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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유동규 비밀TF, 대장동 틀 짜고 ‘시장님 회견문 검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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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시설공단 기술지원TF 일일업무일지 입수

이재명 쪽 “전혀 몰랐고, 보고받은 바 없어

TF가 그런 일 했다면 유동규가 오버한 것”


한겨레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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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을 맡았던 2011년 8월께 공단 내에 기술지원티에프(TF)라는 조직을 만들어 위례·대장동 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 조례에 따른 시설관리공단 주요 업무는 공영주차장·시영아파트 관리 등이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티에프 업무를 묻는 성남시의회에 ‘안전진단’이라고 여러 차례 답변했는데, 뒤로는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을 주업무로 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민간사업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아무 권한이 없던 유 전 본부장이 시의회 등 감시를 피해 일찌감치 막대한 이익이 걸려있는 핵심 업무를 맡게 되면서 민간사업자와의 유착을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은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에게 최소 1100억원 이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는데, 그보다 3년여 전에 만들어진 기술지원티에프에서 대장동 사업의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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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겨레>가 입수한 ‘2012년 시설관리공단 기술지원티에프 일일업무일지’를 보면, 기술지원티에프는 단장·팀장 포함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5명은 같은 건설회사 출신으로 티에프 구성 직전인 2011년 7월 시설관리공단에 동시 입사했다. 처음부터 개발 업무를 염두에 둔 채용인 셈이다.

앞서 성남시설공단은 2011년 6월17일 시의회 통과가 필요한 조례 개정이 아닌 정관을 개정해 ‘토지개발 등을 위한 토지의 취득, 개발, 비축 및 공급, 임대 관리, 주택 및 일반건축물의 건설’ 등을 공단 사업에 포함시켰다. 2011년 7~8월 건설회사 출신 인력을 대거 채용한 뒤 기술지원티에프를 설립하기 직전이다. 당시 시설관리공단 설립·운영 조례를 보면 공단 업무는 △공영주차장 관리운영 △불법 주·정차 차량 견인 및 관리 △시가 설치한 각종 시설 위탁 관리 등이다. 조례를 넘어서는 정관 개정인 셈이다. 정관 개정은 성남시장 인가 사항이다.

이들의 업무 상당부분은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한 것들이다. 일일업무일지를 보면 ‘위례신도시 사업추진 관련 자료보완’(2012년 2월1일), ‘대장동 추진방안 작성-각 방안별 사업손익 산출’(2012년 4월3일), ‘대장동 사업추진 일정표 작성’(2012년 4월9일), ‘대장동 SPC설립 및 출자방안 검토’(2012년 4월10일), ‘시장님 기자회견문 검토-대장동 및 1공단 결합개발/재개발’(2012년 7월5일), ‘대장동 주민 동향 파악-결합개발에 대한 주민 동향’(2012년 7월19일) 등이 다수 확인된다. 공공개발을 요구하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것은 2012년 6월27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였다. 기술지원티에프는 최소한 이보다 두달 이상 앞선 시점부터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 방안 등을 검토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전략사업팀이라는 ‘대장동 별동대’를 만들어 민간 초과 이익 환수 방안 등을 묵살했다는 혐의를 받는데, 기술지원티에프 역시 유 전 본부장 뜻을 관철하는 ‘원조 별동대’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당시 성남시의회에서도 기술지원티에프가 개발 업무를 위한 조직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이런 사실을 철저히 숨기며 ‘시설 관리 및 안전관리 업무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술지원티에프가 작성한 문서들은 정식 공문서로 등록되지 않은 채 성남도시개발공사 출범 이후 모두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기술지원티에프 업무 내용을 알았는지 물었다. 이재명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관련 사업은 (성남시) 도시관리사업단 업무였다. 게다가 시설관리공단은 소관 사무도 아니다. (티에프에서) 내부 검토했다면 그건 유 전 본부장이 오버한 것이다. 기술지원티에프를 만든 건 이 후보는 전혀 몰랐고, 보고받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배지현 장필수 이주빈 정환봉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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