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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몽니 부리는 구글·애플에 방통위 경고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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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약]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행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법 적용 대상인 구글· 애플 등의 이행계획을 반려, 보강 제출을 요구하며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제 3자 결제를 허용해 개정법을 준수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고, 애플은 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대응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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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후 지난달 14일 시행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행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법 적용 대상인 구글·애플 등의 이행계획을 반려, 보강 제출을 요구하며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통과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시행되며 최근 방통위는 구글, 애플 등으로부터 법 이행 방안을 제출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두 기업의 입장은 법을 수용하겠다는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구글의 경우 ‘제 3자 결제를 허용해 개정법을 준수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고, 애플은 자사 결제 시스템이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않고 그 외 수단을 허용하고 있어 법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제출된 이행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방통위 “앱마켓 사업자들이 제출한 이행계획이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두 기업에게 새로운 이행계획 제출을 종용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와 별도로 인앱결제 관련 강제성 유무와 실태 파악을 진행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에 따라 관련 시행령과 고시 제정, 개정 방향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몽니 부리는 구글·애플, 방통위 강력 대응 밝히지만…

구글과 애플의 반발은 예상된 바였다. 두 기업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입법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의견 표명을 한 바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물론 본사가 있는 미국 등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빅테크 규제 법안이 추진되는가 하면 개별 기업과 법적 다툼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두 기업에게는 자칫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시작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에 순순히 응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진행중인 법적 소송과 입법 대응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일단 구글은 몸을 낮추며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애초 수료 인상 및 인앱결제 의무화 시행을 발표해 입법을 촉발했던 장본인이기도 하고 이후 이어진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 여론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 국회 방통위 국정감사에 호출된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아쉽지만 법안을 존중하며 법 준수를 위해 수익모델을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11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법 이행계획을 담당팀이 마련하고 있고, 조만간 새로운 결제수단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막상 제출한 이행계획은 제3자 결제 시스템을 허용할 예정임을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이나 내용 등은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플의 경우도 국감에 출석한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가 “법을 준수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제출한 이행계획에서는 구글보다 적극적으로 법의 모호한 부분을 이용하는 듯한 대응이 엿보인다.

‘특정 결제방식의 강제’나 ‘거래상 지위의 부당 이용’ 등 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애플은 “이미 별도 홈페이지 등을 통한 다른 결제 방법이 허용되고 있다”며 “국내 앱 개발자의 85%가 인앱결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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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애플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분야가 콘텐츠에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85%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식의 비율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관계를 호도한 것”이라며 “(애플이)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내 놓고 있다.

방통위는 두 기업이 보다 가시적인 법 이행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불법행위에 대한 사실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법 조항 준수를 두고 끝내 두 기업이 불복할 경우 법적공방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원안과 달리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비롯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며 몇 가지 조항이 빠진 것을 문제로 꼽고 있다.

빠진 내용은 앱마켓 사업자가 다른 앱마켓에 콘텐츠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강요·유도하거나 차별적 조건·제한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내는 사업자가 앱마켓에 콘텐츠를 등록할 때 다른 앱마켓도 등록하게 하는 ‘콘텐츠 동등접근권’ 등이다.

강요·차별 관련 조항은 방통위와 다른 규제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간 중복규제 논란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법사위 통과 과정에서 삭제됐으며, 콘텐츠 동등접근권의 경우는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에 반사이익이라는 특혜로 작용할 수 있고, 중소 개발자 및 사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과방위 통과 당시 삭제됐다.

상생협약으로 빠진 법 조항 대체, 효과 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통과 후 시행 한달이 넘어가는 지금,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내 모바일 앱 생태계의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국내 앱마켓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앱마켓 측은 국내 토종 기업인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 등이 참여했고, 콘텐츠 사업자의 경우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3N’사와 웨이브, 티빙, 멜론, 지니뮤직, 플로 등이 참여했다.

참여 업체들은 국내 모바일 앱 생태계 내 공정경쟁과 동반성장 환경 조성, 국내 이용자의 피해 예방 및 권익 증진, 국내 콘텐츠 기업의 부당한 차별 없는 콘텐츠 입점, 국내 앱마켓 사업자의 원활한 콘텐츠 입점 지원 등에 합의하고 연 2회 정례 간담회와 함께 점진적으로 참여 대상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국내 대표 콘텐츠 기업들은 자율적으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에서 빠진 동등접근권을 실행하기로 합의한 셈이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고 향후 구글·애플 등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더구나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앱마켓이 구축한 생태계가 훨씬 유리한 상황에서 일부 국내 게임 업체들은 여전히 원스토어 입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중소업체의 경우 원스토어 입점 시 추가 비용 발생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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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빅테크 규제로 초점이 맞춰진 국감 분위기에 힘입어 몇몇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원스토어를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는 모든 앱마켓에 콘텐츠를 제공해야한다’는 내용으로, 다시 ‘콘텐츠 동등접근권’을 법제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업체들은 자칫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국내 앱마켓을 과보호하는 토종 앱마켓 강제 입점 정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편 방통위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통과 이후 제도개선반을 통해, 다른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모바일콘텐츠 등의 등록·갱신·점검을 거부·지연·제한하거나 삭제·차단하는 행위, 다른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의 앱마켓 이용을 정지·제한하는 행위, 다른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기술적으로 제한하는 행위, 다른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절차적으로 현저히 어려운 방식으로 구성하는 행위, 기타 경제적 이익 등에 관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과하는 행위 등이 시행령에 담길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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