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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르포] '쓰레기 대란' 시멘트가 해결사로…쌍용C&E, 탄소중립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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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공장 2018년부터 유연탄 폐플라스틱ㆍ타이어로 대체

"가정에서 나온 쓰레기들이기 때문에 공정을 거쳤지만 냄새가 좀 납니다."

지난 15일 강원 동해시 쌍용C&E 시멘트 공장의 폐합성수지 분쇄동에 들어서기 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조금'이라는 설명과 달리 들어서자마자 강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분쇄기 옆 순환자원 저장고에는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폐합성수지가 쌓여 세 개의 '쓰레기산'을 이루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쓰레기와 역한 냄새가 시멘트 공장이라기보다는 쓰레기 처리장을 연상시켰다. 분쇄동 밖 부지에는 폐타이어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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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C&E의 동해공장 부지는 약 1130만㎡로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한다. 매년 1150만t의 클링커를 생산한다. 동해공장에서만 한국의 연간 전체 생산 규모 6000만t의 5분의1을 책임지고 있다.

시멘트를 생산하기에도 바쁜 동해공장이 쓰레기를 모으고 있는 배경에는 '탄소중립'이 있다. 올해 기준 국내 시멘트 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600만t이다. 전체 발생량 중 약 90%가량이 '소성과정'에서 발생한다. 원료를 1450~2000°C의 고온으로 가열시켜 각종 화학반응을 통해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를 제조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쌍용C&E 동해공장은 2018년부터 열원으로 사용되던 유연탄을 폐플라스틱과 폐타이어 등 순환자원으로 대체했다.

이현준 쌍용C&E 대표는 순환자원 활용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연탄 소비는 줄이고, 생활쓰레기를 순환자원으로 활용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시멘트 업계의 탄소중립과 '쓰레기 대란'을 모두 해결 할 수 있는 해답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동해공장의 경우 2018년부터 유연탄을 순환자원으로 대체하는 노력을 통해 2018년 150만t이던 유연탄 소비를 올해는 90만t 수준까지 끌어내렸다"며 "2030년까지 유연탄 사용을 0으로 만드는 탈석탄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를 맞닥뜨린 현재를 그는 "시멘트 업계는 현재를 에너지 대변혁을 혁명적으로 이어가는 초입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서도 시멘트 업계는 석유를 원료로 사용했지만 오일쇼크 이후 유연탄으로 교체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시멘트 생산 현장 곳곳에서 에너지혁명을 구현하기 위한 설비교체, 설비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쓰레기 문제 해결에도 힘을 보탰다. 2019년 미국 CNN 방송국이 보도하면서 논란이 됐던 '의성 쓰레기산' 처리에도 환경부와 의성군의 요청에 따라 8만3000t가량을 순환자원으로 활용했다. 이날 답사를 함께한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쓰레기 문제는 기존 소각장이나 매립지가 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의성 쓰레기산 같은 경우도 해당 지역에서 처리되지 못해서 시멘트 업계로 요청이 왔다"고 설명했다.

쌍용C&E는 순환자원 활용에 더해 환경사업으로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종합환경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 일환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창립 59년 만에 사명을 쌍용양회에서 쌍용C&E로 변경했다. 시멘트(Cement)에 환경(Environment)를 더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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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공장에서 사용되고 남은 열도 허투루 버리지 않았다. 소성로(킬른) 7기 중 3기에서는 초록색 표시를 볼 수 있었다. 폐열회수발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표시다. 동해공장은 2018년 폐열회수발전기를 구축했다. 클링커를 생산하는 킬른에서 발생하는 약 2000°C의 열원이 소성 공정을 거쳐 350°C까지 떨어지면, 해당 열원을 회수해 전력을 생산한다. 기존에는 대기로 배출되던 열들이다. 현재 동해공장에 설치된 폐열발전시설의 연간 발전량은 28만1000MWh다. 동해공장 전체 전력비의 33%가량인 270억원을 절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13만t가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

이 같은 쌍용C&E의 도전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순환자원 활용에 대해서는 일부 환경단체들이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소성로 내부 온도는 최고 200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완전 연소된다"며 "독일은 순환자원 대체가 60%가량 되지만 한국은 2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쌍용C&E는 친환경 종합환경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 쌍용C&E 관계자는 "현재까지 탄소저감을 위한 설비투자에 2000억원을 투자했고, 앞으로 3년 이내 3000억원 이상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후에도 탄소중립을 위해 신기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혜경 기자 rews@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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