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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일본 ‘세습 정치인의 힘’…국회의원 당선 확률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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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기반·지명도·자금력 3대 요소 뒷받침

70%가 자민당 후보로 출마

이번 중의원 선거에도 ‘세습 구태’ 되풀이


한겨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아버지, 할아버지가 모두 정치인으로 그는 1993년 아버지의 히로시마 지역구를 물려받아 중의원에 처음 당선된 세습 정치인이다. 총리 관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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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회의원(중의원) 선거에서 세습 정치인의 경우 당선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치 경험이 짧아도 지지 기반, 지명도, 자금력 등 ‘3대 요소’가 뒷받침되면서 선거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의원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8차례의 선거에 출마한 8803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13%가 세습 정치인이었고 당선 확률은 80%였다고 17일 보도했다. 비세습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30%에 그쳤다. 세습 정치인은 부모가 국회의원이거나, 3촌 이내 의원으로부터 지역 기반의 일부 또는 전반을 이어받은 경우를 말한다.

세습 정치인은 왜 선거에서 강할까. 일본 정치권에선 선거에 이기기 위해 ‘3개의 반’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지반(후원회, 지역구 조직), 간반(가문·지명도 등 간판), 가반(한국어로 가방을 뜻하며 자금력을 의미)이다. 이 신문은 “세습 정치인 2세, 3세들은 선대로부터 이 세 가지를 이어받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세습 정치인들은 약 70%가 자민당 후보로 출마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7년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당선자 중 세습 후보는 83명으로 29%를 차지했다. ‘자민당 역풍’이 불어도 세습 정치인들의 생명력은 강했다. 자민당이 대패한 지난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전체 자민당 승률은 38%에 머물렀지만, 세습 정치인들은 52%나 됐다. 지지 기반이 그만큼, 견실하다는 의미다.

역대 일본 총리만 봐도 세습 정치인의 힘을 짐작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모리 요시로 전 총리부터 기시다 후미오 총리까지 10명 중 7명이 세습 정치인이다. 현 기시다 총리는 아버지, 할아버지가 모두 정치인으로 그는 1993년 아버지의 히로시마 지역구를 물려받아 중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스가 요시히데, 간 나오토,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만 스스로 정치적 기반을 쌓아 올린 사례다. 이달 31일 예정된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도 은퇴한 자민당 정치인들이 자신의 자녀를 후계자로 지목해 선거구를 세습하는 구태가 되풀이됐다.

일본에 뿌리 내린 이런 ‘정치 대물림’ 현상에 대해선 자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긴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스가 전 총리다. 지난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당시 자민당 선거대책 부위원장이었던 스가 전 총리는 “세습정치를 제한해야 한다”며 ‘(은퇴 의원의) 3촌 이내의 친족은 공천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이 공약은 유명무실해졌다.

만연한 세습 정치인 때문에 새로운 인재가 국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1996년 이후 8번의 중의원 선거에서 정치 신인의 당선은 전체의 20%에 불과했다. 이 신문은 “다양한 인재가 정치권에 새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없다면 정치는 달라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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