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스텔란티스 손잡은 LG엔솔, 북미 발판 '세계 제패' 노린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판매 4위 완성차그룹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사(JV)를 설립한다. 북미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하고, 이를 발판삼아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 JV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JV 들어설 곳은 미정이다. 미국 내 유력 후보지를 선정하고 최종 검토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2분기 착공해 2024년 1분기 중 생산이 목표다. 연간 40GWh의 배터리 셀·모듈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JV가 생산된 배터리는 스텔란티스 미국·캐나다·멕시코 공장에 공급된다. 스텔란티스 산하 주요 브랜드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올 1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크라이스슬러·피아트·마세라티·지프·씨트로엥 등 14개 브랜드를 거느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까지 총 3개 완성차업체와 JV를 설립했다. 앞서 GM·현대자동차 등과 각각 미국·인도네시아에 배터리 JV를 신설했다. GM에 이어 스텔란티스와 JV를 설립하게 됨으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3대 완성차 브랜드(GM·포드·크라이슬러) 중 2곳과 협력 관계를 마련하게 됐다.

스텔란티스는 출범 당시 크라이슬러를 북미를 대표할 그룹의 브랜드로 지목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CATL 등 중국 배터리업계의 미국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단계에 발맞춰 시장선점 효과를 누리게 됐다"고 의의했다.

LG와 손잡은 스텔란티스는 지난 7월 진행된 'EV DAY' 행사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 전환에 300억유로(약 4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유럽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70%, 미국 판매의 40% 이상을 전기차 라인업으로 채울 방침이다. 향후 4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14개 전 브랜드는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스텔란티스가 북미시장 공략을 위한 배터리 JV 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서는 추측이 난무했다. K배터리가 파트너가 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가장 유력시되는 곳은 삼성SDI였다. 스텔란티스가 실제 선택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이번 JV로 스텔란티스는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이 가능해졌으며, LG는 배터리 경쟁력을 입증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연 15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스텔란티스 JV 40GWh ▲GM JV 1공장(오하이오주) 35GWh ▲GM JV 2공장(테네시주) 35GWh 등 JV를 통해서만 연 110GWh 이상 생산하고, 40GWh는 미시건주 홀랜드 공장과 독자적인 신규투자를 통해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연산량 150GWh는 북미 최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SK온과 같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을 포함해 한국·중국·유럽(폴란드)·인도네시아 등 5각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5개 거점지역의 생산공장만 9개다. 글로벌 5각 생산체제는 업계 최초·최다규모다. 대륙별 거점 생산을 통해 물류비용을 최적화하고 현지 정책 및 시장변화를 빠르게 포착해 신속하게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글로벌 선두주자로서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북미를 기반으로 한 강화된 파트너십과 거점별 생산체제 구축은 LG에너지솔루션이 CATL과 치르게 될 세계 1위 경쟁에서도 든든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1위는 CATL(30.3%)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4.5%로 2위에 올랐다. 이들과 '글로벌 빅3'를 구축했던 3위 파나소닉 점유율은 13.3%다. 사실상 CATL·LG에너지솔루션 양강 체재로의 개편이 이뤄진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각각 23.4%와 23.0%였다. 상반기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점유율 역전과 격차 확대는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중국 전기차 시장이 반등하고, 내수중심의 영업을 이어 온 CATL이 유럽 시장 판로개척에 속도를 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지역 투자가 양산으로 이어지는 시점에 발맞춰 CATL과의 격차를 좁혀 세계 1위 자리를 재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업계 최다인 5각 생산체제와 북미투자 등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에는 생산설비의 자동화·정보화·지능화가 적용된 스마트팩토리 형태를 구축할 계획이다"면서 "증가하는 고객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주요 대륙별 생산 인프라 강점 및 양산 노하우, 차별화된 기술경쟁력 등을 기반으로 '배터리 리더십'을 공고히 할 방침"이라고 시사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스텔란티스와 JV 설립은 2014년 크라이슬러 '퍼시픽카' 배터리 납품으로 시작된 두 회사의 오랜 협력 관계에 있어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이정표다"면서 "양사의 선도적인 기술력 및 양산 능력 등을 적극 활용해 북미 시장에서 고객에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배터리 솔루션 업체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이번 JV는 스텔란티스가 전동화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EV DAY에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새로운 표준이 될 효율성·열정을 담은 전기차로 업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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