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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동양대 재단 이사직 ‘세습’…사립대 3곳 중 2곳 친인척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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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의원 ‘사립대학 251곳 친·인척 근무 현황’ 분석

‘학력 위조’ 논란 최성해 물러나자 아들이 이사로

설립자 자녀·손주 이사장·총장인 곳도 전체 절반


한겨레

동양대학교. 학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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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대학교 최성해 전 총장이 ‘학력 위조’ 논란으로 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아들이 학교법인 이사에 임명돼 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동양대뿐만 아니라 사립대학과 전문대학 법인 3곳 중 2곳은 친·인척이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돼 ‘혈연관계’에 기반한 사학 경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이 2019년 10월 학교법인 현암학원의 이사직을 사임하고 두 달 뒤 총장직에서도 물러난 뒤 최 전 총장의 아들 최아무개(39)씨가 2020년 9월부터 현재까지 현암학원 이사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전 총장의 법인 이사직 임기는 지난해 8월 만료 예정이었다.

현암학원은 최 전 총장의 부친인 고 최현우 전 이사장이 설립했다. 올해 2월25일 현암학원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최 전 총장의 아들 최씨의 이사직 임기는 지난해 9월17일부터 올해 3월15일까지였으나 참석 이사들 전원이 유임에 동의하면서 임기는 4년 뒤인 2025년 3월까지로 늘었다. 지난 2019년 12월 교육부는 최 전 총장의 허위 학력 기재 의혹을 조사해 5개 학위 중 3개를 허위로 판단하고 현암학원에 최 전 총장의 징계와, 위법·부당 의결에 동조한 이사의 주의·경고 조처를 요청했다. 또 최 전 총장의 면직을 요구했다. 최 전 총장은 바로 총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아들이 이사를 맡아 여전히 학교 운영에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사립 또는 전문대학 법인의 설립자나 이사장 등의 친인척이 법인 이사나 교직원 등으로 근무하는 것은 ‘대학 사유화’라는 비판을 받으며 사학 개혁의 걸림돌로 꾸준히 지적돼왔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사립(전문)대학 251곳의 친·인척 근무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 전체의 65.7%인 165개 법인에서 설립자나 이사장의 친인척이 이사, 총장, 교직원 등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3대 이상이 주요보직을 물려받는 대학 수도 29곳에 달한다. 4대가 주요보직을 맡은 대학 법인도 고려중앙학원(고려대)과 한성학원(경성대) 등 두 곳이다.

법인 설립자의 자녀나 손주 등 직계 자손이 이사장이나 총장 등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법인도 전체(251곳)의 절반인 50.6%에 달했다. 10월 현재 직계 자손이 법인 이사장으로 있는 법인은 45곳, 총장 또는 부총장으로 재직하는 대학은 48곳, 이사인 경우는 34곳이다. 특히 한 법인에서만 10명 이상의 일가친척이 근무하는 대학도 4곳(건양대·대진대·송곡대·한서대 법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 의원은 “설립자 일가가 견제 없이 대학을 경영하다 보면 대학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이 어려워지며, 비리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며 “‘이사회에서 친인척 비율이 4분의 1을 넘지 못한다’는 규정을 5분의 1로 강화하고, 이사장과 이사의 ‘친인척’ 총장 임명을 제한하는 등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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