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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걸크러시 산골 할머니의 만학 여정이 주는 힐링[박미애의 씨네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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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LOOK…'한창나이 선녀님'

소 키우랴 글 배우랴 '24시간이 모자라'

무기력한 현대인들에게 힐링 선사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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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새출발 하는 이들에게 격려의 의미로 많이 쓰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취준생’이든 ‘퇴준생’이든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혼의 나이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가 있다. 인적 드문 강원도 산골에서 건강하게 싱글 라이프를 꾸려 가는 ‘한창나이 선녀님’의 임선녀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할머니는 열여덟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 아내로서 엄마로서 다른 이의 삶을 돌보는데 한평생을 보냈다. 남편을 여의고 나서야 당신의 인생을 마주하게 됐지만 회한은 없다. 뒤늦게 시작한 글 공부는 당신의 두 발로 세상을 한 발 한 발 딛고 나아가게 하는 힘을 줬다. 글 공부에 2만5000~2만6000씩 드는 택시비가 아깝지 않느냐는 주변의 걱정에 “하고 싶은 거 하려고 돈 번다”며 쿨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죽기 전에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며 직접 두 팔을 걷어붙여 망치를 두들긴다. 한 번 마음 먹으면 그대로 행동에 나서는 그야말로 걸크러시 할머니다.

글 공부를 하는 데서 새로운 인생을 찾은 임선녀 할머니의 삶은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그 자체다. 타인의 잣대에 갇혀 하루하루를 버겁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행복의 의미를 되짚게 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현실이 보잘 것 없고 미래가 불안해서 무기력한 이들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위로와 용기를 준다.

‘한창나이 선녀님’은 낮에는 소 키우랴, 밤에는 공부하랴 24시간이 부족한 임선녀 할머니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임선녀 할머니의 만학 여정을 동행하다 보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이웨이 길을 걷는 강원도 산골 할머니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피식 웃음 끝에 감동이 스민다.

‘한창나이 선녀님’은 KBS ‘인간극장’와 영화 ‘강선장’과 ‘선두’를 통해 다큐멘터리 외길을 걸어온 원호연 감독의 작품이다. 평범함 삶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해낸 영화에는 대상을 따뜻하게 보듬는 감독의 사려 깊은 시선이 담겼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수상한 올해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관객상 선정작이다.

별점 ★★★☆(★ 5개 만점, ☆ 1개 반점). 감독 원호연. 러닝타임 83분. 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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