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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사설]“오징어게임, 두 黨 부패 의혹에 훼손된 시대정신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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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드라마 ‘오징어게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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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상영돼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취업 결혼 계층상승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 청년들의 좌절감을 표현한다는 미국 국무부 외교 전문(電文)의 분석이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를 통해 공개됐다. 전문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공정과 정의를 외치고 있지만 두 당의 유력 후보가 부패 의혹에 휩싸여 있어 청년들 사이에 냉소를 자아내고 있다는 분석도 들어 있다.

전문은 한국 사회가 지닌 고민의 한가운데 암울한 경제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봤다.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인 가운데 20대 청년들의 자살이 높은 자살률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며 이는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오징어게임’은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할 대선의 ‘정치적 시대정신’이 부패 의혹에 의해 훼손됐음을 포착한 것이며 부패 의혹으로 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동 비리,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처가 쪽 비리와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 원 퇴직금을 거론했다.

미 국무부 외교 전문은 1970년대 이후로는 실제 전신망을 통해 보내지는 말 그대로의 전문은 아니고 주로 젊은 해외 주재 외교관들이 주재국의 동향을 분석해 심층 기사 형태로 워싱턴에 보내는 글을 지칭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00자로 소련의 동향을 분석한 조지 케넌의 ‘롱 텔레그램’처럼 오늘날의 외교 전문도 해당 국가와 전 세계에 대한 새로운 외교 전락을 짜는 자료로 사용된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나서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외국 외교관들 앞에서 자랑하는 동안 미 국무부 외교 전문은 ‘오징어게임’이 반영하는 한국의 슬픈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전문이 전하는 핵심 내용은 한국 젊은이들의 깊은 좌절이다. 한국 정치는 그 좌절의 배경이 된 암울한 경제 전망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기는커녕 정치의 최소한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과 정의에 대한 기대마저도 저버리고 있다.

전문은 ‘오징어게임’을 2019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기생충’ 등의 연장선상에서 보면서 계층 상황의 악화가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전 세계적인 정치의 시대정신은 계층 간 이동성을 높이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는 스스로 공정과 정의의 담지자(擔持者)여야 한다. 현재 유력한 우리 대선 후보들이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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