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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현직 부장판사, ‘임성근 직권남용 무죄 판결’ 비판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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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양경승 서울중앙지법 판사
당시 1심 재판 판결 법리에
“직무상 권한을 좁게 봤다”
변협 학술지로 공개 지적

경향신문

현직 부장판사가 논문을 통해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사진)에 대한 직권남용죄 무죄 판결을 비판했다. ‘직권 없이 직권남용 없다’는 법리로 무죄를 적용한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양경승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9월 대한변호사협회 학술저널 ‘인권과정의’ 제500호에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과 구성요건’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양 부장판사는 “일부 하급심에서 ‘없는 권한을 행사하였으므로 애당초 그 권한의 남용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로 직권남용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는바, 과연 그것이 법논리와 입법취지 및 이치, 사회상식에 맞는 것인지 연구·검토가 필요하다”고 글의 목적을 설명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이던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그는 해당 사건 재판장으로부터 판결문을 보고받은 뒤 수정하게 한 사실이 확인돼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임 전 부장판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법관 독립을 침해한 것은 맞지만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행위가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하면서도 “사법행정권자가 일선 재판부의 재판 업무에 직무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직권남용’이 될 순 없다”고 봤다. 본래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으니 재판에 개입했더라도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1심 무죄 판결은 항소심에서도 유지됐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임 전 부장판사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고 있다.

양 부장판사는 논문에서 이 판결의 법리에 대해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직무상 권한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본 것”이라며 “수석부장판사가 사실상 부법원장으로서의 지위와 직위를 갖고 사법행정권을 행사해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법행정권은 직접적으로 구체적인 재판에 간여할 권한을 포함하지 않지만, 재판사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양 부장판사의 설명이다. 그는 “수석부장의 재판사무 간여가 순수한 사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의 방침과 목적에 따른 것인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했다. 사법행정권과 재판사무 간여는 직무상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직무 권한을 초과해 행사하는 것도 ‘남용’이 될 수 있다고 양 부장판사는 지적했다. 그는 “사법행정권을 가지고 예하 법관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대법원장이나 위임을 받은 수석부장 등이 다른 법관의 재판에 직권 행사의 방법으로 개입한 때에는 권한의 초과 행사”라며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봤다. 그는 “사법행정권자가 아니었다면 상대 법관들이 (재판 개입에) 따랐을 리가 없다”고 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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