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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IT]애플 '배짱 AS' 못 참겠다…"고쳐 쓸 권리" 얻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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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 A씨는 2019년 아이폰XS 구매 당시 유상보험 프로그램인 '애플케어 플러스'에 가입했다. 보증기간이 끝나지 않은 지난해 9월 액정이 깨져 공식 서비스 센터에 방문해 AS를 요구했다. 애플은 애플케어 플러스를 포함한 모든 보증적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A씨가 무단으로 아이폰을 개조했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무단변조를 한 적도, 사설 센터에서 수리를 받은 적도 없고 고가의 보험서비스에 가입했는데도 수리받을 수 없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분쟁으로 이어졌다.

최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수리받을 권리(Right to Repair)'가 주목받고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는 늘어나는데 수리비가 지나치게 비싸거나 부품이 없어 작은 고장조차 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자 제조업체들에 수리권 보장을 요구하는 여론이 미국·유럽에 이어 한국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17일 IT(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형 스마트폰 성능의 상향 평준화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수리권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평균교체 주기는 3년7개월로 전년 대비 3개월 늘었다. 2010년 초반 2년 안팎에 불과했는데, 10년 새 두배 가까이 길게 쓰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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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13 시리즈 판매가 시작된 8일 서울 강남구 Apple 가로수길에서 고객들이 아이폰13을 살펴보고 있다. 2021.10.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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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리점이용하면 제품 보증기간 무효...이유없이 수리 거부도"

스마트 기기가 튼튼해진 만큼 작은 고장은 수리해서 오래 쓰려는 수요가 많아졌지만, 정작 공식 서비스 센터는 불분명한 이유로 수리를 거부하거나 고가의 수리비를 부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선 제조사마다 비용이 제각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부의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애플의 액정파손 수리비용은 평균 39만6000원으로, 삼성전자(16만4000원)보다 두 배 가까이 비쌌다. 특히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은 악명이 높다. 공식 서비스센터에서만 AS를 받도록 했고, 소비자가 직접 수리하거나 사설 수리점을 이용하면 제품 보증기간을 무효 처리한다.

공식 AS센터에서도 수리는 쉽지 않다. 김 부의장이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애플 단말기 관련 피해구제 자료를 살펴본 결과, 아이폰·아이패드 제조사인 애플은 고장 사례마다 수리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이 그때그때 달랐고, 수리 불가 결정의 근거조차 대외비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수리 맡긴 제품을 '애플 정책'을 이유로 돌려주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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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삼성전자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가 진열돼 있다. 2021.9.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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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원하면 수리받게 해줘야" 수리권 논의 확산

'수리받을 권리' 관련 법 제정 움직임은 이미 미국·유럽 등에서 시작됐다. 프랑스에선 최근 특정 전자기기에 수리가능성 지수를 표시하는 내용의 법을 마련했다. 영국도 올해 7월 일부 전자기기에 대한 예비 부품을 7년 또는 10년 동안 제공하도록 하는 수리권법을 시행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제조업자가 소비자에게 AS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미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부터 도매가 99달러(약 11만원 이상 기기에 대해서는 3년, 그 이상 가격인 기기는 최대 7년까지 수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 문서와 부품 등을 수리업체에 제공하도록 했다.

수리받을 권리는 환경문제와도 연결된다. 스마트 기기를 고쳐 쓰면 그만큼 전자 폐기물을 줄일 수 있어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유엔대학 등이 공동 발간한 '글로벌 전자 폐기물 모니터 2020'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에 버려진 전자폐기물은 5360만톤에 달했는데, 이는 5년 전보다 21% 증가한 규모였다. 또 오는 2030년에는 전세계 전자폐기물이 연간 7400만톤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유럽환경국은 유럽 내 모든 스마트폰 수명을 1년 더 연장하면 2030년까지 매년 21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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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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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리권 보장' 논의, 이제 시작..."사설업체서 정보유출" 우려도

수리권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설업체의 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이나 안전사고 등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논리다. 업계에선 사설업체가 수리 관련 정보와 프로그램을 제공받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와 영업비밀 유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공식 제조업체가 아니면 내부를 분해하기 쉬운 구조가 아니다"라며 "수리 편의성까지 고려해 제품을 설계하면 지금보다 무게가 늘어나거나 디자인이 달라질 수 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 선택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국내의 수리권 논의는 발을 뗐다. 김상희 부의장은 지난달 휴대폰 수리권 보장법(단말기 유통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합리적 이유 없이 스마트폰 수리에 필요한 부품·장비 등의 공급·판매를 거절하거나 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게 골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수리업체를 늘리고 사설업체에 수리정보 제공을 보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제품 설계 단계에서 수리와 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한 디자인을 어떻게 적용할지, 충전기 등 부속품 수명은 얼마나 늘릴지 등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전자기기 전반에 대한 수리권 도입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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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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