 한마디로 찍어주고 싶은 사람이 없다”라고 단언했다.

천안 청수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각 당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서로 싸우기만 하는 것 같아 보기가 좋지 않다”라며 “본선 주자가 모두 가려져야 더욱 관심 있게 이번 대선을 지켜볼 것 같다”라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라는 20년째 민주당원인 천안시민 윤모씨는 “아직도 경선 결과가 믿어지지 않는다. 뭔가 석연치 않다. 당내에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하다”라며 뒤숭숭한 당의 공기를 체감케 했다.

천안 쌍용동에서 휴대전화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김모씨는 “이재명 지사가 화끈하고 카리스마가 있어 마음이 끌린다. 제 또래 중에는 이 지사에게 호감을 갖는 친구들이 꽤 있고, 저 역시 지지 후보를 바꿀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 지사에 대한 확고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아산 순천향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송모씨는 “학교에서도 친구들끼리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대장동 사건은 젊은 세대에게도 큰 관심거리로, 이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내년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안 중앙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이모씨는 “천안·아산의 젊은 사람들이 무조건 민주당을 밀 것이란 공식에 분명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치고 현 정부에 불만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KTX 천안아산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양모씨는 “개인적으로는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먹고살기 바쁜데 누가 대통령이 되든 뭔 상관이냐. 별로 관심이 없다”라며 “손님들 중에는 현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전했다.

내포신도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친 고향이 충남 공주라고 들었는데, 대선 때마다 ‘충청대망론’을 말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이뤄지지 못해 아쉽고, 이번엔 충청도 대통령이 배출되길 기대한다”라며 사실상 윤 전 총장 지지를 드러냈다.

지난 14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별세로 지역 정가에선 고인이 못 이룬 미완의 꿈 ‘충청대망론’이 더욱 화두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 전 총리의 고향 청양 출신인 유권자 강모씨는 “과거 충청도 출신들은 2인자로만 살아왔다. 김종필·이회창·이완구·반기문·안희정 등 여러 충청 정치인들이 큰 뜻을 품었지만 결정적일 때마다 뒷심 부족을 드러냈고, 지역이 분열했다. 내년에는 꼭 충청도가 합심해 충청도 대통령을 만들어내면 좋겠다”라며 윤 전 총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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