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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030년 한국 인구는 5535만?···지자체, 인구 감소 예상에도 계획인구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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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30년 한국 인구는 5535만명, 2040년엔 5195만명.

정부와 전문가들의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에 대한 우려를 무색케 하는 이들 수치는 17개 광역지자체가 세운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상 2030년과 2040년 계획인구를 합산한 것이다. 감사원과 통계청이 예측한 장래인구추계를 훌쩍 뛰어넘는 이 수치대로 광역지자체들의 행정이 이뤄질 경우 도시 개발과 도시 인프라 마련 등에서 과잉투자가 이뤄지면서 막대한 사회적 낭비가 전국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광역지자체 계획인구 합산하면 인구 걱정 없다?

18일 경향신문이 광역지자체들의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상 계획인구를 확인해 합산한 결과 지자체들 목표대로라면 2030년 한국 인구는 5535만, 2040년 인구는 519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계획인구를 합산하면 2040년 전국 인구는 지난달 현재 인구인 5166만9716명보다 오히려 증가한 상태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국가 전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는 물론 통계청이 2019년 내놓은 장기인구추계, 감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장기 지방인구 추계와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이 수치는 아직 2040년까지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지자체들의 경우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을 예상한 통계청 예측치를 적용한 것이다. 앞으로 지자체들이 수립·확정할 2040년까지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상의 계획인구를 합산한 수치는 현실과 더 동떨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은 앞으로 도시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갈지에 대한 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지자체의 최상위계획으로서 주택, 교통, 인프라 마련 등 도시 전반에 대한 개발에 있어 근간을 이루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자체들은 국토교통부의 국토종합계획과 연계해 10~20년 단위로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현재 대부분의 광역, 기초지자체들은 국토부의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을 참고해 2040년까지의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 수립을 완료했거나 수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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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병원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2018년 8월 22일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앞쪽에 보이는 아기침대는 비어있는 침대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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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줄어든다는데, 지자체 미래 인구 ‘부풀리기’ 여전

18일 현재 광역지자체 가운데 2040년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을 확정한 지자체들의 계획인구를 보면 강원도는 현재보다 3만명 가량 증가한 173만, 경남은 현재와 같은 334만명, 충북은 현재보다 9만명 많은 174만명, 충남은 24만명 많은 236만명이다. 울산은 2035년 계획인구를 현재보다 18만명 많은 133만명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통계청과 감사원이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 지자체는 충남뿐이다.

올해 안으로 도시기본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인천은 현재보다 35만명이 증가한 330만명, 역시 종합계획안 확정을 앞두고 있는 경상북도는 현재보다 6만 줄어든 260만명으로 계획인구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2017년 통계청, 지난 7월 감사원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통계청은 2030년 전국 인구는 5193만명으로 현재보다 27만명 증가하고, 2040년에는 5086만명으로 현재보다 80만명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I(지역)’에서 2047년 전국 인구가 4771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광역지자체들 계획상의 2040년 수치는 감사원 2047년 예측치에 비해 1.09배에 달한다. 7년 시차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 인구 감소 추세를 피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광역지자체들의 계획인구 부풀리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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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만 인구 감소 전제로 도시 정책 전환

이미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을 확정한 지자체들뿐 아니라 아직 계획 수립 중인 지자체들 중 다수도 통계청·감사원 예측보다는 계획인구를 많이 잡을 가능성이 높다. 광역지자체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상의 계획인구는 추후 도시개발과 주택 공급, 기반시설 조성 등 지자체 행정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예산 낭비와 행정력 낭비가 우려가 제기된다.

