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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7년 전 가격까지 폭등한 휘발유…리터당 2000원 시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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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휘발유, 2014년 이후 첫 리터당 1700원대

연말까지 더 높아질 듯…'유류세 인하' 주장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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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2021.9.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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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최근 국내 휘발유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7년 만에 리터당 1700원대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지표들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여서 당분간 휘발유 가격도 더욱 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선 리터당 2000원대였던 10년 전 가격표를 다시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유류세 인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4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700.95원으로 지난 2014년 12월3일 이후 7년 만에 1700원대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더욱 올라 지난 16일에는 1716.92원까지 기록하는 등 이틀 만에 16원이나 치솟았다. 서울 지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94.11원으로 이미 1800원대에 육박하고 있으며, 중구에선 일반휘발유를 2577원에 파는 주유소까지 나왔다.

특히 이달 들어 가격 상승세가 매우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9월 넷째주에는 전주 대비 0.8원, 9월 다섯째주에는 1.9원 올랐지만 10월 첫째주에는 8.7원 오르면서 상승폭을 키웠고, 10월 둘째주에는 28.3원이나 오르면서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휘발유 가격이 이 정도 수준까지 치솟은 건 3년 전인 2018년 7~11월이다. 당시 미국과 이란의 갈등 악화로 경제 제재를 앞두면서 원유 공급 감소 우려에 국제유가가 급등해 리터당 1690.31원(11월4일)까지 올랐다. 휘발유 가격이 5개월 만에 리터당 150원가량 치솟자 정부는 전격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하며 급한 불을 끄기도 했다. 현재 휘발유 가격은 당시의 고점보다도 리터당 20원 이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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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한 셀프주유소에서 휘발유가 판매되고 있다. 2020.5.1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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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국내 휘발유 가격이 치솟은 건 국제 원유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국제유가는 보통 국내 가격보다 3주~1개월 선행하는데, 두바이유의 경우 배럴당 71.13달러(8월30일)에서 75.92달러(9월30일)까지 1개월 동안 6% 넘게 올랐다. 각국의 백신 접종 확대로 코로나19에서 회복되면서 원유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산유국의 원유 증산 억제와 허리케인 여파로 미국의 원유 생산설비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겹쳐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쳤다. 정유사는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할 때 달러로 사는데, 환율 상승기에는 국제유가에 변동이 없다고 하더라도 같은 양의 원유를 환율 상승분만큼 비싸게 사오는 것이기에 실제 소비자 가격까지 상승한다. 지난 9월1일 1159.5원이었던 달러·원 환율은 10월1일에는 1187원으로 1개월 동안 27.5원이나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승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국내 유가의 선행 지표인 국제 휘발유 가격이 국제유가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이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9월1일 배럴당 78.49달러였던 국제 휘발유(92RON) 가격은 9월30일 87.08달러로 한 달 만에 11%나 올랐다. 현재 석유 생산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도 전력난으로 석유 제품 수출을 제한하는 상황이다. 반면 인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선 확진자 수가 줄면서 석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수급의 불일치로 인해 국내 휘발유 가격도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보통은 공급 감소로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어드는데, 최근에는 높은 수요가 유지되는 동시에 '가격이 오르니 빨리 사야겠다'는 수요 부추김 현상까지 나타난다"며 "석유제품 가격의 상승폭이 원유 가격의 상승폭보다 높은 데다가, 환율마저도 올라가고 있어 소비자 가격의 상승폭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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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주유기가 걸려 있다. 2021.9.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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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휘발유 가격은 앞으로 더욱 오를 전망이다.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과 연관된 지표들이 최근 일제히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두바이유는 14.8%, 달러·원 환율은 1.3%, 국제 휘발유(92RON)는 18.4% 올랐다. 해당 기간에 오른 지표들은 앞으로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었던 2012년의 상황이 다시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3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업계는 지금의 수요-공급 불일치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지난달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겨울 한파가 강하게 나타나면 전세계 석유 수요가 급증해 유가가 배럴당 최대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업계는 국민들의 휘발유 가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전체 휘발유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본다. 현재 휘발유 가격에는 리터당 745.89원의 교통세·교육세·주행세와 10%의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있다. 16일 기준 휘발유 가격(리터당 1716.92원)에 포함된 세금은 총 917.58원으로 소비자 가격의 53.4%에 해당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환율은 우리가 손을 댈 수 없는 외부 변수"라며 "우리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조치는 유류세 인하밖에 없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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