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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손수건 왕자' 비난 여론까지 돌려 놓은 '영혼의 7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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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 왕자' 사이토 유키(33.닛폰햄)의 혼신의 투구가 반대 여론까지 잠재웠다.

사이토는 17일 삿포로 돔에서 열린 오릭스와 경기서 은퇴 경기를 가졌다. 은퇴식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닛폰햄이 4-3으로 앞선 7회.선두타자 후쿠다와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볼넷.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매일경제

"손수건 왕자" 사이토가 비판 여론이 제기 됐던 논란의 은퇴 경기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영혼이 깃든 7구의 투구가 여론의 흐름도 바꿔 버렸다. 사진=닛폰햄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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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는 현재 지바 롯데와 치열한 선수 경쟁을 하고 있다. 18일 현재 오릭스가 반 경기 차로 지바 롯데에 앞서 있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 없다.

그런 오릭스를 상대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사이토가 마운드에 오른다는 것은 지바 롯데 팬 입장에선 불만이 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는 오릭스전서 은퇴 경기를 잡은 닛폰햄 구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 됐던 것은 사실이다.

이날도 4-3으로 살얼음 리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두 타자와 승부를 사이토에게 맡겼다. 볼넷으로 나갔기 때문에 동점 주자의 출루를 허용한 셈이었다.

다음 투수 호리가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지 않았다면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뒤집혔다 해도 비판 목소리는 잦아들 수 있었다. 사이토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승부를 했다는 것을 모두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매체 더 페이지는 "사이토의 '영혼의 7구'가 모두를 감동 시켰다. 비판의 목소리를 봉인했다. 다음 투수 호리가 세 타자를 돌려 세우며 꽃길에 꽃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더 페이지는 "최고 구속은 129km에 불과 했지만 사이토가 모든 것을 짜내 공을 던진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11년째 사이토 유키의 모습이었다. 영혼의 7구. 7회 오릭스의 선두타자 후쿠다에게 초구는 패스트볼로 마음껏 팔을 흔들어 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스피드건 표시는 129km였다. 사이토가 1군 마운드에 서는 것은 2019년 9월 27일 오릭스전 이후 2년 여 만이었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을 당해 캐치볼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스피드였다.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릭스의 톱 타자를 상대로 진검승부를 벌일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팬들은 영광과 고뇌의 틈새, 아니 11년의 현역생활 대부분이 악전 고투였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을 향한 그 열렬한 모습에 감동했다.

2구째 직구도 129km. 볼이 됐다. 3구째는 투심. 후쿠다의 타구는 3루측 스탠드로 들어가는 파울이 됐다. 4구째 체인지업은 원바운드. 승부구였지만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이어진 5구째 투심은 높이 떴고 이번엔 방망이가 나오며 1루측 파울이 됐다. 6구째 투심은 볼이 되어 풀카운트. 그리고 사이토는 승부의 7구째의 투심을 바깥쪽 낮게 가라앉힌다. 포수 시미즈는 플레이밍으로 잡아 미트를 잠시 움직이지 않았지만 판정은 볼. 현역 마지막 등판은 볼넷을 내줬다. 사이토는 쓴웃음을 띄워 쿠리야마 감독이 교대를 고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후 마운드에서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사이토는 싱글벙글했다. 1만3618명의 팬의 석별의 박수에 오른손을 들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벤치에서 구리야마 감독의 말을 듣는 순간 눈물샘이 무너졌다.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통곡했다. 벤치에 앉아 뒤따른 호리의 피칭을 지켜보며 눈물이 폭포수처럼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공식전 은퇴 경기의 정석으로는 선발, 타자 한 명, 삼진이 암묵적인 약속이다. 하지만 구리야마 닛폰햄 감독이 투수 사이토를 심판에게 고한 것은 4-3으로 1점을 앞서 맞이한 7회초였다.

일본 연론에 의하면 쿠리야마 감독은 경기 전 "정상적으로 해 주세요"라고 오릭스 측에 부탁했다고 한다. '고의 삼진 세리머니"를 받아 들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결국 1점차 승부에서 선두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했다.

더 페이지는 "소프트뱅크전이 우천중지 돼 이 경기의 행방을 지켜보던 지바 롯데 수뇌진과 선수, 그리고 지바 롯데 팬들의 심경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결과에 따라서는 인터넷이 불타오를 법도 했다. 하지만 롯데 팬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사이토 은퇴경기의 꽃길을 감동으로 바꾼 게 사이토의 마지막 힘을 다한 진검승부의 7구이자 그 뒤를 맡은 호리의 역투였다. 무네, 구레바야시, 스기모토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삼자범퇴로 잡아 무실점으로 넘겼다. 벤치에서 통곡하고 있던 사이토도 안심한 미소로 호리를 맞이했다.

은퇴 경기를 치른 적이 있는 모 평론가는 이런 말을 했다.

"왜 26일 세이부와 홈 최종전에서 치르지 않았나. 오릭스와 우승 다툼을 벌이고 있는 지바 롯데 및 지바 롯데 팬들에게 실례다. 선발로 나서 타자 한 명을 상대하는 것은 아직 허용하겠지만 모처럼 치른 은퇴 경기가 자칫 큰 문제로 이어질 우려도 있었다. 암묵적인 양해의 범주를 벗어난 은퇴 경기가 되지 않도록 일정을 포함해 구단이 세심하게 배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닛폰햄이 26일 세이부와의 최종전이 아닌 오릭스전서 은퇴 경기를 치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일요일 데이 게임에서 관중 동원과 굿즈 매출 등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티켓은 매진됐다.

나카타 쇼의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 없이 요미우리로 트레이드를 감행했을 때도 구단은 그 설명 책임과 자세에 대해 비판을 받았다. 마케팅이 뛰어나 메이저 방식의 구단 경영을 하는 팀이 닛폰햄이지만 야구와 관련된 운영은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 모든 마이너스 요소를 봉인할 정도의 감동을 사이토는 진검 승부의 7구로 보여줬다. 닛폰햄 팬 뿐 아니라 모든 프로야구 팬에게 감동을 준 투구였다고 더 페이지는 평가했다.

프로야구 선수 생활 내내 온갖 편견과 거듭된 부상에 시달렸던 사이토다. 자칫 에민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의 은퇴 경기 였지만 그의 야구 인생을 모두 담은 '운명의 7구'는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마지막까지 사이토 다운 모습으로 유니폼을 벗게 된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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