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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와 오징어 게임의 심리사회학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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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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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로 전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 1위를 달성해 화제가 된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을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게임에 참여하는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다. 우리에겐 익숙했던 어린 시절의 놀이를 6가지의 게임으로 재탄생시킨 것에 대해서 심리사회적 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처음 등장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일본에서 유래된 놀이이며 한 명에 대한 집단적인 따돌림을 연상시킨다. 또한 등을 돌린 상태에서 자신을 공격하려는 행동은 모른 척해줄 수 있지만 눈앞에서까지 아닌 척하려는 가증스러움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섬뜩함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다.

‘설탕뽑기’는 원래 소다를 찍은 젓가락이 국자에서 녹고 있는 설탕에 닿을 때 색이 누렇게 바뀌면서 한없이 부풀어 오르는 일종의 마술이었다. 모양을 찍는 도구가 복잡할수록 부서지지 않게 그대로 떼어내는 것이 어려웠지만 성공의 대가로 받았던 사탕 크기가 점점 더 커지는 비례의 원칙이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복잡한 것을 고를수록 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못했고, 미리 정보를 빼돌려서 이득을 얻는 사람까지 있었기에 기회도 균등하지 못했다.

‘줄다리기’는 두 편으로 나뉘어 양쪽에서 줄을 잡아당겨 승패를 결정짓는 경기이다. 집단 간의 힘겨루기이므로 구성원의 협동과 단결을 강조하지만 신체적인 능력이 승부를 좌우할 수밖에 없으므로 남녀의 비율이 다르다면 절대로 공평한 게임은 아니다. 드라마에서는 전략과 전술을 통해 승부 뒤집기가 가능함을 보여줌으로써 불운을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제시하였다.

‘구슬놀이’부터는 인간의 이기적인 생존본능을 노출시키기 시작한다. ‘줄다리기’와 마찬가지로 경기에서 진 편은 제외시키고 이긴 편만 올라가는 방식인 토너먼트의 방식을 적용하였는데 이 게임의 잔인성은 가장 친한 한 명을 선택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일본어에서 기원한 '깐부’라는 말은 어린아이들이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를 하면서 동맹을 맺을 때 사용했던 은어라고 한다. ‘깐부’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경쟁자로 치환된다.

‘징검다리’는 둘 중 하나만을 택일해야 하는 2진수의 원리를 이용한 확률게임이다. 디지털 문화의 정점에 있는 컴퓨터도 0과 1만을 이용해 무수히 많은 정보를 처리한다. 유감스럽게도 인생에서의 선택은 아날로그처럼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8번을 연속해서 맞힐 확률은 2의 18승인 26만2,144분의 1이 된다. 결국 혼자서 매번 옳은 결정을 할 확률은 0에 수렴하게 되지만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공존을 모색할 기회조차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 박탈된다.

마지막으로 ‘오징어 게임’은 개인의 역량과 집단의 협력이 모두 필요한 합리적 방식의 놀이였다. 공격하는 사람은 한 다리로만 뛰어야 하지만 수비는 두 다리를 다 쓸 수 있게 함으로써 형평성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상대방을 밀어서 쓰러뜨려야 승부가 나는 게임이며 참여자에게 분배된 칼은 누군가를 죽여야만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상징물을 의미한다.

요한 호이징아의 저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놀이’는 자발적이고 일상생활과 분리되어 있으며 확정되어 있지 않은 활동이라고 했다. 반면 게임은 규칙으로 제한되며 놀이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놀이’가 ‘생존게임’이 될 때 우리의 삶은 남을 죽이거나 자살할 수밖에 없는 지옥으로 바뀌게 된다.
한국일보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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