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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도요타, 너마저" 반도체 공급난에 감산…"반면교사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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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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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오전 가동이 중단된 현대자동차 울산3공장의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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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예방하기 위해 도요타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근본적인 공급망 재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도요타의 사례를 언급하며 공급망 재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요타는 올해 상반기 경쟁업체가 감산할 동안 쌓아둔 부품 재고로 자동차 생산량을 도리어 늘린 바 있는데, 도요타마저 감산에 나선 현 시점에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수요예측 실패·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부족으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이 막히자 각 완성차업계의 생산·실적 하락이 이어졌다.

연구원에 따르면 도요타는 1차 공급난에도 오히려 생산량이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500만대를 판매하며 완성차업계 상위 5개 기업 중 전년대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도요타는 이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대비 31% 증가한 총 546만대를 판매했다. 상반기 기준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미국 시장에서는 지난 2분기 사상 최초로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판매 1위를 차지했다. 3분기에도 GM을 뛰어넘으며 1위 자리를 지켰다. GM은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미국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1998년 이래 처음으로 미국 시장 선두를 내주게됐다.

자동차연구원은 도요타가 2011년 동일본지진 이후 반도체 공급난에 대비했기 때문에 상반기에 약진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도요타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위험관리와 전략적 투자에 나섰다"며 "내부적으로는 위기대응 중심 시스템 및 공급망을 개선하여 유연성을 확보한 한편, 외부적으로는 정부지원을 기반으로 반도체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업계는 통상 소량생산·인증·신뢰성 등의 검증 과정을 거치기에 부품 교체를 쉽게 할 수 없어 공급 유연성이 떨어진다. 도요타도 동일본지진 당시 도요타에 반도체를 납품하던 르네사스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전체 생산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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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반도체 제품공급 협력사들은 2011 동일본대지진 이후 재고자산을 크게 늘렸다. /사진제공=한국자동차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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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는 이후 내부적으로 대체품에 대한 평가 시스템 고도화와 신속한 대체품 생산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신뢰성· 안전성 검증으로 신규 제품 검증이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효율성·유연성 확보 차원에서다.

반도체 제품공급 협력사들은 매출 감소에도 재고자산을 지진 전 대비 2.5배 가까이 늘렸다. 도요타는 모든 부품 데이터를 구축하는 공급망 정보시스템 '레스큐'를 개발해 공급위험관리·재해대비에 나섰다. 외부적으로는 르네사스와 대만 TSMC 등 반도체업체와 협력체계를 강화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재고는 자산서 마이너스(-)로 여겨져 대다수 자동차업계는 관련 문제를 공급처에 떠넘겨왔다"며 "공급난 재발을 막으려면 도요타처럼 재고 시스템을 점검하고 공급망 다변화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도요타마저 동남아발 2차 반도체 공급난을 피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의 13%를 차지한 말레이시아는 지난 6월 전국 첫 봉쇄령 이후 공장 셧다운이 반복 중이다. 베트남·태국에서도 잇단 반도체 생산 공장 셧다운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됐다.

도요타는 지난 7월까지는 쌓아둔 재고로 버텼지만 최근 안전재고 자산이 떨어지면서 지난 9~10월 예정 생산량의 40%를 감축했다. 오는 11월에도 15% 가량 감산할 예정이다. 일본 자동차 부품 생산의 30%가 동남아지역에 집중되면서 타격이 더 컸다.

연구원은 도요타마저 감축에 나선 현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도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원은 "공급 위기 시에 우선적 협력이 가능한 국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육성해야한다"며 "모든 하위부품 정보를 관리하고, 신속한 대체품 평가·적용을 위한 시스템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지역·기업 간 전략 및 위험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부품 공급 생태계도 구축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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