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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사외이사 올해도 ‘예스맨’ 반대 의견 ‘0’…폐쇄적 인재풀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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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 이사회가 또 도마에 올랐다. 지난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가 대부분 이의 제기 없이 거수기처럼 통과됐다”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대해 “이사회 구성과 운영과 관련해 제도적인 변화가 있어왔지만 아직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점이 있다”고 답했다. 연이은 금융사고로 금융사의 내부 통제 기능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여전히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진단이 금융당국 수장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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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서 반대 의견 극히 드물어

▷견제와 균형 취지 무색

상법에는 주주총회, 이사회, 대표이사, 감사 등이 명시돼 있다. 이를 총칭해 ‘지배구조’라고 부른다. 기업이 계속기업으로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면 지배구조를 잘 갖춰야 한다. 특히 이사회에 부여된 권한과 책임은 매우 크며 주식회사에서 가장 핵심적이다. 명목상 이사회는 CEO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사회 멤버를 구성할 때 사내이사보다 사외이사가 더 많은 것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의사 결정에 구현하려는 취지다.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회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13조를 따라 원칙적으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 선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는 모두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반대’ 의견을 좀처럼 찾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지난 상반기 이사회와 이사회 산하 위원회에 올린 안건 가운데 반대 의견이 표명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그나마 신한금융 이사회에서 지난해 변양호 사외이사가 이례적으로 4건의 반대 의견으로 주목받았으나 지난 상반기에는 이런 움직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4대 지주 이사회 안건에서도 부결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물론 여기에는 반론이 뒤따른다. 주요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사회 안건은 사전에 실무진과 사내외 이사 간 논의와 최종 조율을 거쳐 확정된다”며 “미리 의견 조율을 한 뒤 이사회를 여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드문 것이지 이를 두고 이사회를 단순히 ‘거수기’로 폄하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라고 토로했다.

금융지주 항변을 고려해도 입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금융권 사외이사를 지낸 한 대학 교수는 “국내 금융사는 신사업 진출 등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보다는 예대마진에 안주하는 사업 구조여서 금융사고 처리 방안 등을 제외하고는 이견이 빚어질 만한 안건이 올라올 경우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는다.

▶사외이사 ‘돌려 막기’ 악순환

▷경영자·사외이사 이해관계 일치

금융지주 이사회의 ‘거수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사외이사 ‘돌려 막기’가 입길에 오른다.

가령, 신한금융지주는 계열사와 지주를 오갔던 사외이사가 상당수다. 한국은행 부총재이자 리딩투자증권 대표였던 박철 사외이사는 2014년 신한금융투자 사외이사로 재직했다가 2015년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뒤 이번 주총 때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성재호 사외이사도 2015년 신한카드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뒤 2019년부터 신한지주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2015년부터 신한지주 사외이사를 맡다 지난 3월 물러난 히라카와 유키 사외이사는 2009년 신한은행 사외이사를 지냈고 최경록 사외이사는 2010년 신한생명 사외이사를 거쳤다. 계열사와 지주 등에서 경영자와 사외이사로 이미 공적, 사적 친분을 쌓은 상태에서 폐쇄적인 사외이사풀이 형성되는 것이다.

사외이사 ‘돌려 막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금융지주사 회장과 사외이사 간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위원 자리를 겸한다. 이 때문에 연임이 절실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은 사외이사에게 남다른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며 깍듯이 예우한다. 상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연임을 거듭한 사외이사진은 금융지주 경영진에 든든한 ‘우군’이 된다.

지난해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5명에게 평균 9908만원을 지급해 금융지주 가운데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사회 의장을 겸한 선우석호 사외이사는 1억469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김경호 사외이사(1억400만원), 최명희 사외이사(1억원)도 1억원 이상 보수를 받았다. 전직 금융권 사외이사는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연임을 전제로 제안을 하는 경우가 많고 회의가 열릴 때마다 차량과 기사가 제공된다. 사외이사 본인과 가족 건강검진도 지원받을 수 있어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대기표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털어놨다.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다양성이 현저히 부족한 것도 거수기 논란을 부추긴다. KB금융과 우리금융 사외이사진은 재무, 회계, 경제학, 법학 교수 등이 태반이다. 신한, 하나금융의 사외이사진 이력도 비슷하다. 이사회 구성원의 동질성은 의사 결정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지만, 이질적인 의견을 가로막아 견제와 균형을 실현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거수기 논란과 별개로 다양성이 부족한 금융지주 사외이사진 면면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IT 기술 고도화로 불연속적인 변화가 잇따르는 금융 환경에 비춰 다양성이 결여된 이사회 중심 경영은 조직의 대응 역량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논리다. 그나마 신한금융이 디지털·융합 기술 전문가로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를,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계열 ICT 자회사인 우리FIS의 권숙교 전 대표를 영입한 것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와 관련,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수나 경영진이 영입한 사외이사는 해당 인사권자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사외이사 후보군을 금융협회 등 제3의 기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풀 육성도 시급하다. 국내에는 기업 수에 비해 역량을 갖춘 사외이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사외이사 임기 제한 등 상법 개정이 협소한 사외이사풀을 더욱 좁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법원 판례는 사내이사 역시 상근이사와 동일한 범위에서 책임을 묻고 있어 이에 부담을 느껴 새롭게 사외이사를 맡으려는 인물이 과거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경쟁사의 사외이사, 이해 충돌이 있는 인물을 제외하면 사외이사풀은 더욱 좁아진다”고 우려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인재풀 육성이 시급하다”며 “현업에서 경험을 쌓은 현장 전문가를 적극 육성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0호 (2021.10.20~2021.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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