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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고령 미접종자들 “부작용이 더 겁나”…‘설득’ 숙제 받아든 위드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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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접종자 500만명: 그들은 왜 백신을 꺼리나 ①

고령층 10명 심층인터뷰…“집 밖 안 나가면 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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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 시작될 ‘단계적 일상 회복’은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의미한다. 그 불안한 공존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꼭 필요하다. 접종완료자는 감염돼도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관건은 미접종자다. 18일 0시 기준 18살 이상 미접종자는 539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을 접종으로 이끌려면 먼저 접종 거부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한겨레>는 60살 이상 고령층 10명과 청장년층 10명 등 20명의 미접종자를 심층 인터뷰해 접종을 거부한 이유를 첫 회에 게재하고, 2~3회에서는 이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짚어봤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미접종자는 모두 가명으로 등장한다.


61살 독신 “외출 안해 백신패스 불이익 없다”


양희철(61)씨는 서울 회현동에 홀로 살고 있는 집을 ‘벙커’라고 불렀다. 외부자가 집에 들어오려면 대문과 부엌문, 방문을 거쳐야 하는데, 집에만 있으면 사람과 마주할 일이 거의 없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여서 인근 복지관에서 아침 도시락을 가져다준다. 점심과 저녁은 사람 없는 새벽 시간을 골라 장을 본 뒤 직접 해 먹는다. 양씨는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생각이 없다. 올해 초 발치를 하면서 마취 주사를 맞았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고, 방송 뉴스 등에서 접종 부작용 사례를 보고 두려움도 생겼다. “정부가 책임진다더니 사고가 나면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더군요. 저는 아플 때 의지할 가족이 없으니 무연고자로 죽으면 인생이 너무 억울하죠. 술과 담배도 안 하고, 친구들도 집에서 만나니까 카페나 식당 갈 일이 없어서 백신 패스로 제한해도 문제없어요. 접종하면 돈을 준다고 해도 목숨하고 직결된 건데 돈으로 해결이 되겠어요?”

양씨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는 이유’는 <한겨레>가 9월30일~10월14일 심층 인터뷰한 60살 이상 고령층 미접종자 10명이 들려준 이야기와 공통분모가 많다. 이들 고령층 미접종자 대부분은 기저질환이 있어 고위험군이면서도, 선뜻 접종에 나설 의사가 없었다. 주변에서 보고 들은 백신 부작용에 민감한데다, 부작용 피해자가 되더라도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사회생활이 활발하지 않은 탓에 ‘셀프 격리’로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정부가 11월 초 시행될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차질 없이 준비하려면 감염 가능성도, 감염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큰 고령층 미접종자들을 더 접종해야 하지만, 이들을 설득하는 일은 녹록지 않아 보였다.

10명 중 7명 “부작용 땐 경제부담”


정부로부터 코로나19 인식조사를 의뢰받은 한국리서치가 만 18살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접종 거부자는 5% 정도다. 60살 이상 고령층 거부자는 전체의 3%였다. 접종 거부자들이 접종을 망설이는 이유(중복 응답)로는 77%가 ‘접종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백신의 효과를 믿을 수 없어서’(66%), ‘기본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아서’(41%)가 뒤를 이었다. 8월 둘째 주와 견주면, ‘접종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와 ‘백신의 효과를 믿을 수 없어서’라는 응답이 10%포인트 안팎 늘었는데, 이는 접종을 망설이던 이들이 하나둘씩 접종을 택하게 되면서 남아 있는 백신 불신층 비율이 더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겨레>가 인터뷰한 10명 가운데 8명도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접종 거부의 이유로 꼽았다. 이들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상황인데 ‘부작용이 생기면 정부의 도움을 못 받으니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부작용 생겨도 치료비 오롯이 개인 몫”


