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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美 백신 미접종자 6600만명, 코로나 극복에 가장 큰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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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파우치 소장 “약 6600만명 미접종자, 팬데믹 극복 위협”

유럽도 백신 접종률 지체 현상 뚜렷

러시아, 동유럽 “백신 관리 엉망 의심이 불신 부채질”

조선일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거리에 등장한 "백신 맞지마세요" 장례식장 광고 트럭. 백신 접종 독려 메시지를 위트 있게 전달하고 있다./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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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백신을 맞을 자격이 있지만 여전히 맞지 않은 약 6600만명입니다.”

앤서니 파우치 미(美)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17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강조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대응에서 사령탑 역할을 해 온 그는 “ (백신 미접종자 때문에) 미국 내 확진자 급증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작년 12월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될 때만 해도 미 보건 당국은 올 상반기엔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을 잇따라 내놓았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예방 효과가 뛰어난 백신 기술을 모두 보유해 백신 물량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미 국민의 ‘백신 반대 정서’ 때문에 미국 내 접종률은 갈수록 둔화됐다. 여기에 델타 변이까지 겹치면서 재유행 국면에 들어선 뒤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백신 부족이 아닌 ‘백신 거부’가 미국 내 코로나 종식에 가장 큰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백신 미접종자가 미국의 (코로나) 팬데믹 극복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감염자 수치가 (언제까지) 계속 내려가는지와 얼마나 많은 이에게 (백신을) 맞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지난 1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6600만명의 미접종자를 거론하면서 “우리는 여전히 팬데믹 국면에 있다”고 했다.

미국은 작년 12월 영국에 이어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그런데도 지금은 접종률이 주요 7국(G7) 중 꼴찌다. 현재 미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56%에 그치고 있다. 이는 한동안 백신 부족 사태로 곤욕을 치렀던 한국(65%)보다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미국 완전 접종률은 올해 초 코로나 백신 접종률에서 선두를 달렸다가 접종률이 급속히 둔화된 영국(66.7%)과 이스라엘(61.9%)보다 낮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내 사망자는 이달 기준 72만2200여 명으로 100여 년 전 스페인 독감 때보다 많은 70만명을 넘어섰다.

‘비상’ 걸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7월부터는 연방정부 직원, 연방정부와 거래하는 기업 및 소속 직원에게 백신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순차적으로 발표해왔다. 그러나 백신 기피층의 반발이 거세 전역에서 내전 수준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최대 도시인 뉴욕을 포함해 캘리포니아 등 7주(州)에서는 백신 기피층을 압박하기 위해 식당·헬스장 등 실내 시설에 백신 미접종자가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신 거부 시민들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카고시는 경찰관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그러자 미국 경찰의 시카고 노조 지부가 이를 무시하기로 해 논란이 소송으로 비화했다.

유럽에서도 백신 접종이 지체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백신을 신뢰하는 사람은 거의 다 맞았고, 불신이 큰 사람들은 좀처럼 접종에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8일 코로나 백신을 세계 최초로 접종해 한때 ‘백신 1등 국가’였던 영국에서는 요즘은 백신을 맞는 사람이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 16일 영국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은 5만6689명이었다. 하루 기준으로 가장 많은 84만4285명이 맞은 지난 3월 20일과 비교하면 15분의 1 수준이다. 특히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부모들이 10대 자녀들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아 요즘 영국은 초⋅중⋅고에서 코로나가 많이 번지고 있다. 영국은 방역 규제가 거의 없어 백신을 맞으라는 정부 차원의 압력도 낮다. 이 때문에 코로나 종식은 먼 얘기다. 영국의 17일 확진자는 4만5140명으로 프랑스(3778명)의 12배에 이를 정도다.

EU 회원국들도 접종률이 둔화되기는 마찬가지다. 여름부터 백신이 남아돌았지만 9월 9일에야 EU 회원 27국 인구 대비 60%에 도달했다. 이후에는 접종 속도가 더 느려졌다. 16일 기준으로 EU의 완전 접종률은 64.1%에 그친다.

백신을 거부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강경하다. 접종을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정부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식당⋅술집⋅영화관 등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하는 ‘토요일 시위’가 14주 연속 열리고 있다.

러시아는 백신 거부 현상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나라다. 러시아 정부는 자체 개발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맞으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스푸트니크V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불신이 심각하다. 러시아의 완전 접종률은 32.4%에 불과하다.

러시아뿐 아니라 동유럽 전반적으로 백신에 대한 불신이 크다. 완전 접종률이 불가리아는 20.1%, 루마니아는 29.5%에 그칠 정도다. 폴란드(52.2%), 체코(56.2%), 세르비아(42.5%) 등도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의료수준이 낙후된 동유럽에서는 백신을 저온에서 보관하지 못한다는 등 관리가 엉망이라는 의심이 커 백신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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