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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기자수첩] 무분별한 '초거대 AI' 개발 경쟁, 탄소중립ㆍESG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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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타임스

초거대 인공지능(AI) 경쟁이 뚜렷하다. 네이버, 카카오, KT, SK텔레콤, LG는 잇따라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을 공개하거나 개발 계획을 밝히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5월 한국어 최강 AI 언어모델이라 불리는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는 세계 최초 초거대 AI 모델이라 불리는 오픈 AI 'GPT-3'의 한국어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GPT-3가 영어 중심이라 국내 기업에서 도입하기가 어려웠다면, 하이퍼클로바는 학습 데이터 97%가 한국어로 되어 있어 국내 기업이 사용하기 용이하다.

KT는 8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AIST, 한양대와 함께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AI 원팀으로 구성된 이들 기업과 기관은 초거대 AI 모델 확보를 '대한민국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의제로 설정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SKT와 카카오, LG도 초거대 AI 모델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SKT와 카카오는 지난 3월 서로 손잡고 초거대 AI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1500억 개 파라미터를 갖춘 AI를 연내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LG는 올해 하반기까지 6000억 개 파라미터, 내년 상반기까지 1조 개가 넘는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각각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들 기업이 초거대 AI 모델 확보에 나서는 이유는 AI 산업 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정석근 네이버 클로바 대표는 "한국의 AI 기술이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공개된 기술을 따라잡는 수준에 그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하이퍼클로바 개발 이유를 밝혔다. KT 측도 "초거대 AI 모델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술 자립도가 떨어지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거대 AI 모델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초거대 AI 모델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하다. 하이퍼클로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가공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른 언어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언어 모델 기반에서 보여줄 수 있는 청사진이 많다.

이미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 기술을 통해 음성 녹취를 언어로 풀어주는 '클로바 노트' 기술력을 높였고, 쇼핑 리뷰 구분 방식도 변경했다.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코딩이 필요하지 않는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 스튜디오' 플랫폼도 선보였다. AI 개발을 굳이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제품 매니저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통해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이처럼 초거대 AI 모델이 가져올 긍정적 요소는 뚜렷하게 보이지만, 양날의 검처럼 부정적인 요소도 분명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오염이다.

AI의 또 다른 이름은 '전기먹는 하마'다. 딥러닝 기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자동차 5대가 평생 배출하는 양과 같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실제로 엠마 스트루벨(Emma Strubell)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 연구진이 201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구글은 AI 모델 버트(BERT)를 학습시키는 동안 438lb(약 652k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다. 이는 비행기가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왕복으로 오갈 때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양과 같다. 미 전국에서 달리는 자동차 평균 배출량의 약 5배에 해당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버지니아 디그넘(Virginia Dignum) 스웨덴 우메아대 교수는 'AI의 환경 발자국' 논문을 통해 AI를 이용할수록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음성 인식 앱이나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콘텐츠를 알려주는 알고리즘조차 탄소 배출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자체 조사를 실시해 GPT-3와 같은 언어모델들이 하루에 수백 페타플롭(PF)의 컴퓨팅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어떨까? 네이버 하이퍼클로바는 128대 서버에서 총 1024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이용해 학습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버트보다 훨씬 많은 컴퓨팅이 사용됐다. 여기서 발생한 탄소배출 양 역시 상당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최근 각 기업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ESG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환경이다. 기업에서 생산되는 탄소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를 방지해 미래 세대에게 보다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나 KT 등의 기업도 ESG 경영에 열심이다. 하지만 초거대 AI 모델 구축에 경쟁적인 모습은 이러한 ESG 경영에 역행하는 느낌이다.

AI에 대한 기술력 확보는 분명 중요하다. 기술력을 확보해야 미래 경제를 선점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초거대 AI 개발은 필수일 수 있다. 그런데 이 모습 어디선가 본 것처럼 익숙하지 않은가? 과거 우리는 경제 성장을 위해 무분별한 개발을 이어왔다. 그 결과는 이미 알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류를 비롯한 많은 지구생명체가 생존의 위기에 처했고, 이미 멸종한 생물도 많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류는 이미 지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AI가 가져올 편안한 세상을 위해 탄소배출을 무시하고 초거대 AI 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들지, 미래 아이들에게 '하늘색이 왜 하늘색인지' 보여주기 위해 한 발 뒤로 물러설지.

다행히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삼성전자, 인텔 등 종합반도체업체(IDM)와 파운드리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반도체 제작 방법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GPU 낭비를 방지하는 GPU 가상화 기술도 계속 등장 중이다.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적극 사용해 탄소배출이 적은 초거대 AI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또 구축한 초거대 AI 모델이 얼마나 탄소배출을 양산하고 있고, 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ESG 보고서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보자. 미래 세대에게 현재 AI 기술이 몇 퍼센트 정확도를 높였는지가 중요할지, 깨끗한 환경을 물려받는 것이 더 중요할지. 기술개발이 가져올 수 있는 환경적 문제를 모른 체하는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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