충남 당진에 사는 강미숙(67)씨는 최근 백신을 맞지 않기로 마음을 굳히고 매주 나가던 성당도 발길을 끊었다.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는 세살 어린 여동생이 접종 열흘 뒤부터 다리를 절뚝거리게 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처음에는 어깨가 찢어질 듯 아프더니 통증이 허리를 거쳐 다리로 내려왔다. 뇌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촬영)를 찍었더니 뇌혈관이 부풀어 있었다. 결국 지난달 뇌혈관 수술을 했지만, 다리는 회복되지 않았다. 의사는 원인을 모른다고 했고, 정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집이랑 밭만 왔다 갔다 하면 되고, 깡촌이라 외부에서 오는 사람도 없어요. 멀쩡하게 일 잘하다가 그렇게 된 거니 백신 말고는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검사비 300만원이랑 수술비 1500만원이 오롯이 동생 몫이 됐어요. 백신 맞고 차라리 죽으면 다행이지, 장애라도 생겨서 자식들 고생시키면 안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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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아트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반응을 확인하고 예방접종증명서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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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살 전직 교수 “후유증 생기면, 자식에 폐”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다 정년퇴임한 이강원(68)씨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2005년 폐렴 진단을 받은 뒤 건강 염려증이 생겼다. 접종을 위해 의사 설문조사 결과를 유심히 지켜봤는데, 접종을 권하지 않는 의사가 30%나 됐다. 전문가들도 그러는데 과연 백신이 안전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백신이라고 해도 균이 폐에 들어오면 약한 폐가 더 악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통 집에 머물면서 책을 읽거나 연구를 하고, 연구를 위한 회의도 비대면으로 할 수 있으니 외부와의 접촉도 최소화할 수 있다. “뇌전증을 앓고 있는 아내와 자식들을 생각하면 ‘가장으로서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정부가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소극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접종으로 중환자가 되면 온 집안에 부담을 주게 될 텐데 그럴 수는 없지요.”

“기저질환 있는데…의사마다 접종하라, 말라”


인터뷰이 중 3명은 의료진에게 직접 ‘접종받지 말라’는 권고를 받았다. 경기 김포에 사는 박찬희(78)씨는 심부정맥혈전증, 직장암, 전립선암 등으로 세차례 수술을 했다. 녹내장과 고지혈증, 이석증으로 매일 아침 먹는 알약만 18개다. 일과 대부분이 순환기내과와 정형외과, 소화기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등 ‘병원 투어’일 정도다. 자신을 국경일마다 태극기를 철저히 꽂아놓는 애국자라고 강조한 박씨는 “정부 방침에 따르고 싶지만, 흉부외과에선 맞지 말라고 하고, 순환기내과는 맞으라, 소화기내과와 정형외과에선 ‘왜 나한테 묻냐’고 해요. 그런데 저를 수술해서 가장 몸을 잘 아는 흉부외과 의사가 맞지 말라고 하니 맞을 수가 없지요.”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지선(65)씨는 6년 전 정형외과에서 퇴행성 관절염 주사를 맞고 쇼크가 온 적이 있다. 심장이 빨리 뛰면서 호흡이 어려워졌다. 그 뒤로는 진통제만 먹어도 어지럼증이 생겨 아플 때는 한의원에 가서 뜸을 뜬다. “혹시 또 쇼크가 올까 싶어서 내과에 물어보니 안 맞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정부·언론·서양의학 불신도


정부와 언론 및 의학에 대한 불신, 여기서 비롯된 신념에 따라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보수 성향 광화문 집회에 자주 나가는 고수경(67)씨는 주로 유튜브에서 백신 정보를 얻는다. 그는 “태극기 집회를 못 하게 하려면 확진자가 많아야 하니까 코로나19 검사를 늘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를 보면 학생 30명이 백신을 맞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영상이 있어요. 방송 뉴스에는 나오지 않죠. 미국에서 어떤 여성이 백신을 맞았는데 거기 빛을 비추니 칩 같은 게 있더라고요. 그게 악마의 표지인데, 접종받으면 천국에 못 가게 되는 거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라고 밝힌 박우태(65)씨는 정부 방역지침은 신뢰하지만 서양의학에 대한 사람들의 맹신이 탐탁지 않다고 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충남 홍성으로 귀농한 박씨는 약에 의존하면 내성이 생겨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결국 번잡한 생활을 하지 말라는 거거든요. 우리 기업은 사람을 쉬지 못하게 만드니까 약을 먹거나 백신이라도 맞고 일을 해야겠지만, 저는 사람은 안 만나면 되고 아프면 쉬면 되니까요. 백신 패스로 어떤 불이익을 줘도 다 받아들일 용의가 있습니다.” 권지담 김지훈 이재호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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