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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단독]'정부부처의 꽃' 기재부 지원은 정원 3분의 1 '굴욕'…재경직 1지망 8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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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급 공채 수습 사무관 재경직 대상 지망부처 수요조사 결과
기획재정부 23명 TO에 1지망 8명 지원 '미달'
금융위·국세청·공정위 등은 인기 부처
"정치권·청와대 중심 의사결정에 '탈 기재부' 현상도"


파이낸셜뉴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2021.3.25/뉴스1 /사진=뉴스1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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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수습사무관들의 '워너비', '정부부처의 꽃'이라고 불리는 기획재정부의 이번 수습사무관 수요인원(TO)은 23명에 달한다. 재경직 TO 중 가장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지만, 1지망 지원자는 고작 8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재경직 내에서도 기재부의 옛 위상, 자부심보다는 워라밸, 서울근무, 조직 분위기 등을 추구하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달 부처' 오명 또 다시

17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2020년 5급 공채 수습 사무관 대상 지망 부처 수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경직 수습사무관 중 기획재정부에는 1~3지망 모두 합쳐 총 47명이 지원했다. 그러나 1지망은 8명에 그쳤고, 2지망에 17명, 3지망엔 22명이 지원했다. 총 경쟁률은 2.04대 1 수준이다.

반면 서울에 있는 금융위원회에는 TO 7명에 1지망 20명이 몰렸다. 경쟁률도 3.86대 1로 높은 수준이다. 감사원이 2명을 뽑는데 14명이 지원해 7대1로 가장 경쟁률을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도 1지망에 10명, 국세청도 13명이 지원하며 각각 3.83대 1, 3.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TO와 관계없이 1지망에 두자릿수 지원 인원을 기록한 부처는 금융위와 국세청, 공정위 순이었다. 모두 '전문성'을 내세우는 부처로, 최근들어 몇 년 새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재경직 2차수석과 연수원 성적을 통합한 최종 수석이 국세청에 배치됐고, 서울에 있는 금융위의 장점이 사무관들에게 크게 작용한다는 이야기는 기정 사실화됐다. 공정위의 경우 부처 분위기와 조직문화 등이 한몫 한다는 평가다.

정부부처 사무관 A씨는 "최근 처·청 단위가 인기가 부쩍 많아졌다"며 "승진이 빠른 것이 가장 이점으로 작용하는 듯 보이고, 전문성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사무관들 사이에서는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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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직 기재부 1지망은 '0명'…"하명식 정책에 사기 저하"

이같은 상황에서 기재부의 인기는 날로 추락하고 있다. 그동안 수습사무관들 선호도에서 과중한 업무, 추락한 위상 등으로 계속 밀려온 기재부의 현실을 이번 지망 부처 수요 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게 된 셈이다. 실제로 일반행정직 기재부 1지망은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 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등과 나란히 '0명'을 기록했다.

정부부처에 근무하는 사무관들은 서울 근무나 워라밸 등 단순한 이유보다 오히려 업무적인 요소를 더 많이 고려한다고 설명한다.

정부부처 사무관 B씨는 "특히 수습사무관들 입장에서는 조직문화를 많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너무 일이 힘들다거나 조직문화가 수직적, 군대 문화라고 소문난 부처는 피하다보니 최근 인기있는 부처들이 남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처 사무관 C씨는 "내 의견이 업무에 최대한 반영되고 자기가 뜻한대로 일할 수 있는 부분도 중요하다"며 "결국 그게 조직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이어지는 '탈 기재부'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경제 정책들이 여당 등 정치권 중심으로 결정되는 최근의 상황에서 사명감을 갖고 관료가 된 기재부 공무원들의 무력감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6번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하면서, 각종 재난지원금 등 정책을 마련하면서 여당의 '하명식 정책'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소신과 다른 방향으로 결과가 흘러갔다는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이 정책결정 과정에서 늘어난 끝없는 야근과 다른 부처에 비해 느린 승진, 은퇴 후 재취업 길이 막혀있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기재부 내에서는 지난해 임용된 행정고시 63기 수습 사무관이 네이버로 이직하기도 하고, 경제구조개혁국 출신의 사무관이 지난해 10월 여당 의원의 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최근 서울시 공무원 전입 공고엔 기재부 일부 주무관들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재부는 이번 수습사무관들의 최종 부처 배치 결과는 수요 조사 수치와 다르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종 지원에서는 25명 TO 중 55명이 지원했다"며 "지난해는 27명 TO에 46명이 지원했는데 그때보다 경쟁률도 높아졌고, 최근에는 승진도 당겨져서 분위기가 한층 더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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