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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경쟁률 높지만 미계약 많아”… 서울 ‘나홀로 아파트’ 절반이 줍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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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주택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신규 분양되는 나홀로 아파트로도 수요가 쏠리고 있지만, 정작 청약 물량의 절반 이상이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무순위 청약(줍줍)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계약분이 나와 2차 모집까지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459대1로 청약을 마감한 우장산 한울에이치밸리움 아파트(50.43~54.80㎡)는 이날 18가구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지상 12층 1개동 총 67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 청약에는 일반공급 37가구 모집에 2288명이 몰렸다. 경쟁률이 높았지만 절반가량이 계약되지 않으면서 줍줍으로 나왔다.

조선비즈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한 아파트 전경. 기사와는 관련이 없음/백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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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다른 나홀로 아파트에서도 이런 상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대문구 장안동 브이티스타일(VT스타일)은 지난 7월 실시한 청약에서 47가구 모집에 1685명이 몰려 3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체 70%에 달하는 33가구가 계약되지 않아 지난달 줍줍으로 나왔다. 무순위 청약에서도 1872명이 몰려 경쟁률은 57대1로 높아졌지만, 아직 타입별로 1~2가구씩 잔여세대가 남아있다는 게 분양사무소의 설명이다.

1차 무순위 청약에서도 물량이 소진되지 않아 2차 모집까지 실시한 단지도 있었다. 관악구 신림스카이아파트(12층·1개동)는 지난 8월 분양 당시 43가구 모집에 994명이 몰려 경쟁률 23대1을 기록했지만, 절반이 넘는 27가구가 줍줍으로 나오면서 지난달 이미 1차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그러나 1차 청약에서도 5가구만 계약으로 이어지면서 오는 20일 2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나홀로아파트는 가구 수가 적고 커뮤니티 시설이 부족해 대단지 아파트와 비교해 선호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주로 중소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아 브랜드 덕을 보기도 어려워 그간 경쟁률이 높지 않았지만, 올해들어 서울 아파트 공급부족이 심해지면서 나홀로아파트로도 청약 경쟁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마련이 어려워지자, 최종 계약을 앞두고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젊은 분들이 조건을 확인하지 않고 무턱대고 지원했다가, 자금여력이 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청약 부적격자가 본인의 재산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로 신청해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는 자금여력이 되더라도 나홀로 단지의 단점을 두고 고민하다가 계약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단지 아파트보다 계약을 포기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물론 나홀로아파트 중에서 무순위 청약을 거치지 않고 분양이 완료된 단지도 있다. 올 4월 분양한 관악 중앙하이츠포레(2동·82가구)는 1순위 청약에서 18가구 모집에 3922명이 몰려 21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무순위 청약 없이 마감됐다. 3월 분양한 자양하늘채베르(2동·165가구)도 1순위 청약에서 일반공급 27가구에 9919명이 몰렸고, 줍줍 물량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두 단지를 빼면 올해 분양한 단지는 대부분 무순위 청약을 최소 한 차례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한 번 당첨되면 한동안 재당첨이 제한되는 만큼 조건을 잘 따져보고 지원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나홀로아파트도 입지에 따라서 상품성이 좋을 수 있지만, 여러 조건들을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출제한 등의 문제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경우도 있으므로 신청에 앞서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무순위 청약이 반복될 경우에는 미계약 이유를 따져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나 비싼 분양가, 작은 면적 등이 원인일 것”이라면서 “수요자들은 이런 점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온정 기자(warmhear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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