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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코로나 1년8개월, 기업이 바뀌었다…돌이킬 수 없는 변화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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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산업현장 변화들, 위드코로나 앞두고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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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2월 서린동 SK그룹 본사 사옥에서 보안요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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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는 지방에서 시작해 서울로 치고 올라왔다. 2020년 1월부터 지방 현장을 시작으로 확진이 이어졌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생산품목을 가리지 않고 공장이 멈췄다. 이어 서울 본사에도 속속 확진자가 발생했다. 재계 굴지 기업들이 본사를 둔 건물들이 하나 둘 소개됐고 결국 광화문이 통째로 셧다운됐다.

#.광화문 인근 서린동에 본사를 둔 SK그룹이 1층 자동회전문을 멈추고 손으로 문을 돌린건 상징적 장면이었다. 보안요원들이 회전문을 멈추고 서서 한 사람 한 사람 손목 열을 모두 확인했다. 열화상카메라에만 의존하다가 방역이 뚫리면 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절박한 선택이었다.

#.비상방역이 자리를 잡아가던 그때 부품 재고난이 다시 기업의 발목을 잡았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던 '와이어링 하네스(자동차 전장용 전선꾸러미)' 수입이 뚝 끊기면서 완성차 생산에 완전 제동이 걸렸다. 팬데믹(전세계적 전염병 확산)에 따른 국경봉쇄가 산업계에 얼마나 직접적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모두가 절감했다.

그로부터 1년8개월여. 정부의 '위드코로나(코로나19 완전종식 이전 공존 준비과정)' 시행을 목전에 둔 재계 분위기는 코로나 이전과 여러가지 면에서 전혀 달라졌다. 소재와 부품에 대한 권역 내 공급 필요성이 커진다. 성공적인 재택근무 시행에 힘입어 일하는 방식 변화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격리를 거치며 글로벌 시장 전반에 친환경적 기조가 그 어느때보다 강해진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대전환 속도는 더 빨라진다. 산업계에 가장 큰 변수다. 기업들의 사업구조 개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글로벌 산업 현장의 돌이킬 수 없는 변화들이다.


와이어링하네스부터 반도체까지, 서플라이 맵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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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코나와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란으로 7일부터 14일까지 휴업에 돌입했다. 사진은 7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 모습. 2021.4.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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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링하네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초반을 대표하는 단어다. 차 내부 전자장치를 연결하는 전선뭉치 격인데 제조사는 한국이지만 공장은 중국에 있다. 춘절 명절기간 동안 멈췄던 공장에 코로나19가 덮치면서 가동이 무기한 중단됐다. 중국발 부품 수입이 중단되면서 현대차와 기아, 쌍용, GM 등 완성차 공장이 연이어 멈춰섰다. 원가절감을 위해 생산설비를 중국으로 옮겼다가 홍역을 치른 셈이었다.

와이어링하네스의 교훈은 차량용반도체로 이어진다. 코로나19로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여파로 현대차는 물론 도요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연이어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3분기까지 차량을 정상 생산하지 못한 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 내부 개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부품 서플라이 체인이 근본부터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COO(글로벌운용책임자)는 최근 외신을 통해 "반도체 제조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개발을 원한다"고 말했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한국을 잇는 부품 공급망이 셧다운될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적재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재고량을 늘리고 필수 부품들은 국내 생산을 확대하는 등 제조업체들이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연근무 강제테스트, 재택해도 문제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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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은 밤 9시 이후로 식당과 영화관, PC방, 이·미용업, 오락실, 대형마트·백화점, 놀이공원 등 주요 다중이용시설 운영이 제한된다. 또 직장인과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외출과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택근무 및 원격수업이 확대되고, 학원(교습소 포함) 운영이 금지된다. 또한 스포츠 관람은 '무관중 경기'로 전환된다. 2020.12.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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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이미 대세가 됐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나 화상회의가 보편화됐다. 반신반의하던 기업들은 이제 전원 출근 상황에 대비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원격근무를 준비하고 있다. 출근근무와 재택근무 비율을 조정하는 사례는 확인되지만 의무 출근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선택적 근로 테스트가 사실상 강제로 이뤄진 셈이다.

한 중공업 대기업 관계자는 "그룹 공개채용을 앞두고 있는데 직원들이 원할 경우 상시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해야 인재들이 몰릴거라는 말이 회사 내에서 나온다"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근로환경이 달라졌고, 그런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많이 유연해졌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글로벌 톱 에너지기업 한국법인 관계자는 "수십명 규모 사무실이 운영 중이지만 아직 완전재택근무 상태"라며 "한국 정부가 위드코로나를 선언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만큼 인력 운영 방법을 바꿀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친환경 탄소중립 절박과제 급부상, 후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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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그린뉴딜 엑스포' 개막식에서 참가자들이 현대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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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산업계를 관통하는 가장 큰 변화는 탄소중립을 가운데 둔 에너지 대전환에 대한 절박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코로나로 인한 격리와 단절은 개인 모빌리티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화석연료 사용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전세계적 우려도 확산됐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공포도 커진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산업적 회복이 과거의 문법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데 글로벌 국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때를 같이 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주도 탄소배출 감축 목표 설정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에 동참해 기존 계획 대비 강화된 탄소배출 규제 방안을 내놨다. 말 그대로 불가역적 변화다. 마이클 그럽 UCL 교수는 "탄소배출 문제는 한 번 정착하면 후퇴하는 법이 없다"며 "탄소배출권 시장(ETS)도 빠른 속도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기민하게 움직인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대책을 속속 도입하는데 이어 수소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구조 전환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와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SK의 그린수소 생산계획, LG의 이차전지(리튬이온이차전지) 생산 확대 등이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를 잇는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던 선진국들의 탄소중립 장벽 움직임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노골적·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만큼 뭔가 다른 사업을 찾아 구체화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절박감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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