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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학생이 손가락 욕하고 쌍XX”…현직 고교교사의 분노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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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받은 욕설들을 낱낱이 공개하면서 뒤늦게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교사는 자신이 직접 쓴 ‘분노일지’를 통해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달 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학교에서 겪은 분노일지 써 본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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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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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현직 고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내가 나이도 많이 어린데다 여자고 키도 작아서 (학생들한테) 무시를 당하는 것을 고려하고 쓴다”며 말문을 열었다.

먼저 A씨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손가락 욕을 하거나 반말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학생들이) 나한테 쌍XX를 한다”라며 “수업 중 발표를 시키는데 ‘야 XX 뭐래냐’라는 말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학생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만져서 뺏으려 했다. 교칙 상 원래 휴대전화를 걷는데 아이가 안 낸 거다. 수업 때만 걷고 쉬는 시간에 다시 준다고 했는데, 아이가 반항하며 내 휴대전화를 뺏어서 던졌다”라고 밝혔다.

또 A씨는 “전달사항을 말하는데 어떤 애가 못 들었나 보다. 내 면전에 대고 옆자리 짝꿍에게 ‘담임이 방금 뭐래?’라고 했다. ‘뭐라고 하셨어?’라고 하든지, 내가 없을 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A씨는 “무슨 말만 하면 학생들이 ‘아 어쩌라고요’라고 말대꾸를 하거나, 혼을 내려고 하면 ‘영상을 찍겠다고’ 난리를 쳤다”고 했다. 이 밖에도 A씨는 혼내면서 목소리가 높아지면 ‘아 시끄러워 왜 소리를 질러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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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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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아이들에게 내 진심을 전해보고자 직접 편지를 써서 돌리기도 했는데, 찢어서 버린 걸 발견했다”며 “이 이후로 아이들에게 조금 남아 있던 정이 다 떨어졌다”라고 토로했다.

A씨는 “물론 예쁜 아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힘들게 하는 아이들 때문에 번 아웃이 와서 예쁜 아이들에게 사랑 줄 힘이 없다”며 “학기 초엔 이틀에 한 번씩 울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A씨는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숱한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나보고 ‘자질이 없다’고 하기도 하지만, 지난해 대학 졸업 후 신규로 갓 부임해서 열정도 넘쳤고 이것저것 많이 해보려고 했다. 충분히 아이들 사랑하려고 노력했다”라면서 “내가 더 잘하면 아이들이 알아주겠지 생각했다. 아이들 피자, 치킨도 먹이고 고깃집도 데려갔다. 월 1회 단합대회도 열어보고 별거 다 해 봤다. 그런데 힘들게 하는 아이들은 잘해 줄수록 얕보더라. 한 번 얕보이니까 계속 무시당하고 조롱당했다”고 호소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A씨의 글에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한 누리꾼은 “내 아내도 비슷한 일을 하는데 9살짜리 아이로부터 대놓고 ‘쌤 연봉 얼마 받고 이런 일 하는 거에요? 대학 나와서 능력 없으니까 선생질하는 거죠?’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도 “부임 첫해 담임 맡았던 아이 중 한 명이 페이스북에 ‘XXX 자를 것임’이라고 올렸다. 첫해부터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애정을 쏟아부었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라고 털어놓으며 A씨의 글에 공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누리꾼들은 “우울증 비율이 높은 직업 중 하나가 교사더라. 힘내라”, “그런 아이들 데리고 정말 최선을 다했다”, “외국처럼 스쿨폴리스를 뒀으면 좋겠다”, “교사 보디 캠이라도 필요한 것 아니냐”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A씨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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