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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더딘 속도에 ‘원전 회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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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화석연료 감축 빈틈 메우려
영국·EU 등 신규 원전 검토
프랑스는 SMR 개발 투자도

원전 안전성 여전히 논란
그린피스 등 시민단체 우려
재생에너지 생산·저장 등
모든 기술에 투자 이뤄져야

기후 위기 대응에 팔을 걷어붙인 국제사회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직면한 현실적 문제로 인해 고심하고 있다. 화석연료 감축은 필요하지만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지체되면서 에너지 위기가 도래하자 일부 국가들이 원자력발전으로의 회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달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에너지 전략과 관련된 각국의 딜레마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과 텔레그래프 등은 17일(현지시간) 영국이 탄소중립 전략의 일환으로 이르면 이번주 신규 원전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로이터에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수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향후 수년 내에 최소 한 건의 대규모 원전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프랑스와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연합(EU) 10개국 경제장관들이 공동으로 EU 집행위원회에 서신을 보내 원자력을 EU의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목록에 추가해달라고 촉구했다. 체코와 불가리아, 폴란드 등에서는 현재 신규 원전 건설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가동에 조심스럽던 유럽의 분위기를 바꾼 것은 빠르게 진행되지 못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최근의 에너지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서 전력 수요는 빠르게 늘었는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를 충족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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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준 세계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6% 수준이다. 매년 재생에너지 비율이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변화폭이 큰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렸는데, 올해 북해 풍속이 떨어지면서 전기료가 폭등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도 올해 서부지역을 강타한 폭염과 가뭄으로 수력발전소 전력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정전 사태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일부 국가들은 석탄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석유나 천연가스를 이용한 화력발전에 나섰으나 연료 가격이 오르며 경제적 부담이 더 커졌다. 이에 비해 원자력은 가격 변동성에 따른 부담이 덜하고, 당장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쉽다는 것이 일부 국가들의 판단이다. 유럽의 ‘가스 공급책’인 러시아가 에너지 위기를 틈타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원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원전은 에너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특히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를 재가동하거나 새로 건설하려는 움직임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피스 측은 최근 낸 성명에서 “원전은 현재의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종종 선전되지만 실제로는 건설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에너지원”이라며 “특별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도 모든 생산 단계에서 방사성폐기물을 생성하며, 안전하게 저장하는 방법을 아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시민단체 ‘윌파 원전을 반대하는 사람들’(PAWB) 측도 “원전은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보다 지속가능한 해법을 제공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그간 EU 내에서 독일과 오스트리아, 덴마크, 룩셈부르크, 스페인 등은 원전 가동을 반대했으며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폴란드의 신규 원전 사업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국가들은 원전의 위험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2일 발표한 ‘프랑스 2030’ 투자계획에서 SMR 개발을 첫 번째 목표로 꼽았으며, 영국 역시 조만간 발표할 전략 보고서에 SMR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침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SMR의 경제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사고나 폐기물 처리의 문제가 여전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인 대안이 마땅치 않다 보니 일부 국가들은 화석연료 발전소를 증설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2025년까지 원전 폐쇄를 예고한 벨기에가 당장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가스화력 발전소의 증설을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스 가격 급등과 맞물려 국내의 반발을 초래했다.

새로운 탄소 감축 목표를 논의하는 COP26 회의를 앞두고 에너지 전략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의 전력 수요나 경제적 우려가 맞물리며 주요 20개국(G20) 중 절반이 아직 감축 목표를 내놓지 못했다. 발전량의 68%를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중국은 아예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산업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에너지 생산은 물론 저장, 전송하는 기술 모두에 고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풍력 터빈, 태양 전지판, 배터리 등의 원자재 확보를 위해 광업 등 다른 산업에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IEA는 세계적인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올해 약 1조1000억달러(약 1306조원)에서 2030년까지 연간 3조4000억달러(약 4037조원)로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하·이윤정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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