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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축구보다 생명'…응급 사태에 대응한 EPL 선수·관중·관계자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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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 위급환자 구하기 위해 힘 합쳐

뉴스1

뉴캐슬과 토트넘의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응급 사태가 발생했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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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축구에 살고 죽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 축구 팬들이 자발적으로 축구를 멈췄다. 응급 상황에 놓인 한 관중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토트넘 홋스퍼는 18일(한국시간) 영국 세인트 제임스파크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2021-22 EPL 8라운드에서 3-2로 이겼다. 2연승을 달린 토트넘은 5승3패(승점 15)를 기록,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날 관중석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토트넘이 2-1로 앞서고 있던 전반 41분,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 한 명이 심장 이상 증세로 쓰러졌다. 관중들이 동요했고 이를 본 토트넘의 세르히오 레길론이 주심에게 달려가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주심은 즉각 경기를 멈추고 선수들을 벤치로 보내 해당 관중의 생명을 구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뉴캐슬 구단 메디컬 스태프는 선수가 아닌 관중을 치료하기 위해 구급박스를 들고 관중석으로 내달렸다. 5만2000명의 관중은 내 일처럼 기도하며 조용히 기다렸다. 뉴캐슬 홈팬들은 위급 상황을 알린 토트넘 선수 레길론에게 진심을 담은 박수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덕분에 해당 관중은 의식을 되찾고 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될 수 있었다. 뉴캐슬 구단은 "모두의 바람 덕에 현재는 안정을 되찾고 회복 가능한 치료를 진행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잉글랜드 팬들은 축구 사랑은 유별나다. 거의 목숨을 거는 수준이다. 특히 이날 세인트 제임스파크를 찾은 뉴캐슬 팬들은 이른바 '훌리건'으로 불릴 만큼 열정 높다. 때문에 때론 축구에만 매몰돼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팬들도 이날 그 순간 만큼은 아무렇지도 않게 축구를 포기했다. 오히려 당장 축구를 멈춰야 한다고 그라운드를 향해 호소했다. 그렇게 사랑하는 축구도 한 사람의 생명보다는 소중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팬들 뿐 아니다. 생명을 위해 발빠른 대처하고 힘을 합친 EPL 구성원들의 품격도 눈길을 끈다.

레길론을 포함, 경기장의 모든 선수들이 온 신경을 집중하던 승부의 세계를 잠시 미루고 한 생명을 살리는 데 힘썼다. 더해 빠른 판단을 내린 주심, 메디컬 스태프, 경기장 관계자, 경찰, 응급 요원 등 모두가 한마음이 돼 움직여 기적을 만들어냈다.

누누 산투 토트넘 감독은 경기 후 "(그 상황에서) 축구는 더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생명을 살릴 수 있어서 기쁘다. 선수들과 주심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고 영국 매체 '가디언' 역시 "종종 축구는 아무 것도 아니다. 축구보다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오늘 경기장의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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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했던 세인트 제임스 파크 스타디움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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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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