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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정책발언대] 더 좋은 플랫폼 일자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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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석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

이투데이

지난 주말 점심 휴대전화기를 열어 배달앱으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해 먹고, 호출한 택시를 타고 재능 나눔 플랫폼에서 연결해 준 분을 만나 피아노 강습을 받았다. 이날 이용한 다섯 개의 플랫폼은 나의 평범한 삶에 녹아든 서비스와 일자리였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기만 열면 되는 편리함 뒤에는 플랫폼을 통해 연결된 수많은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 2월 100여 개국의 실태를 조사한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플랫폼 종사자가 10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는 이를 가속화했다. 우리나라의 플랫폼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7.6%인 179만 명에 달한다.

플랫폼 산업은 변화하는 고객의 수요에 유연하게 맞춰 나가는 장점이 있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볼 수 있다.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는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 고용안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올해 7월 지극히 불가피한 때 외에는 산재보험을 원칙적으로 적용하도록 했고, 앞으로 전속성 요건도 폐지해 두텁게 보호할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 퀵서비스 기사와 대리운전 기사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시작으로 그 적용 직종을 확대할 예정이다. 플랫폼 기업의 의견을 들어 종사자에 대한 특화훈련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이고 미비한 점이 있다. 플랫폼을 매개로 하는 분들은 다양한 고용 형태로 일한다. 따라서 플랫폼을 통해 일하면서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임금체납 등에 대해 근로감독을 통해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번역가, 강사 등 프리랜서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분들에 대해서는 아직 적절한 제도적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의해 일감이 배정되고, 수수료가 수시로 변동 책정되며, 종종 고객과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종사자들은 이와 관련한 충분한 정보를 알기 어렵거나, 분쟁에 따른 부담을 부당하게 진다고 호소한다.

올해 3월 국회에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은 이러한 분들의 애로를 풀어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은 종사자의 요청이 있으면 일감 배정 기준, 고객평가 기준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수수료 기준 등이 포함된 계약서를 제공해야 한다. 종사자와 고객 간의 분쟁이 발생하면 플랫폼 기업이 나서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노동관계법이 적용되는 근로자에게도 당연하게 적용되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의 우려와 달리 플랫폼 종사자는 독립적인 법적 지위가 되는 것도 아니고, 노동관계법상 보호가 축소되는 것도 아니다.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보호가 신생 플랫폼 기업의 출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플랫폼 산업이 국민의 신뢰와 호응을 얻으면서 건전하고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이 되는 종사자들의 기본적인 권익 보호는 필수라 할 수 있다.

올해 6월 제109차 ILO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형태의 고용 관계가 확산되고 있어, 기존의 노동 보호 체계를 보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이 우리 삶에 보편적으로 함께 있는 점, 플랫폼 종사자가 크게 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플랫폼종사자의 보호를 위한 제도의 마련은 미룰 수 없고, 오히려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국회의 플랫폼종사자 보호법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플랫폼 종사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최현석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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