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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터뷰] '마이네임' 감독 "한소희, 넷플릭스 '원픽'…클리셰 혹평은 예상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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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네임'의 김진민 감독.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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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민 감독이 10대 성범죄를 다룬 '인간수업'에 이어 '마이네임'으로 두 번째 도전에 나선다. 충격적 전작 못지않은, 위험한 여성 누아르를 선보인다.

'마이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한소희(지우)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드라마다. 파격적인 소재와 과감한 설정으로 주목받았던 '인간수업' 이후 김진민 감독이 1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주인공 지우로 분한 한소희가 강렬한 여성 액션을 선보이며, 박희순·안보현·김상호·이학주·장률 등이 출연한다. 김진민표 누아르를 완성한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를 사로잡고, 연일 외신들이 한국 콘텐트 열풍을 보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징어 게임'의 뒤를 이어 공개된 한국 콘텐트 '마이네임'은 공개 직후인 지난 17일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4위(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올랐다. 넷플릭스 구독자가 가장 많은 미국에서는 6위를 차지하며 선전하고 있다. '마이 네임'은 지금 가장 주목받는 한국 콘텐트로 기대를 얻는 것과 동시에 기대만큼 큰 부담감 또한 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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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네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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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오징어 게임' 등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트가 연달아 히트한 후 '마이네임'이 공개됐는데, 이에 관한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D.P.'가 공개됐을 때 '정말 잘 만들었네'라고 생각했고,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히트를 하니 부담이 됐다. 또한, 한국 콘텐트가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큰 역할을 해줘서 감사한 마음이 컸다. '한국 콘텐트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되겠구나' 생각했다. 부담감도 없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한국 콘텐트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어서, 결과에 대한 보상을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길이 열렸다고 생각했고, 기뻤다. '마이네임'은 '마이네임'대로 받을 수 있는 평가를 받으면 좋겠다."

-세계 순위 4위, 미국 6위를 차지했다.

"감사할 따름이다. 액션물이라는 것이, 어느 곳에 가도 액션은 액션이다. 불의가 정의에 짓밟히는 걸 다들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액션이라는 건 대중적 소구력을 가졌다. 그 소구력을 바탕으로 배우들이 열심히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공개 후 시청자 반응을 봤나.

"평소 시청자 반응을 많이 보지는 않는다. 그냥 이렇게 저렇게 들리는 말들을 볼 때, 이 작품을 굉장히 깊게 생각해 주시는 것 같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다른 선택지 혹은 다른 구성을 관객분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

-한소희를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소희는 작가님과 함께 넷플릭스가 '원픽'으로 (캐스팅)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나는 아름다운 여배우를 무자비한 액션에 데리고 들어온다는 것에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 아름다움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여러 작품목록을 봤는데,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만났을 때 '훈련을 열심히 하고 싶다. 잘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때부터는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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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네임'의 김진민 감독.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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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캐릭터를 원톱으로 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작가님이 여성 누아르를 하고 싶다고 했다. (김바다 작가가) 여성을 내세운 드라마나 영화를 기획해왔고, ('마이네임'은) 그것의 결정체 같은 느낌이다. 나는 이런 류의 드라마를 오래전 해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이었으면 오히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 액션은 위험성이 있고, 현실감 없다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돌려서 생각하면 그것이 이러한 작품을 만들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대본의 묵직함을 믿었고, '이런 글이라면 내가 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마음에 든 액션을 꼽자면.

"장률과 박희순이 철골 구조물 위에서 펼친 액션. 장소적 묘미를 주고 싶었다.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액션 연기를 했다. 이학주와 한소희가 집에서 펼치는 액션도 재미있었다. 무술 감독이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 여러 번 고민하고, 현장에서도 바꾸기 위해 고민했다. 그 두 가지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든다."

-새로운 액션신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겠다.

"다양한 액션, 지형지물의 다양함으로 차별화를 하고 싶었다. 감정이 많이 들어 가 있는, 복수심을 품고 들어가는 액션이기 때문에, 그러한 감정을 전달하는 액션이었으면 했다. 무술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했고, 무술 감독님이 액션이 반복되거나 비슷해 보이지 않으려고 많은 고민을 했다더라."

-한소희의 액션 실력도 점점 발전해가더라.

"훈련을 꾸준히 했다. 한소희가 몸으로 많이 부딪쳐야 하는 액션이었다. 위험하기도 했지만, 계속 액션스쿨에 나가 호흡을 맞추며 잘 진행했다. 뒤로 갈수록 힘이 빠져 액션이 부드러워졌다. 앞부분은 힘이 살아있고, 뒷부분은 선이 아름다워졌다. 한소희가 큰 부상 없이 꾸준히 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업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극장에서 상영됐다.

