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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르포]서울 동서남북에서 다 터졌다…'시장발 감염' 유독 빈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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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황예림 기자, 홍재영 기자, 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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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동대문종합시장의 한 가게의 셔터가 내려져 굳게 닫혀있다. /사진=황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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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 닫은 곳들은 다 확진자 나온 데예요."

18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동대문종합시장에서 셔터가 굳게 내려진 한 가게 앞에서 만난 상인은 기자에게 이렇게 귀띔했다. 이날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방문한 동대문종합시장은 다섯 가게 건너 한 가게 꼴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가뜩이나 방문객이 드문데 코로나19(COVID-19) 집단감염까지 번지니 상인들은 예민한 분위기였다. 동대문구종합시장 사무실 관계자도 "이거 하나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라 되게 민감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고요한 건물 안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 착용과 개인별 식사를 당부하는 안내 메시지만 흘러나왔다.


서울 주요 시장 '다 터졌다'…상인들 "코로나19 검사 정말 힘들어"

서울 주요 거점시장에서 지속해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동대문종합시장은 지난 6일 한 상인이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인근 가게 종사자와 가족 등 54명(17일 기준)이 추가 확진됐다. 106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강서농산물도매시장·마포농수산물시장·중부시장·청량리수산시장 등 서울 주요 시장은 한 차례씩 집단감염이 터져 나왔다. 특히 지난 17일 기준으로 가락도매시장에서는 745명, 중부시장 320명, 마포농수산물시장 90명 등 확진자가 대거 나왔다. 이에 머니투데이 취재진은 18일 동대문종합시장, 마포농수산물시장,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 등을 살폈다.

이날 동대문종합시장 상인 A씨(27)는 지난 주말 사이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을 대신에 가게를 보러 나왔다. A씨는 "지난주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 직원 한명이 코로나19에 걸렸다"고 설명했다. 인근 가게에서 20년째 액세서리류를 판매하는 임모씨(57)는 "이미 경기가 안 좋아 다 지친 상태라 더 장사가 위축되고 그런 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코로나19 검사를 어제도 하고 지난주 월요일에도 했다"며 피곤한 내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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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농수산물시장 출입구에서 시민들이 발열체크와 방문자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홍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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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다시 문을 연 마포농수산물시장은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마포농수산물시장은 지난달 25일 최초 확진자 발생 후 집단감염으로 시장 폐쇄 조치가 내려져 방문자 신원 확인에 철저한 모습이었다. 시장 출입구 옆에선 한 직원이 무심코 방문자 등록 없이 시장에 들어가려는 손님을 붙잡고 '안심콜' 또는 방문자 명부 작성을 요구했다.

상인들도 매일 아침 시설관리공단 측 관계자에게 코로나19 음성 확인이 됐다는 메시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 음성'이란 사실을 알리는 종이팔찌를 받을 수 있고, 이를 손목에 채운 사람만이 당일에 시장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서다.

마포시장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60)는 "상인들은 이틀에 한 번씩을 코를 찔러야 해서 고생"이라며 "지금이 생선 제철인데 이달 말은 지나야 손님이 올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인근 젓갈 가게에서 일하는 김모씨(50)도 "시장이 문을 다시 열었지만 평소 10분의 1 수준이다. 자칫하면 폐쇄될 수 있으니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검사 진짜 한 번 해보라. 정말 힘들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최대 확진자' 나온 가락시장…시장 특성상 방문 관리 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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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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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확진자가 나온 송파구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은 회복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이곳에서 25년째 장사를 하는 박모씨는 "아직 집단감염 여파가 남아있다"면서도 "그래도 상인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아 지금은 많이 수그러들은 상황"이라 설명했다.

반면 인근 청과물 가게에서 일하는 한 노년 남성은 "지금 뉴스에는 다 상황이 풀린 것처럼 나오는데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나뿐만 아니라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다 힘들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데다 과일값도 많이 오르면서 판매가 쉽지 않다"고 성토했다.

시장에서 집단감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로는 시장 특성상 도매·하역 업무 종사자가 시장 내 밀집된 여러 업소를 방문하고, 또 단기 일용직 노동자 및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 방문 명단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시장 집단감염에서 나온 확진자 가운데 시장을 방문한 손님은 소수고, 대다수가 일용직 노동자 등 시장 종사자"라며 "가급적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식사는 삼가고 상인들끼리 대화할 때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며 방역수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사민 기자 24min@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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