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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허가 지연·사업성 미흡..."부동산PF, 연기금·공제회에도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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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투자 빛과 그림자]군인공제회 2.5조 부실

성남 신흥동 개발 사업 15년 표류...대장동 '초대박'과 대조

화성·평택 주택사업도 10년 넘게 삽조차 못떠 4,200억 손실

양재·판교 등서 손해 본 교공·행공은 펀드 통한 간접투자만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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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만 4,500여 명의 군인이 가입해 있는 군인공제회는 총자산이 14조 원에 달하고 연간 8조7,400억여 원을 운용하는 기금을 보유한 투자 전문 기관이다. 특히 올해 창립 37년을 맞은 군인공제회는 운용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39.1%(3조 4,181억 원)로 주식과 채권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다른 연기금보다 군인공제회의 부동산 투자 실패가 상대적으로 많은 측면도 있지만 부동산 개발 사업에 경험이 많고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군인공제회 역시 부동산 개발의 투자 단계가 복잡하게 얽혀 변동성 등 사업 위험이 높고, 인허가 문제의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혀 2조 5,000억 원 이상 투자한 사업들이 부실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군인공제회의 대표적 부실 부동산 사업은 대장동 개발의 유탄을 맞아 16년째 투자 원금의 60% 이상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성남시 신흥동 1공단 부지 개발이다. 군인공제회는 지난 2005년부터 성남 1공단 부지(성남시 신흥동 2458번지 일대)에 3,791억 원을 투입해 주택 사업을 추진했지만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제1공단 공원화’를 추진, 땅값이 떨어져 2,343억 원의 투자 손실을 보고 있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소유주인 김만배 씨나 남욱 변호사 등이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4,000억 원 넘는 배당 이득을 올리며 초대박을 기록한 것과는 판이한 셈이다.

15년 넘게 신흥동 사업에 자금이 묶인 군인공제회는 직접 손실뿐 아니라 기회비용도 약 2,000억 원에 달한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군인공제회 수익률(연 4~5%)을 고려할 때 원리금 전액인 3,791억 원을 회수하지 못한 2010~2018년 매년 170억 원 정도 비용이 발생했고 토지보상비를 수령한 2018년부터 현재까지 미회수 금액인 2,343억 원의 기회손실은 연간 105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군인공제회 회원들이 그간 신흥동 사업 부실 때문에 인당 200만 원 넘게 손해를 본 것이다.

또 군인공제회는 2005년 경남 김해에서 주택단지 등의 복합 개발을 추진하려 1,700억 원을 투입해 부지를 매입하고 2018년 1,248억 원을 추가 투자했지만 개발 사업은 16년째 표류하고 있다. 2007년에는 카자흐스탄 물류사업에 투자했다 10년 넘게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군인공제회는 2006년과 2007년 각각 경기 평택과 화성에서 대규모 주택 개발 사업을 추진했지만 10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삽조차 뜨지 못하며 각각 2,973억 원과 1,282억 원의 투자 원금이 날아간 상태다.

군인공제회가 이처럼 2003년 이후 진행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중 올 6월 말까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사업은 15건, 2조 5,528억 원에 이른다. 다만 이 중 1조 5,367억 원 규모의 부동산은 부지 매각이나 유동화를 통해 뒤늦게 투자금을 회수했다. 하지만 1조 원 이상의 투자 원금은 여전히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투자 부동산의 입지나 사업성이 미흡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지연 등으로 사업이 부실화됐다”면서 “사업을 계속하는 것보다 매각이 유리한 사업들은 계속 구조 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행정공제회와 교직원공제회도 각각 2007년과 2008년 판교 알파돔 시티와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개발 사업인 ‘파이시티’에 투자했다가 상당한 손실과 엄청난 홍역을 치르다 최근에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교직원공제회는 2008년 양재동 화물터미널 개발사업인 ‘파이시티’에 2,500억 원을 투자했다 시공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우여곡절 등을 겪으며 2017년에야 투자액의 일부인 1,768억 원을 회수한 바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지금도 파이시티 사업을 놓고 서울시와 사업자 간 공방전이 진행돼 투자 실패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이다.

행정공제회 역시 2007년 판교 알파돔 시티 개발에 약 1,300억 원을 투자했다 사업이 장기화하면서 시련을 겪었다. 당초 행정공제회는 알파돔 사업이 2012년 완료될 것을 상정하고 투자했다 사업이 계속 지연되자 2012년에 2,400억 원을 추가 투자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행정공제회는 2010년대 후반 판교 붐이 일면서 일부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기회비용과 평판 하락 등을 감안하면 피해가 더 크다고 보고 이후 부동산 개발 사업에 직접 투자는 피하면서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만 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시 개발을 통한 아파트 분양 등은 인허가와 자금 조달 등에서 불확실성이나 변동성이 너무 커서 기관투자가들도 손실을 본 사례가 허다하다”면서 “대장동 개발에서 화천대유 등이 기록한 천문학적 이익 규모를 보면서 수십 년 사업을 했던 전문가들조차 ‘허망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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