"공식 초청돼서 상영된 건 처음이다. 이렇게 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서) 관객들의 질문을 듣고 많이 놀랐다. 산업에서부터 드라마 내용, 배우들을 향한 애착까지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한국의 콘텐트 산업이 발전한 이유가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또한, 관객의 몫이 크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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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네임'의 김진민 감독.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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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제목은 '언더커버'였는데, 왜 제목을 바꿨나.

"넷플릭스에 중복된 제목이 있었다. 처음엔 바꾸기 싫어서 버텼다. 그러다가 작가님이 '네메시스'라는 복수극의 신 이름을 가지고 오기도 했다.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마이네임'이라는 제목은 마지막으로 안보현이 한소희에게 이름을 물어본 장면에서 떠올랐다.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마이네임'의) 큰 이야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후반부 러브신을 향한 혹평도 있다.

"'뜬금없다' 혹은 '(감정이) 잘 이해된다'로 평이 갈리더라. 이해를 위해 만든 장면은 아니다. 작가님도 러브신에 대해 큰 고민을 했다. 6회에서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이후 주인공 지우가 잠시라도 복수를 멈출 수 있게 할만한 행동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지우는 사람의 온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이지만, 그 감각이 없어져 버린 괴물이 아니란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동물에 가까운, 본능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 많은 분이 뜬금없다고 하셨다는데, 나는 그 신에 관해서는 후회가 없다."

-클리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클리셰가 많다는 의견은 당연히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언더커버 물이라는 것이 이야기 구조의 경우의 수가 적다. 변수를 넣으면 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클래식한 구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체를 숨기고, 정체가 드러나고, 그리고 이후의 선택이 언더커버 물의 기본적 세 구조다. 그것을 성실하게 따라갔다. 클리셰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흥미로울 수도, 혹은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굳이 그걸 배제해서 엄청나게 새로운 걸 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다. 언더커버의 매력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 배우들 각각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마이네임'의 매력이다. 각 인물이 스토리 상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한다. 이 정도면 언더커버 물로서 변별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안보현을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

"안보현은 '이태원 클라쓰'의 악역으로 인상깊게 봤다. 이 사람이 악역을 오래할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만들어진 악역을 잘하는 사람은, 선한 역할 또한 잘해낸다. 현장에서는 굉장히 큰 호기심을 가지고 뛰어넘으려 하는 배우였다. 열심히 탐구하려는 학생 같은 사람이었다.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소통도 많이 했다. 굉장히 태도가 좋은 배우였다."

-주로 영화에서 활동하는 박희순을 드라마에 캐스팅했다.

"박희순과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박희순이 영화만 하기도 했고, 내가 작업을 의뢰한 건 처음이다. 작업은 한 적은 없는데, 서로 아는 사이였다. 이번에 만나서 '작품을 잘 봤다'고 먼저 이야기를 해주더라. '작업을 같이하고 싶다'고 해줘 정말 감사했다. 배울 점이 정말 많은 배우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집중력이나 자기 생각을 던져내는 힘이 있다. 박희순과 함께 작업하게 돼 나에게 정말 행운이었다. 젊은 배우들과 같이 어울리며 팀워크를 만들어낸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 작품의 수훈갑을 꼽자면, 한소희에겐 미안하지만 박희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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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네임' 스틸.




-'마이네임'으로 배우 한소희의 2막이 열렸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한소희가 '마이네임'을) 지르밟고 가서, 더 다양한 작품을 하며 더 멋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쏟아지는 관심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를 하는 데 있어서의 방법을 찾아냈다면 잘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

-'인간수업'에 이어 넷플릭스와 두 번째 작업을 했는데,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많이 다르다. 일단 공개 전 다 만든다. 대본을 미리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점 때문에 가능한, 스태프들과의 시너지도 있다. 다음에 뭐가 나올지 나조차도 궁금해하는 태도와 다 나온 대본을 조금 더 전달하도록 노력하는 태도는 다르다.

감독 입장에서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트를 믿고 더 많은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좋은 투자가 좋은 결과를 낳게 하기도 하니까."

-시즌 2 계획은 있나.

"시즌 2는 내 몫이 아니다. 넷플릭스와 김바다 작가가 고민해서 하는 거다. 나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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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수업' 포스터.




-'인간수업' 시즌 2 계획은 어떤가.

"'오징어 게임'은 황동혁 감독님이 직접 (각본을) 했는데, 나는 있는 대본에 연출을 한 거다. 그래서 시즌 2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인간수업'은 진한새 작가가 시즌 2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더라."

-주로 문제작을 선보이는 감독이다.

"나도 로맨틱 코미디 같은 걸 하고 싶은데 아무도 대본을 주지 않는다.(웃음) 내가 그런 (문제작)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 나는 작품을 '재미있다, 없다'로 선택을 하지는 않는 편이다. '이 작가님이 이런 걸 왜 했지'라고 생각이 들면 선택한다. 표면적으로 '재미있어 보인다, 아닌다'는 선택의 큰 기준이 아니다. 그래서 남들이 안 잡는 카드를 잡아 문제아가 됐나 보다. 그런 작품이 에너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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