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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의 진경산수화 산책길, 불암산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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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풍경, 전망 좋은 암반이 곳곳에... 불암산 산책해볼까

창동역과 노원구 사이에 흐르는 중랑천 좌측이 도봉산과 북한산이며 우측으로는 수락산과 불암산이 자리한다. 이 산세의 중간쯤에 있는 전철 4호선의 끝, 당고개역은 예전부터 성황당과 미륵당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고개역을 거쳐 2시 방향의 덕릉고개를 넘어가면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이다. 중랑천을 기준으로 위쪽에 있다고 하여 상계동이며 그 아래로 중계동-하계동이 자리한다. 남쪽으로는 공릉동 일대의 태릉과 강릉, 과학기술대-서울여대-육군사관학교가 모여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단원 김홍도의 '시주'는 보물 제527호다. 과거에는 '점괘'로 잘못 알려져 있었는데 이 풍속화에 보면 고깔을 쓴 비구니와 송낙(松落)을 착용한 비구승이 나온다. 송낙 또는 송라립(松蘿笠)은 삿갓 형태의 모자로서, 얼핏 보기에는 짚으로 엮은 것 같지만 실상은 '소나무겨우살이'란 기생식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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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시주 ▲ 풍속도첩 속의 그림 중 하나인 시주 ⓒ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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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나 소나무에 붙어서 자라는 지의류로서 불가에서는 청빈한 구도의 삶을 의미한다. 정수리 부분은 촘촘하게 엮었으나 아래쪽으로는 여미지를 않아서 풍성하게 부풀었다.

불암산(佛巖山)은 암반과 수목의 어우러짐이 마치 송낙을 뒤집어쓴 부처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 지어졌다. 멀리서 정상부를 보고 있으면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명칭이다. 불암산의 해발 높이는 약 500m이며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수락산과 연계 산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며 부담 없는 산책에 만족하고 싶다면 공릉동에서 시작하는 종주 코스를 추천한다. 경사가 완만한 흙길이라서 큰 무리 없이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 워킹의 시작은 원자력병원 앞 공릉산 백세문에서 출발하여 북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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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산책 루트 ▲ 불암초등학교에서 출발하는 산책 코스가 압권.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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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가 길안내를 해 주므로 길을 헤맬 염려는 없다. 오솔길을 따라 각종 나무들이 가지를 내리고 있어서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므로 사시사철 어느 때 걸어도 좋은 길이다. 차 한잔 마실 정도로 걷다 보면 조그만 전망대와 함께 삼거리 길이 나온다.

여기서 우측으로 빠지면 삼육대로 내려갈 수 있는데 현재는 코로나19로 개방을 못 하고 있다. 이 안쪽에 있는 제명호를 둘러보고 삼육대로 나오는 코스도 괜찮으니 거리두기가 해제되면 거닐어볼 만하다.

왼편으로 내려오면 중계마을인데 이 길을 택한다면 근처에 있는 서울시립과학관을 둘러볼 만하다. 어린이를 위한 여러 가지 과학 프로그램과 전시를 체험할 수 있으니 가족끼리 찾기에 좋다.

14미터 암반에 새겨진 관음보살상

정상을 향해 조금 더 가다 보면 학도암(鶴到庵)으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 산책로에서 반드시 들어봐야 할 곳이 있다면 바로 이 암자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루트로는 불암초등학교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약 400m 정도면 도달하므로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깝다. 학도암은 자그마한 암자로서 대웅전과 세 채의 전각이 전부지만 탁 트인 풍광과 함께 화강암벽에 새겨진 관음상이 인상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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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학도암 마애관음보살좌상 ▲ 대웅전 뒷편의 바위에 새겨진 관음보살상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4호.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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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학도암 전경 ▲ 학도암에서 조망할 수 있는 중계동 풍경.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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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상과 불암사를 자주 찾으며 이 쪽으로 오는 이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경내의 안내판을 보니 17세기에 무공((無空) 스님이 창건하였으며 고종 때 벽운(碧雲)이 중창하였다고 한다. 한국전쟁으로 소실되었으나 1965년에 주지 김명호가 다시 세워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대웅전 뒤편 커다란 암벽에 돋을새김 한 마애관음보살좌상이 속세를 굽어보고 있다.

이 불상은 명성왕후의 발원으로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4호로 지정되어 있다. 관음보살은 석가모니 이후 미륵보살이 출현할 때까지 중생을 고통으로부터 지켜준다고 한다. 바위의 크기가 약 14미터에 달해서 웅장한 맛이 나며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화강암에 유려하게 새겨진 석공의 손길이 물씬 느껴진다.

조형물을 아래에서 위로 보게 되면 얼굴이 작아 보이기 마련인데 그런 원근감을 고려하여 두상을 약간 크게 새긴 것 같다. 경내 앞 바위에는 돌부처를 앉혔고 이를 보기 위해서는 허리를 굽혀서 작은 입구를 지나야 한다. 그 위에 하심(下心)이라고 적어놨으니 겸손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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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최정상의 풍경 ▲ 휴일을 맞아 불암산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서울 시내를 내라보고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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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도암을 뒤로하고 능선길을 따라 오르면 깔딱 고개를 넘고 거북바위를 지나 불암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까지는 여러 루트에서 접근할 수 있다. 상계역을 나와 재현중학교에서 오르는 길은 빠르기는 하지만 제법 가파른 돌길이다.

당고개역에서 경보사-천보사로 이어지는 코스는 물이 많은 때 폭포를 감상하며 오를 수 있다. 암릉을 따라 너럭 바위가 여러 곳에 있으므로 노원구 일대와 도봉산-북한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서 훌륭하다.

중계중학교에서 올라오는 코스에는 불암산나비정원과 둘레길전망대가 있다. 이 루트는 데크길과 산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온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나비 체험관이 있어서 가족 단위의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봄에는 연분홍 빛 철쭉밭이 넓게 펼쳐지므로 인기가 많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볼만 하지만 호젓한 산책을 원한다면 휴일에는 피해야 한다.

▲ 노원구의 진경산수화 산책길, 불암산 #21 ⓒ 이상헌


불암산은 가파르게 떨어지는 절벽과 괴이하게 생긴 바위가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을 준다. 굳이 꼭대기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곳곳에 전망 좋은 암반이 있으므로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하산할 때 불암사를 지나 별내 방향으로 코스를 잡으면 산들소리수목원을 거쳐 삼육대로 내려와 태릉과 강릉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봄가을에는 태릉에서 강릉으로 이어지는 숲길이 개방되므로 때를 잘 맞추면 단풍과 함께 숲길을 거닐어볼 수 있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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