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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법원 판결 있을 때만 ‘공개처형’…공포정치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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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정부 대변인, 처형 때는 죄목 알리도록

한겨레

탈레반 대원이 지난 14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거리에서 총을 들고 서 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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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실질 통치하고 있는 탈레반 과도정부가 법원 판결 없이는 공개 처형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과도정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밤 트위터를 통해 ‘내각회의에서 법원 판결이 없을 경우 공개 처형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개 처형을 위해서는 최고 법원의 판결을 받도록 해, 무분별한 공개 처형 관행을 줄이려는 것이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또 범죄자를 처벌하려면 대중에게 그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함께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달 말 서부 헤라트시의 광장에 시신 4구를 기중기에 걸어놓는 등 공포 정치를 재개했다.

탈레반이 공개 처형을 엄격하게 제한한 것은 국제 사회의 인정과 원조를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국제인권 단체 등의 우려를 계속 무시할 경우 국제사회의 인정을 통해 ‘정상 국가’로 나아가려는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도부가 판단한 것이다.

탈레반은 과거 1996∼2001년 통치기 때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앞세워 혹독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당시 음악, 텔레비전 등 오락 활동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때려 죽게 하는 등 공개 처형도 허용됐다. 지난 8월 재집권에 성공한 탈레반은 과거와 달리 인권을 존중하고 포용적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말 탈레반 창시자 중 한명인 물라 누르딘 투라비는 <에이피>(AP)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중 앞에서 이뤄지는 공개처형은 아니더라도 사형이나 손을 절단하는 것과 같은 강경한 법 집행이 아프가니스탄에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을 절단하는 것은 치안을 위해 필요하다. 이러한 처벌은 억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개 처벌 여부에 대해서는 “내각이 연구 중이다. 관련 정책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라비는 탈레반 새 정권에서 교도 행정에 대한 최고 책임자이기도 하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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