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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죽으면 관에 간호사복 넣어줘요"…수간호사 3명 37년 사연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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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10월에도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사연을 모십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인생 사진'으로 찍어드립니다.

'인생 사진'에 응모하세요.

'인생 사진'은 대형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https://bbs.joongang.co.kr/lifepicture

photostory@joongang.co.kr

▶8차 마감: 10월 31일

중앙일보

응급실이며, 호스피스 병동까지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37년을 함께한 그들, 천생 간호사입니다. 왼쪽부터 박선진, 이정숙,강영순 수간호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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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병원에서 장루 등을 담당하는

박선진 수간호사의 남편인 김창순입니다.

아내 몰래 사연을 신청합니다.

아내는 내년이면 간호사로서

정년퇴직하게 됩니다.

1985년부터 원자력 병원에 있었으니

올해로 37년째네요.

항상 환자 곁에서,

환자를 위해

지금껏 살아온박선진 수간호사를 보면

자연스레 존경심이 듭니다.

늘 병원과 환자를 맘에 담고 살면서도

시부모를 모시고,

아들 둘 키우며,

제 뒷바라지까지 빈틈없이 해내니

존경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고마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려

아내 몰래 사연을 신청하는 겁니다.

정년을 앞두고

그동안 온 마음을 나누며 함께 해온

동료들과 멋진 기념사진을 남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내의 동료들 또한 병원 내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분들입니다.

응급실이며, 호스피스 병동까지

남들이 꺼리는 일을 하면서도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간호사의 길을 걸어 왔습니다.

오래지 않아 마무리될 간호사로의 길에

인생 사진으로 작은 선물이나마 하고자

사연을 신청합니다.

김창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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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입은 간호사복은 서로 다릅니다만 어릴 적 입었던 간호사복은 같습니다. 그들은 싸이즈가 맞지 않아 입을 수 없는 그 옷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들의 삶이 밴 간호사복이니 간직하고 있는 겁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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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진 수간호사와 동료를 만나러

원자력병원으로 찾아갔습니다.

만나기로 한 곳에 박 수간호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왔습니다.

명색이 사진 찍으려 만나는 자리인데

전혀 화장기 없는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였습니다.

환자의 장루(직장이나 대장, 소장 등의 질병으로 인하여

대변 배설에 어려움이 있을 때 복벽을 통해

체외로 대변을 배설시키기 위해 만든 구멍)

처지를 해주고 오느라 땀을 좀 흘린 겁니다.

이때 옆에서 사연을 신청한

남편이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원래 자신을 안 꾸밉니다.

자신을 챙기기보다 남을 챙기는 사람이에요.”

함께 사진을 찍을 동료는 두 분이었습니다.

동기인 강영순 수간호사,

한해 후배인 이정숙 수간호사였습니다.

이들은 간호 부장, 간호 과장을 다 역임하고

다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십 대 초반에 만나

36~37년을 함께해온 동료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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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각자 다른 분야를 맡고 있지만 이들의 우정은 응급실에서 함께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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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지게 된 계기가

응급실에서 함께하면서부터라고 했습니다.

생명을 다투는 일인 터라

온갖 풍파를 다 겪으며

지금까지 우정을 쌓아 온 겁니다.

그 세월이 자그마치 36~37년인 겁니다.

세 동료에게 물었습니다.

“사실 여기 병원이 암 환자들 많기로

유명한 곳 아닙니까?

그렇다면 제일 험한 일들을 하시는 분들 아닌가요?”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박선진 수간호사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습니다.

이어 강영순 수간호사가 답을 이었습니다.

“남들이 꺼리는 응급실부터 함께 해왔어요.

이 친구와 후배는 늘 남들이 꺼리는 일을

찾아가며 해왔어요.

밑바닥, 허드렛일 찾아가며 하는 친구들이에요.”

이정숙 수간호사도 주저 없이 답했습니다.

“저희가 성격이 다 달라요.

그런데 공통점이 있어요.

우선으로 두는 가치가 환자인 겁니다.

환자 중심, 그 공통점 때문에 셋이 이리

각별해진 거 같아요.

사실 간호사란 게

눈에 보이는 병만 치료하는 게 아니에요.

선진 언니 같은 경우,

장루 보유 환자는 정신적인 고통을 많이 받아요.

눈에 보이는 상처보다 맘에 든 상처가 큰 경우가 많죠.

그 마음의 상처까지 어루만져 주려니

얼마나 신경 쓸 게 많겠어요.

그래도 이 사람 저 사람 다 아우르는

환자 중심 일벌레죠.”

눈에 보이는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 살피는 ‘환자 중심 일벌레’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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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옛 모습이 남아있는 병원 뒤편 난간에 서자 강 수간호사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며 무섭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서로 손을 내밀어 맞잡았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37년을 함께 천생 간호사로 살아온 겁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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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치 추억을 담고 싶은 공간이

어디인지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병원 내부에서는 촬영이 불가하다고 했습니다.

코로나가 극성인 데다

환자들에게 폐를 끼칠까 하여

병원 내부에서는 불가하다고 한 겁니다.

바깥에서 원자력병원을 배경으로

우선 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그들이 잠깐이나마 쉬었을 벤치,

그들이 다녔을 길,

오래된 병원 뒷모습까지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중 강영순 수간호사 표정에

슬픔이 비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울컥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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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다가 강영순 수간호사가 아쉬움에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온갖 풍파를 다 견뎌내면서 함께한 우정이 그토록 깊었던 겁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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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진을 마무리할 즈음,

강 수간호사가 옛날 어릴 적 간호사 복장으로

한장 찍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습니다.

사실 몸에 맞지도 않을 텐데

아직도 다들 그걸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 박선진 간호사가 무심하게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난 나중에 관속에 그 옷을 넣어달라고 했어요.

남편과 아이들에게 부탁해 두었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진 한마디인데

그 한마디에 그가 살아온 삶이 다 담긴 듯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간호사가 꿈이었고,

그 꿈을 이루고

환자를 위해 살아가는

천생 간호사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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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선물을 주고 싶다며 아내 몰래 사연을 신청한 남편 김창순씨도 아내와 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아내를 안자마자 김창순씨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습니다. 아내를 존경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던 겁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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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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