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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패러디에 등장한 '이상한 환율'은 인종차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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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NL '오징어 게임' 패러디 영상
"40억 원=47.89달러"에 누리꾼 "한국 비하" 반발
정작 미국에선 "환율 모르는 미국인 풍자한 것"
"과민 반응, 한국도 인종차별적" 공격적 반응도
한국일보

16일 방영된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오징어게임' 패러디 영상 중 한 장면. 극중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라미 말렉이 게임 도중 환율을 검색하고 있는데 환율이 40억 원=47.89달러로 현실 가치보다 훨씬 낮게 표시됐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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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BC의 유서 깊은 코미디 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등장한 것은 오징어 게임이 확실히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런데 정작 영상을 본 일부 한국 네티즌들은 화가 났다. 원화 가치를 실제보다 한참 낮게 표시한 엉뚱한 환율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이 표시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제력을 얕잡아 보려는 미국인의 인종차별적 의식이 숨어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정작 영어권 네티즌들은 오히려 "유일하게 웃기는 장면이었다"고 할 정도로 '환율 유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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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오징어 게임' 패러디 영상에 출연한 특별 호스트 라미 말렉(앞줄 왼쪽)과 고정 출연자(크루) 피트 데이비슨. 데이비슨은 원작의 '오징어 게임' 우승자 '성기훈' 역할인 456번을 맡아 우승하고 큰돈을 벌지만, 잘못된 스포츠 도박으로 돈을 탕진하고 다시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유튜브 캡처


16일 방영된, '보헤미안 랩소디' 프레디 머큐리 역의 배우 라미 말렉이 특별 호스트로 등장한 SNL에서는 '오징어 게임'의 내용을 컨트리 음악 듀오 브랜치즈와 빅 웨트의 '턴 업 온 더 위켄드'라는 곡 위에 가사로 얹어 노래하는 짧은 패러디 영상(스킷)이 등장했다.

한국 네티즌들을 화나게 한 장면은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말렉이 구글로 원화 환율을 검색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영상에는 40억 원(4 billion won)이 미국 달러로 47.89달러라고 표시돼 있다. 실제 40억 원은 약 338만 달러다.

말렉은 이 대목에서 "450억 원, 굉장히 많은 돈, 이라고 난 생각해... 사실 원화는 정확히 모르겠어(I'm confused by the currency)"라고 노래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부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 원화 가치를 실제보다 10만분의 1 가까이 낮춘 표시라며 한국의 경제력을 개발도상국 취급하는 차별적 의식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아시아 국가는 부유할 수 없다'는 관념의 산물이자 인종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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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오징어 게임' 패러디 영상에 대한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과민 반응'이라고 대응하는 영어 사용 네티즌들의 반응. 코리아부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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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영어권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은 이런 반응에 역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영상을 보면 SNL의 현장 방청객도 해당 장면에 가장 큰 폭소를 터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의 한 네티즌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그대로 따라한 영상에 불과한데 환율 유머만 그나마 웃겼다"고 비평했다.

해당 장면이 오히려 '오징어 게임'을 보다가 "456억 원이 달러로 얼마인가"를 검색하는 미국인들을 풍자하는 장면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레딧'의 한 네티즌은 "미국인들은 정말 외부 세계에 관심이 없어서, 미국인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더라도 자기가 얼마를 얻게 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참여할 것이라고 비꼰 장면"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양측의 논쟁도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리아부' 등 한국 가십을 전하는 영어권 사이트에서 한국 네티즌의 반응을 전하자, 미국 네티즌들은 외려 '유머인데 한국 네티즌들이 과민 반응한다' '풍자는 원래 누군가를 공격하는 법'이라고 옹호하거나 '한국이 더 인종차별적'이라는 피장파장의 논리를 구사하고 있다. 코리아부를 통해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한국 SNL도 인종차별적인 유머를 보인 적이 있지 않으냐. 그쪽 방송부터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전세은 인턴기자 seaeun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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