인구 감소를 전제로 도시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지자체는 부산 1곳뿐이다. 부산은 지난 7월 제1차 부산시 인구정책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하면서 저성장과 인구 감소추세를 받아들이는 대신 시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도시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40년 계획인구를 2030년보다 적게 잡는 지자체가 인천, 경북, 경남 등 일부 존재하긴 하지만 여전히 감사원 감사보고서 예측과 비교하면 과다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 장기인구추계 가운데 시도별 총인구 내용을 보면 2017년 대비 2047년 서울, 부산 등 11개 시도의 총인구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세종 등 6개 시도의 총인구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2017년 대비 2047년 각 지자체 인구는 부산(74만명 감소), 대구(46만명 감소), 광주(23만명 감소), 울산(19만명 감소) 등의 인구는 1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경남(30만명 감소), 경북(29만명 감소), 전북(25만명 감소), 대전(20만명 감소), 전남(18만명 감소)의 인구는 9~14%, 강원은 3.2%(5만명 감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인구는 2017년 대비 2047년 124.0%(33만명) 증가하고, 제주는 23.5%(15만명), 충남과 충북은 각각 7.6%(16만명), 1.6%(3만명), 인천은 0.8%(2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지자체는 세종과 제주, 충남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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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묵정동 제일병원 신생아실.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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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증가하는 지자체는 세종·경기·충남·제주뿐

감사원 감사보고서 가운데 장기 지방인구 추계와 전망결과 항목의 광역시·도별 총인구 추계를 보면 2047년 전국 인구는 4771만명으로 예상된다. 늘어나는 곳은 세종, 경기, 충남, 제주 등 4곳뿐이다.

현재 2040 도시기본계획이나 종합계획을 수립 중인 지자체들은 대체로 2019년 나온 통계청 장기인구추계에 맞춰 계획인구를 잡으려 하고 있으나 감사원 예측 수치는 통계청이 예측한 것보다 더 작아졌다. 2년 사이 인구 감소 추세가 심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2040년 서울플랜을 수립 중인 서울의 경우 통계청 2040년 예측치는 873만이나 감사원 예측치는 813만에 불과하다. 부산은 289만과 263만, 대구는 214만과 196만, 광주는 134만과 123만, 대전은 139만과 129만, 전북은 165만과 154만, 전남은 167만과 158만 등으로 적게는 9만~10만명, 많게는 26만명가량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통계청 예측치대로 인구 감소를 염두에 두고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을 짜도 과잉 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런데도 지자체들이 인구 증가를 전제로 계획인구 수치를 정하는 주요 근거는 출산을 통한 증가가 아닌 사회적 유입 인구의 증가다. 전국 인구가 이미 정점을 찍고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구가 증가하려면 다른 지자체로부터 인구 유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자체들 중에는 사회적 유입 인구를 통해 다른 지자체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많을 것을 전제로 인구 증가를 계획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사회적 유입을 통한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지자체는 세종과 제주 정도뿐이다. 나머지 지자체는 비현실적인 근거를 전제로 계획인구를 설정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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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수준의 출산율, 중위 수준의 사회적 이동이 지속된다는 가정하의 통계청 추계에 따른 인구피라미드 변화 예상 그래프. 감사원 제공.


■인구 감소 대비한 현실적 도시정책으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계획인구를 무리하게 늘려서 잡을 것이 아니라 인구 감소에 대비해 도시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구학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의 미래상과 전략을 다룬 <정해진 미래>의 저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인구 감소에 적합한 사회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 교수는 저서에서 “작아지는 사회규모에 우리의 제도와 문화, 인식까지도 큰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인구변동의 큰 맥락 속에서 개혁적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자체들 입장에서는 계획인구를 현실적으로 정할 경우 유입되는 인구도 줄어들고, 더욱 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지자체들이 설정한 계획인구대로 도시 정책을 실행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자원 낭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지자체들이 설정한, 불가능한 계획인구대로라면 인프라를 조성할 때의 예산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도 계속해서 낭비된다”며 “거주하고, 일상을 보낼 사람들이 부족한 상태에서 인프라만 만들고, 신도시를 만들 경우 유령도시처럼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1000명이 거주하는 공간을 2000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면 사람들은 도시를 휑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사람들은 해당 지역을 더 많이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자체들의 계획인구 부풀리기를 바로잡을 방안으로 중앙정부가 지자체들에 개발 관련 예산을 배분할 때 현실적인 계획인구와 목표를 설정한 지자체를 우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지자체들은 목표를 소극적으로 축소해서 잡을 경우 중앙정부 예산을 적게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목표치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며 “예산을 배분하는 쪽에서 개발 계획에 따라 나눠주는 것을 지양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운 지자체에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구 크기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중요하다”며 “부산시처럼 인구 규모를 키우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다만 삶의 질을 높인다는 추상적인 목표를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세부계획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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