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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라델피아 심야 전철에서 성폭행…승객들은 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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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노숙인 범죄 아무도 신고 안 해
경찰 “왜 그랬나 자문을” 개탄

미국 대도시 전철에서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는데도 같은 객차 안에 있던 다수의 승객들이 이를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승객들이 힘을 합쳐 범인을 제압하거나 경찰에 신고만 했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개탄했다.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1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전철 안에서 지난 13일 밤 한 여성이 30대 남성 노숙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승객들이 이를 목격하면서도 외면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필라델피아의 주요 전철 노선인 마켓-프랜크퍼드 라인을 운행하는 전철에서 밤 10시쯤 벌어졌다. 해당 노선은 평일에 평균 9만명가량이 이용하고 있다. 범행 당시 용의자는 흉기나 총기를 휴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성폭행 피해자를 외면한 승객들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해당 승객들이 피해자를 구조하거나 신고를 하기는커녕 휴대전화로 범죄 장면을 녹화하기에 여념이 없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사건을 담당한 어퍼 다비 타운십 경찰서의 티모시 번하트 서장은 이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을 통해 승객들이 범죄 장면을 인지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번하트 서장은 해당 객차에 12명은 넘지 않지만 여러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열차에 타고 있었던 사람들은 스스로 거울을 바라보고 왜 개입하지 않았고,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1964년 3월 뉴욕주 퀸스에서 벌어진 키티 제노비스 살해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28세였던 제노비스는 새벽 3시쯤 귀가하다가 아파트 인근에서 한 남성에게 30분 넘도록 흉기로 난도질당했다.

제노비스는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는데 아파트 주민 어느 누구도 돕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은 범죄 현장이나 긴급 상황을 목격했을 때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는 나설 것이라고 생각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방관자 효과’의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총 38명의 아파트 주민이 창가에서 이 사건을 목격했음에도 아무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훗날 해당 보도가 과장됐으며 아파트 주민 일부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뉴욕타임스는 2016년 해당 기사에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범죄학자인 알렉시스 피케로 마이애미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범죄 현장 목격자가 개입하지 않는 것은 가해자로부터 복수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나 다른 사람이 개입할 것이란 믿음 등 다양한 원인 때문이라면서 “우리가 항상 경찰에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책임은 집단으로서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누군가가 공격을 당하는 것을 볼 때 사람들이 옳은 행동을 하는 세상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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