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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전력난 몸살앓는 中…美가스사에 구애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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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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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최근 전국적 전력난을 겪으며 홍역을 치른 가운데 중국 내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이 석탄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치솟자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수급을 위해 미국산 천연가스에 매달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미국 수출업체들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산 LNG 수입을 타진하는 업체는 시노펙과 중국해양석유(CNOOC),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전력 배급업체 저장에너지 등 최소 5곳에 달한다. LNG 공급 계약을 협의하는 파트너사로는 텍사스 휴스턴에 본사를 둔 미국 최대 LNG 수출사 셰니에르 에너지와 루이지애나의 LNG 수출업체 벤처글로벌 등이 거론된다.

로이터통신은 "중국과 미국 간 가스무역은 2019년 무역전쟁이 한창일 때 중단됐다"며 "현재 논의가 향후 몇 년 안에 중국의 미국 LNG 수입 급증을 암시하는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협상은 올 초 시작됐지만, 지난달 최악의 전력난이 중국을 강타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베이징에 있는 업계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LNG 현물 가격이 MMBtu(영국 에너지 열량단위)당 15달러까지 오른 뒤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지난 11일에는 중국 천연가스 유통업체 ENN이 셰니에르 에너지에서 LNG를 구매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ENN은 내년 7월부터 13년간 연간 900만t의 LNG 구매를 보장받게 됐다. 양사가 미·중 무역갈등 이후 끊겼던 양국 에너지 거래의 물꼬를 다시 텄다는 평가다.

중국 업체들이 '에너지 안보' 이슈를 무릅쓰고 미국과 장기계약을 타진하는 것은 LNG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수요가 급감하면서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LNG 가격은 1년 반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동북아 LNG 선물 가격은 지난 4월 20일만 해도 100만Btu당 2달러였지만, 지난 15일에는 33.2달러로 15배 이상 치솟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활동을 제한했던 나라들이 봉쇄를 풀면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했으나, LNG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올여름 이상 고온현상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어났고, 석탄 가격이 상승하면서 대체재로 가스를 찾는 수요가 생겨난 것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LNG 가격은 겨울 내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4일 미국 에너지 정보국이 발표한 '10월 단기 에너지 전망'에서는 미국 벤치마크인 헨리 허브 천연가스 현물가격이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2007~2008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동남아 지역 생산기지들이 폐쇄되면서 해당 물량이 중국 공장으로 몰려 활기를 되찾았으나, 갑작스러운 전력 수요 증가가 독이 되어 돌아왔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1~8월 전력 수요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5% 증가했고, 전력 공급에 큰 부담이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20년 기준 국가 전력 공급의 68.5%를 여전히 화력 발전에 의존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9월 석탄 구매량은 3290만t으로 올 들어 최고치였다. 업계에서는 올해 중국 천연가스 소비량이 작년보다 약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2030년까지는 연간 소비량이 5500억~6000억㎥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난방 수요가 몰리는 겨울철에 대비해 최대한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하겠다며 전기 가격 인상, 석탄 수입처 다변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부족한 전력량을 늘리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이미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헤이룽장 등 동북 3성 지역에서는 주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SCMP는 "중국 최북단 지역에 난방용 전기가 부족하면 앞으로 몇 달간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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