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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서울시는 ‘시민사회 죽이기’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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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잘못된 ‘서울시 바로 세우기’

한겨레

[왜냐면] 임정근 경희사이버대 NGO사회혁신학과 교수

온 나라가 대선 후보 선출을 둘러싼 의혹과 상호 비방으로 어지럽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한편에서는 정의의 이름을 빌려 당당하다 못해 ‘무지막지한 말 폭탄’이 불꽃놀이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민사회 관련 발언이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내세우면서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시민사회 죽이기’라는 화염방사기를 흔들고 있다.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사건에 묻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오 시장의 문제적 발언들을 간단히 살펴보자.

오 시장은 지난 9월13일 서울시가 지난 10년간 해온 민관협치 사업을 비판하면서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에이티엠(ATM)기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가 지난 10년간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에 지원한 금액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된다”며 “그 액수가 모두 낭비됐다는 건 아니지만 집행 내역을 일부 점검해보니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야말로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 나아가 같은 달 16일 ‘서울시 바로 세우기, 가로막는 대못’이라는 주제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임 시장이 박아놓은 ‘대못’ 때문에 잘못된 것에 대한 시정조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들은 우리나라 시민사회의 역사에 길이 남을 어록이 될 것 같다. 서울의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온 모든 시민들과 시민단체를 싸잡아 서울시의 ‘곳간을 턴 범죄자’로 매도한 격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 스스로도 “전체 액수가 모두 낭비가 된 것도 아니고 집행 내역의 일부만 점검했다”고 했으면서도, 마치 1조원이 시민사회에 마구 쏟아진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에이티엠기” “시민단체형 다단계”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남용한 그의 발언으로 인해, 법과 규정에 따라 지원을 받았던 중도·보수·진보를 망라한 수많은 시민단체는 하루아침에 시 예산을 뽑아 쓴 무도한 약탈자가 돼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임 시장은 그것을 대못을 쳐가면서 보장해준 인물로, 서울시의회는 그 대못 제조를 방조해준 공범자가 되었다.

도대체 오 시장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많은 시민들은 오히려 그의 폭력적인 시민사회 비판이 민주 시장으로서의 공정한 판단에 기초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오 시장의 시민사회 비판 논리는 그 기초부터가 모순투성이다. 그가 문제 삼았던 지원금은 시민과 시민단체가 서울시와 자치구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조정·수행하는 일들과 관련돼 있다. 시민단체들이 그런 공익적 활동을 할 때 모두 공짜로 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는 시민들의 공익 활동도 정당한 대가와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일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시민단체의 참여와 제안을 통해 많은 시정 개선이 이루어진 부분은 왜 언급을 하지 않는가?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청계천 복원, 수많은 자원봉사와 복지 활동, 지역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주민자치 등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성과들이 모두 시민사회가 이루어낸 결실이라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오 시장은 이제라도 시민사회 전체를 범죄자로 몰아간 최근 발언에 대해 정중한 사과와 해명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공정한 평가와 토론을 거쳐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민주 시장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화염방사기를 들지 말고 횃불을 들기 바란다. 그러자면 자신부터 진실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또 시민과 시민사회에 주권자로서의 권능과 역량을 보장하겠다는 선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의를 빚어온 일부 시민단체들에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을 통해 다시 시민과 공익을 위해 희생하던 초심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시민사회는 힘을 합쳐 그 누구보다도 투명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공익 활동에 필요한 자원과 제도를 당당하게 성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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