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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CEO "韓·대만 지정학적 불안정, 반도체 칩 직접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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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펫 겔싱어 인텔 CEO.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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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17일(현지시간) 미국이 지금처럼 한국과 대만에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는 것은 "지정학적 불안정(geopolitically unstable)"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인텔은 미국 내 제조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라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향해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압박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제조를 국가안보 문제로 규정하면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법안 등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의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장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 CEO가 대놓고 '한국·대만 불안정'을 거론한 건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안보'에 공개 호응하면서 '아메리카 칩 퍼스트'라는 미국 우선주의로 미국 정치권과 여론에 촉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대만 불안정성'은 지정학적으로 대만엔 '차이나 리스크'를, 한국엔 '북한 리스크'를 전제한 주장이라 한국 기업 전반을 경계하는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한국의 지정학적 불안정' 주장이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의 중국 경도론'과 맞물릴 경우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겔싱어 CEO는 이날 방송된 '악시오스 온 HBO' 인터뷰에서 미국은 더는 한국이나 대만에 반도체 생산을 맡길 게 아니라 직접 반도체 제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가 한 지역(one location)에 의존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치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겔싱어 CEO는 반도체 칩 제조가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은 "실용적이지도 않다"면서 "신은 석유 매장지가 어디인지 결정했지만, 팹(반도체 공장)이 어디에 있을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는 세계 반도체 공급의 70%를 차지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은 세계 반도체 제조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지만, 오늘날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비율은 12%에 그친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지난 4월 발표한 '불확실성 시대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 보고서는 "세계 반도체 제조 능력의 약 75%가 높은 지진 활동과 지정학적 긴장에 상당히 노출된 지역인 중국과 동아시아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겔싱어 CEO는 특히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은 미국이 디지털 미래를 통제하는 문제라고 규정하면서 "우리나라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가 아시아보다 30%나 40% 더 비싸서는 안 된다"면서 의회를 향해 "우리가 그 격차를 좁혀 미국 땅에 더 크고 빠르게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자체 칩 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한 것처럼 미국도 정부 지원으로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다.

겔싱어 CEO는 이달 초 BBC 인터뷰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훼손은 미국과 유럽이 반도체 칩을 아시아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앞서 인텔은 지난 3월 200억 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제조 공장 2개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겔싱어 CEO는 악시오스에 "우리는 올해 2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연구소와 팹을 짓는데 현금 유동성을 사용할 것이지만, 정부로부터 보조금과 지원금을 받을 기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악시오스는 "인텔이 미국 정부 자금 없이는 제조 노력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하는 데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그 자금이 있으면 더 크고 더 빨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인텔은 종국적으로 대부분 제품을 사내에서 만들기를 희망하지만 삼성과 TSMC 등과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인했다고 BBC는 전했다. 반도체 제조는 여전히 아시아에서 비용이 적게 들고, 경쟁사들은 계속 투자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BBC에 따르면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8조원)를 투자하고, 삼성은 2050억 달러(약 243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반도체 제조는 국가안보 사안인 만큼 미 의회가 지원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는 게 겔싱어 CEO 주장의 핵심이다.

미 의회는 지난해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킬 때 연방 정부가 반도체 생산 촉진을 지원할 수 있는 조항(Chips for America Act)을 담았다.

후속 조처로 향후 5년간 미국의 반도체 생산과 연구를 진흥하기 위해 520억 달러(약 59조원) 예산을 배정하는 법안(미국혁신경쟁법·USICA)이 통과돼야 하는데, 상원 문턱은 넘었으나 하원에 계류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전기차용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을 국가안보와 직결된 품목으로 선정해 공급망 안정화 및 국가 경쟁력 강화 전략을 수립 중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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